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권(25, 광저우 에버그란데)이 또 다시 ‘알제리전 악몽’을 떠올리게 했다.
울리 슈틸리케 감독이 이끄는 한국은 12일 호주 캔버라에서 열린 2015 호주 아시안컵 A조 조별리그 2차전서 쿠웨이트를 맞아 1-0으로 승리했다. 지난 오만전에 이어 2경기 연속 1-0의 승리를 거둔 한국은 2승으로 8강 진출을 확정지었다.
하지만 내용면에서는 매우 실망스러운 경기였다. 특히 후반전 수비조직력은 와르르 무너졌다. 아르헨티나도 아니고 이란도 아닌 쿠웨이트에게 우왕좌왕 끌려 다니는 모습을 연출했다. 경기 후 슈틸리케 감독은 “한국의 경기를 본 다른 팀들이 한국을 우승후보에서 제외할 것”이라며 의미 있는 자성의 목소리를 내기도 했다.

이날 선제골을 합작한 차두리와 남태희 정도를 제외하면 인상적인 선수가 없다고 봐도 할 말이 없는 경기였다. 실점은 없었지만 수비진 역시 낙제점을 면하기 어려웠다. 그 중에서도 김주영을 대신해 중앙을 맡은 김영권은 기대이하의 경기력을 보였다.
지난 2014 브라질 월드컵에서 한국은 1무 2패의 저조한 경기력으로 조별리그서 탈락했다. 특히 알제리와의 2차전 2-4 대패는 두고두고 회자될 치욕이었다. 중앙수비를 맡은 홍정호와 김영권은 ‘자동문 수비’라는 비판에서 자유롭지 못했다. 김영권은 지난해 11월 요르단과의 평가전에서 오랜만에 홍정호와 호흡을 맞췄다. 1-0으로 이기긴했지만 내용면에서 졸전이었다. 결정적인 순간 공격수를 수차례 놓치는 장면이 연출됐다. 또 다시 알제리전이 떠올랐다.
김영권은 슈틸리케 감독이 기회를 줄때마다 실망스러운 경기력을 보이고 있다. 특히 수비수가 공격수를 시야에서 놓쳐 노마크로 놔두는 실수를 반복하는 것은 치명적이다. 기회를 잡지 못하는 선수는 팀내 경쟁에서 밀릴 수밖에 없다. 김영권의 분발이 요구되는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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