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 트윈스 베테랑 이병규(9번·41)가 반등을 준비하고 있다. 부상으로 고전했던 2014년을 뒤로 하고, 100% 컨디션에서 2015시즌을 맞이하려 한다. 지난 13일 이병규는 잠실구장에서 3년 연속 팀의 포스트시즌 진출과 21년 만의 우승을 바라보며 각오를 다졌다.
이병규에게는 2014시즌이 커리어로우였다. 다리 부상으로 62경기 출장에 그치며 2004시즌부터 이어온 시즌 100안타 이상(2007-2009 일본 주니치 시절 제외)이 7년 연속으로 끝났다. 시즌 타율 2할5푼1리로 통산 타율 3할1푼2리와 차이도 컸다. 2013시즌 타격왕의 모습도 시즌 막바지에나 볼 수 있었다. 리그 최고 컨택히터에게 ‘노쇠화’라는 물음표가 붙기 시작한 것이다.
“지난해 못한 것에 대한 변명은 없다. 부상도 내가 못해서 당한 것이다. 부상에서 회복하고 올라왔는데 못 보여준 것 역시 내 잘못이다. 그래도 작년의 경험이 내게는 다시 한 번 다짐을 하게 된 계기가 아닐까싶다. 팬분들과 동료들에게 정말 미안했다. FA 계약 첫 해인데 못한 것은 욕을 먹어야 한다고 본다. 그렇다고 이대로 끝날 수는 없다.”

이병규는 누구보다 철저히 2015시즌을 준비하고 있다. 12월부터 매일 잠실구장에 나와 땀 흘리고 있다. 다시 부상당하지 않기 위해 하체 강화에 심혈을 기울이는 중이다. 3일 휴식기 없는 144경기 체제를 완주할 수 있는 컨디션을 만들려고 한다.
“12월부터 본격적으로 운동을 시작했다. 2014년 12월 1일이 내게는 2015년 1월 1일이었다. 종아리와 허벅지를 다시 다치지 않도록 다리 강화 프로그램을 받아서 운동 중이다. 지금까지 문제없이 잘 되고 있다. 일 년 동안 문제 생기지 않도록 할 것이다. 3월 28일 개막전을 100% 상태로 맞이하도록 하겠다. 작년에는 팀에 보탬이 되지 못했다. 내가 팀에 힘을 줄 수 있다면 우리 팀이 더 잘 되지 않을까 싶다.”
이어 이병규는 변함없는 믿음과 성원을 보내주는 팬들에게 고마움을 전했다. 팬들이 2015시즌을 준비하는 데에 큰 힘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 NC와 준플레이오프 3차전 대타로 타석에 들어선 순간, 잠실구장을 폭발시킨 LG 팬들의 함성을 회상하며 마음을 다잡았다. 덧붙여 넥센과 플레이오프 4차전서 마지막까지 포기하지 않았던 모습을 앞으로도 보여줄 것을 약속했다.
“대타 순간 함성을 기억하고 있다. 당시 팬분들도 내게 힘을 많이 주고 싶으셨던 것 같다. 결과는 못 냈지만 정말 고마웠다. 그 때 그 함성은 절대 잊지 못할 것이다. 당시를 기억하며 더 열심히 준비하고 있다. 넥센과 플레이오프 4차전은 내게 기회였다. 그동안 나 자신에게 답답했었는데 감독님께서 선발출장기회를 주신만큼, 꼭 보답해야겠다고 생각했다. ‘아직 이병규는 충분히 할 수 있다’는 것도 보여주고 싶었다. 현대야구는 언제 무슨 일이 일어날지 모른다. 이대로 진다는 생각은 없었다. 크게 지고 있어도 어떻게든 출루해야 한다. 앞으로도 마찬가지 일 것이다. 경기가 완전히 끝나기 전까지는 최선을 다해야한다.”
2013시즌을 마지막으로 주장완장을 내려놓았지만, 여전히 이병규는 LG의 심장이다. 이병규의 행동 하나하나를 어린 선수들이 주시하며 따라간다. 주장 이진영도 힘들 때면 이병규에게 찾아가 조언을 구한다. 실제로 이병규는 최고참으로서 후배들이 야구에만 전념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왔다. 팀이 연패에 빠질 때는 농담으로 분위기를 전환시켰고, 팀이 연승을 탈 때에는 후배들이 더 편하고 자신 있게 뛰도록 유도했다. 이병규는 지난 2년이 LG에 커다란 자신감을 가져왔고, 많은 것을 바꿨다고 돌아봤다.
“솔직히 10년 암흑기를 보내면서 팀 전체가 많이 다운됐었다. LG에 입단했을 때만 해도 분위기도 정말 좋았고 한국시리즈도 많이 나갔었다. 야구만 열심히 하면 되는 분위기였다. 하지만 성적이 안 나오다 보니 선수들 얼굴부터 어두웠다. 특히 일본에 갔다 온 후에 많이 놀랐다. 후배들을 보면서 ‘왜 이렇게 우울하기만 할까’라는 생각을 많이 했었다. 그래서 활기차게 하자는 주문을 많이 했다. 2012년부터 좋아졌고, 2013년에 마침내 결과가 나왔다. 2014년에도 힘들었다가 잘 됐다. 감독님이 새로 부임하신 게 크게 작용했다. 감독님께서 반전을 일으키셨고 선수들도 분위기를 탔다. 이기다보니까 후배들이 야구에 재미를 느끼더라. 이제는 즐기면서 치고 나가는 법을 아는 것 같다.”
2015시즌 LG의 최우선 과제는 3년 연속 포스트시즌 진출이다. 양상문 감독은 새해를 맞이하며 포스트시즌 진출, 그리고 2·3년 안에 한국시리즈 우승을 목표로 삼았다. 베테랑 선수들의 기량이 앞으로도 유지될 것으로 예상하면서 신예 선수들의 올라설 때 최고의 전력으로 우승을 노리겠다고 밝혔다. 이병규 역시 팀이 상승세를 타고 있는 지금 이 시기를 놓쳐서는 안 된다고 했다. 2015시즌 LG가 강팀 반열에 들어가는 한 해가 돼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2년 연속 포스트시즌에 오른 만큼, 우리도 점점 강팀이 되고 있다고 느끼고 있다. 감독님 말씀처럼 꾸준히 포스트시즌에 나가고 그 사이 우승도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올해도 포스트시즌에 나가면 계속 강팀의 면모를 유지할 수 있을 것 같다. 확실히 포스트시즌을 뛰어보니 팀 전체가 달라지는 것을 느낀다. 2013년과 2014년 포스트시즌을 비교해도 그렇다. 올해는 어느 한 팀의 전력이 크게 강해지지는 않았다. 신생팀도 생겼고 그만큼 변수도 많다. 정말로 중요한 한 해가 될 것 같다. 144경기지만 걱정하지 않는다. 2년 전에도 휴식기 없이 뛰어왔다. 우리가 치고 올라 갈 때를 돌아봐도 일정이 빡빡한 경우가 많았다. 어린 선수들이 힘을 보태준다면, 문제없이 2015시즌을 보낼 수 있다고 본다.”
마지막으로 이병규는 우승을 향한 갈증을 드러냈다. 2014시즌까지 통산 안타 2021개를 기록, 한국프로야구 통산 최다안타인 양준혁의 2318개도 바라볼 수 있으나 기록을 의식하는 일은 절대 없을 것이라고 장담했다. 욕심은 오직 팀 우승 밖에 없다며 우승의 기쁨을 팬들과 나누고 싶다고 강조했다.
“최다안타를 치면 좋겠지만, 우승이 훨씬 가치 있다. 둘 중 하나를 선택하라고 하면 무조건 우승을 택할 것이다. 내가 최다안타를 쳐도 기록은 언젠가는 깨지게 되어 있다. 그러나 우승은 영원히 남는다. 우리 팀은 20년이 넘게 우승을 못하고 있다. 이미 우승을 몇 번 했어야 했는데 너무 아쉽다. 나중에 은퇴하고 나서 평생 기억에 남을 순간을 만들고 싶다. 팬분들과 함께 우승의 기쁨을 느끼는 게 소원이다. 다른 팀이 우승하는 것을 볼 때마다 너무 부럽다. 정말 우승이 하고 싶다. 내 기록은 중요하지 않다. 일본에서 돌아왔을 때부터 기록에 대한 욕심을 버렸다. 오직 우승만 바라보고 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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