뒷마당 안정 없인 조 1위도 헛된 꿈이다.
울리 슈틸리케 감독이 이끄는 한국 축구대표팀은 지난 13일(이하 한국시간) 오후 4시 캔버라 스타디움서 열린 쿠웨이트와 2015 호주 아시안컵 조별리그 2차전서 전반 남태희의 헤딩 결승골에 힘입어 1-0으로 신승했다.
이날 승리로 한국은 호주와 함께 나란히 2연승(승점 6)을 달리며 8강 진출을 확정지었다. 이제 남은 것은 조 수위 싸움이다. 두 팀은 오는 17일 브리즈번 스타디움서 최후 일전을 벌인다. 한국은 골득실에서 호주에 5골 뒤진 터라 무조건 이겨야 조 1위가 가능한 상황이다.

유쾌하지 않은 쿠웨이트전 승리였다. 많은 과제를 남겼다. 팀의 기둥인 이청용이 정강이뼈에 실금이 가 대회를 조기 마감했다. 손흥민, 구자철, 김진현 등 3명은 미열을 동반한 감기 증세를 보이며 경기장에 모습을 드러내지 못했다. 슈틸리케호는 1.5군을 내세워 플랜B를 실험했지만 공수에 걸쳐 합격점을 받지 못했다.
불안함은 그라운드 위에서 그대로 드러났다. 얼굴이 싹 바뀐 앞선은 손발이 전혀 맞지 않았다. 대부분 엇박자를 냈다. 제일 큰 문제는 시종일관 불안했던 뒷마당이다. 좀체 안정을 찾지 못했다. 쿠웨이트의 공격에 쩔쩔맸다.
슈틸리케 감독도 경기 후 "쿠웨이트가 훨씬 공격적으로 나왔다. 상당 부분 우리보다 우세했다. 볼 경합, 패스가 더 나았다. 우리는 참으로 운이 좋았다"고 혹평하며 "승점을 얻었다는 게 희망이다. 오늘 경기를 계기로 우리는 우승후보에서 제외될 것이다. 상당한 발전이 있어야 할 것"이라고 쓴소리를 내뱉었다.
그러면서 "이겼지만 이기지 못할 경기를 했다. 호주전은 앞선 두 경기와는 차원이 다른 강팀과의 경기다. 선수들이 부담에서 빨리 벗어났으면 좋겠다"고 경고음을 울렸다.
한국의 조별리그 최종전 상대는 개최국 호주다. 공격력이 막강하다. 2경기서 8골을 뽑아냈다. 팀 케이힐을 위시한 화력이 불을 뿜는다. 1차전서 쿠웨이트에 4-1 대역전승을 거뒀고, 2차전서 오만을 4-0으로 대파했다.
오만-쿠웨이트의 공격에도 고전했던 슈틸리케호의 뒷마당을 떠올린다면 호주의 날 선 창끝을 어떻게 막아낼 지 걱정이 앞선다. 냉정히 따졌을 때 현재 수비력으론 호주의 물오른 공격력을 막아내기엔 역부족이다.
해결책은 있다. 슈틸리케 감독의 말처럼 안정적인 볼 컨트롤과 유지로 패스 미스를 최대한 줄여야 한다. 특히 위험 지역에서는 확실히 공을 소유해 위험 부담을 없애야 한다.
뒷마당이 안정되지 못하면 슈틸리케호의 조 1위 꿈도 공상으로 끝날 공산이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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캔버라(호주)=민경훈 기자 rumi@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