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시장'과 '허삼관', 같은 시대 vs 다른 아버지
OSEN 이혜린 기자
발행 2015.01.14 10: 03

영화 '국제시장'과 '허삼관'이 같은 시대를 배경으로 하면서도 완전히 다른 아버지상을 그려내 비교, 대조하는 재미를 주고 있다.
6.25 직후 궁핍했던 대한민국을 배경으로, '국제시장'은 자녀를 위해 무한 희생하는 아버지를, '허삼관'은 매사 툴툴대지만 속정이 깊은 친구 같은 아버지를 묘사하고 있다.
지난 13일 천만 관객을 돌파하며 많은 관객들의 아버지를 소환해낸 '국제시장'의 덕수(황정민 분)는 그저 가족들이 잘 먹고 잘 살 수 있다면 독일이든 베트남이든 가리지 않고 달려가며 돈을 벌어오는 인물. 젊음을 다 바쳐 헌신했지만 자식 세대로부터 소외되고 마는, 씁쓸한 노년이기도 하다.

극중 그가 베트남 전쟁에 참전하면서 집으로 부친 편지 중 '이 고생을 우리 자식이 아니라 우리가 할 수 있어서 다행'이라는 대목은 일각에서 '요즘 세대 고생은 고생이 아니냐'는 비판을 받기도 했지만 윤제균 감독은 "이 대사는 당시 부모 뿐만 아니라, 요즘 부모에게도 해당되는 대사다. 자식이 우리보다 더 나은 환경에서 자라기를 바라는 마음은 세대를 초월한 감정 아니겠나"라며 선을 그었다.
반면 '허삼관' 속 아버지는 보다 더 속이 좁고 친구 같은, 하지만 속정이 깊은 아버지다. 하정우가 연기한 허삼관은 맘에 드는 여자 옥란(하지원 분)에게 공격적으로 대시해 결혼에 성공할만큼 남성적이지만, 11년이나 애지중지 키워온 첫 아들이 사실 남의 아들이라는 사실 앞에 무너지고 만다. 그는 첫 아들에게 "엄마가 없을땐 아저씨라고 불러"라고 시키거나, 만두를 사주러 가는 길에 첫 아들은 쏙 빼놓는 식으로 자잘한 복수에 나선다.
물론 그가 키워온 정을 외면하지 못하고 부성애를 발휘하는 후반부는 강력한 눈물을 유발할 예정. 자신의 피를 팔아 가족을 살리기 위해 노력하는 그의 모습은 어쩌면 '국제시장'의 덕수보다 더 원초적으로 자기 파괴적인 희생을 보여주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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