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이 주적 공백을 절감했다. 하지만 느끼고 있을 수만은 없다. 극복을 하지 못하면 우승은 희망사항에 머물 뿐이다.
울리 슈틸리케 감독이 지휘하는 한국은 지난 13일(이하 한국시간) 호주 캔버라 스타디움서 열린 2015 아시아축구연맹(AFC) 아시안컵 조별리그 A조 쿠웨이트와 2차전에서 1-0으로 승리를 거뒀다. 2연승을 거둔 한국은 호주와 더불어 8강 진출을 확정지었다.
승전보는 전했지만 한국은 웃지 못했다. 마치 패배를 한 것과 같은 분위기다. 승리라는 결과를 챙겼지만, 내용이라는 과정은 챙기지 못했기 때문이다. 한국은 A조 최약체로 평가받는 쿠웨이트에 고전을 면치 못하면서, 점유율과 슈팅 등 내용 면에서 우위를 점하지 못했다.

지난 1차전 오만전과 큰 차이가 있었다. 이청용은 부상으로 귀국이 결정됐고, 기타 부상과 감기 등으로 총 7명의 선수가 교체됐다. 슈틸리케 감독은 "18명이 경기에 왔지만 진짜 경기에 나설 수 있는 선수는 14명밖에 없었다"고 설명했다.
자연스럽게 조직력은 저하될 수밖에 없었다. 한국의 주장 기성용은 "좋은 경기를 하지 못했다. 오만전과 비교해 7명이 부상으로 바뀌면서 11명이 조직적으로 움직이지 못했고, 오랜만에 뛴 선수들이 있어서 조직력에서 완벽하지 못했다. 어려운 경기를 했다"고 시인했다.
하지만 주축 선수의 이탈을 탓하고만 있을 수는 없다. 결승전행까지 목표로 삼고 있는 한국에 주축 선수의 이탈은 어느 정도 예상해야 했다. 기성용도 절친 이청용의 이탈에 대해 "팀에 비중이 큰 선수를 잃어버렸다. 하지만 이청용에게 계속 기댈 순 없다"며 걱정보다는 대안 마련이 시급하다고 밝혔다.
한국은 오만전에서 남태희와 장현수, 차두리 등 주축으로 뛰어야 할 선수들이 경고를 받았다. 해당 선수들이 만약 호주전에서 또 다시 경고를 받는다면 8강에 출전할 수가 없다. 그렇다고 호주전에서 쉬게 하더라도 8강에서 경고를 받는 경우가 문제가 된다. 그저 경고만 걱정할 수는 없다.
A조의 라이벌 호주는 주전 공백을 잘 메운 경우다. 호주는 주축 미드필더이자 주장 마일 제디낙이 발목 부상을 당해 오만전에 결장했다. 그럼에도 호주는 제디낙의 공백을 완전히 메우며 쿠웨이트전과 같이 4골을 터트렸다. 호주가 우승을 원한다고 외친 데에는 이유가 있었다.
한국에도 호주와 같은 모습이 필요하다. 이미 선택할 수 있는 카드의 숫자는 정해져 있다. 몇 장의 카드를 사용할 수 없는 상태이지만, 좌절하고 있을 시간도 아까운 것이 현실이다. 이 정도의 시련도 극복할 수가 없다면, 한국이 바라는 55년 만의 우승은 목표가 아닌 희망사항에 그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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캔버라(호주)=민경훈 기자 rumi@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