No.1 수문장 입지를 굳힌 김진현(세레소 오사카) 대신 선발 출격한 김승규(울산)가 쿠웨이트전서 눈도장을 찍으며 꺼져가던 경쟁 불씨를 재점화했다.
울리 슈틸리케 감독이 이끄는 한국 축구대표팀은 13일(한국시간) 오후 4시 캔버라 스타디움서 열린 쿠웨이트와 2015 호주 아시안컵 조별리그 2차전서 1-0으로 승리했다. 이날 승리로 한국은 2승(승점 6)을 거두며 8강 진출에 유리한 고지를 점했다.
지난 10일 오만과 1차전을 1-0 승리로 장식했던 슈틸리케호는 2차전 승리로 일찌감치 8강행을 결정짓겠다는 계산이었지만 주전 선수들의 잇따른 이탈로 고민에 빠진 채 2차전에 나섰다.
당초 슈틸리케호의 뒷문은 김진현의 차지였다. 그는 슈틸리케 감독 부임 이후 치른 여섯 차례의 A매치서 4차례나 골문을 지키며 수장의 든든한 신임을 얻었다. 그라운드에 나설 때마다 선방쇼와 빌드업 등 자신의 강점을 어필하며 눈도장을 받았다.
슈틸리케 감독도 김진현의 오만전 활약에 찬사를 보내며 두둑한 신뢰를 보냈다. 그는 "김진현의 오만전 활약을 봤을 때 '굳이 골키퍼를 바꿔야 할까'라는 생각이 든다"면서 "상당히 침착하게 안정적으로 골문을 지켰다. 특히 빠른 반응속도로 마지막 실점 위기 장면을 잘 넘겼다. 발 기술도 좋았다"고 극찬했다. 김진현은 오만전서 후반 추가시간 환상적인 슈퍼 세이브로 1-0 승리를 지켜낸 바 있다.
김진현에 대한 슈틸리케 감독의 무한 신뢰로 3개월 넘게 이어져왔던 무한 경쟁도 막을 내리는 듯했다. 하지만 김진현이 이날 미열을 동반한 감기 증세로 나오지 못하면서 얘기가 달라졌다. 슈틸리케 감독은 김승규와 정성룡 중 지난 4일 사우디아라비아와 최종 평가전서 후반 선방쇼를 펼친 김승규를 낙점했다.
김승규는 천재일우의 기회를 놓치지 않았다. 눈에 띄는 선방은 없었으나 비가 오는 어려운 가운데서도 무실점 경기를 마쳤다. 상대의 날카로운 크로스에 반박자 빠르게 대응하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특히 후반 33분 골대 구석으로 날아오는 땅볼 크로스를 손끝으로 쳐내며 골문을 사수했다. 다만 킥미스를 하는 등 빌드업 과정에서는 김진현보다 아쉬운 모습을 남겼다.
김승규의 무난한 활약으로 김진현으로 굳어지던 골키퍼 경쟁에 다시 불이 붙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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캔버라(호주)=민경훈 기자 rumi@osen.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