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양배우가 디즈니에 입성했다. 그것도 무려 한국인이다. 누구냐고? 바로 다니엘 헤니가 그 주인공.
국내에서도 많은 사랑을 받고 있는 다니엘 헤니는 디즈니의 환영 속에 애니메이션 ‘빅 히어로’ 더빙에 참여했다. ‘빅히어로’는 힐링 로봇 베이맥스와 로봇 전문가 히로의 이야기를 다룬 작품. 다니엘 헤니는 극 중 히로의 형이자 베이맥스를 처음으로 개발한 테디 역을 맡아 따뜻하면서도 정감 넘치는 테디의 목소리 연기를 해냈다.
이미 ‘겨울왕국’을 통해 한국인 애니메이터가 디즈니의 캐릭터를 만들어냈다는 것이 화제를 모은 바 있지만 한국 배우가 디즈니 애니메이션에 더빙을 맡게 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 다니엘 헤니의 디즈니 입성은 많은 화제를 모은 바 있다.

본인 자체도 신기하단다. 마치 아직도 꿈을 꾸고 있는 것 같다고. 어릴 적부터 좋아하던 디즈니 스튜디오에 처음으로 발을 내딛었던 당시의 소감과 디즈니와 함께 작업을 해 본 소감, 그리고 동양 배우로서 할리우드에서 저변을 넓혀나가기 위한 자신만의 생각 등, 다니엘 헤니는 취재진과 가진 인터뷰에서 많은 것들에 대한 이야기를 털어놓았다.
- 영화 어떻게 봤나.
▲ 첫 번째 봤을 때는 신경을 써서 보느라 잘 몰랐는데 두 번째 봤을 때는 정말 재밌게, 편하게 봤다. 친구랑 극장에서 봤는데 지금까지 열 번 정도 본 것 같다. 매번 볼 때마다 운다(웃음).
- 디즈니 애니메이션을 원래 좋아했나.
▲ 당연하다. 안 좋아하는 사람도 있을까, ‘피터팬’의 팬이었고 제일 좋아하는 디즈니 영화는 ‘토드와 코퍼’다. 최근작은 ‘월E’와 ‘겨울왕국’도 재밌게 봤다.
- 디즈니와 일한 소감은 어떤가.
▲ 아직도 꿈 같다. 미시건이라는 시골에서 자랐는데 그런 나에겐 캘리포니아 도시조차도 꿈이었고 서울조차도 꿈이었다. 그런데 디즈니와 영화를 할 수 있어서 영광스럽다. 아직도 꿈같다.
- 적은 분량이 아쉽지는 않았나.
▲ 많이 나오진 않았지만 오히려 그게 더 어려웠다. 짧은 시간 안에 연기를 어떻게 할 수 있을까 고민했고 집중해서 했다. 분량이 적지만 집중해서 하려고 노력했다. 나도 안 죽었으면 좋겠다고 생각도 했다(웃음).
- 후속편에 대한 이야기가 있나.
▲ 인터넷에서 사람들이 이야기를 하지만 디즈니에서는 공식적으로 이야기 나온 건 없다. 지금은 홍보 중이니까 아마도 내년 즈음에 이야기를 하지 않을까.
- 오디션은 어떻게 참했고 어떤 것을 했는지 궁금하다.
▲ 대본이 없고 장면의 콘티 같은 게 있다. 감독이랑 이야기해보고 프로듀서와 이야기하고 이후엔 그냥 내 마음대로 한다. 그게 너무 어렵더라. 한 시간 반 정도 오디션을 봤는데 재밌게 했다. 처음엔 좀 떨리고 무서웠는데 아마 내 생애 가장 어려웠던 오디션이었다. 사실 오디션 끝난 후에는 자신감을 가졌었다. ‘그래, 이 정도면 잘 했어’ 생각했는데 전화가 안 오더라. 매일 전화기를 보면서 ‘왜 이렇게 조용해’하고 초조해했는데 드디어 2주 후에 전화가 왔더라.

- 감독이 다니엘 헤니의 오디션 첫 대사를 듣고 감동을 받았다고 했다.
▲ 캐스팅 전에 나를 포함해 2명의 배우를 생각 중인 걸로 알고 있었다. 내가 캐스팅 된 건 행운이다. 오디션은 따뜻한 느낌을 찾는 게 중요했다. 정말 행운이라고 생각하는게 내 목소리가 저음과 고음을 오갈 수 있어서 애니메이션 작업에 적합한 목소리라고 생각한다.
- 첫 더빙연기였는데 어려웠던 지점이 있다면.
▲ 디즈니라는 큰 스튜디오에서 전화가 오고 이런 영화가 있는데 한 번 해볼래라는 이야기를 들었다. 이후 디즈니에 갔는데 막 트로피도 있고, 그 어마어마함에 눌렸다. 또 스튜디오에 가서 혼자 연기를 해야 되는데 그게 정말 이상했고 애니메이션 오디션을 안 해봤으니까 어떻게 시작하는지 모르지 않나. 모든 것이 어렵고 새로웠다.
- 한국판 ‘빅히어로’에서 테디 역할을 더빙할 성우에게 조언을 해준다면.
▲ 한국 버전으로도 해보고 싶었는데 시간이 흘러서 아쉽게 불발됐다. 모든 애니메이션은 모든 이들에게 있는 동심을 찾아야하는 것 같다. 나도 내 안에 있는 어린 아이를 찾아서 연기하려고 노력했는데 어렸을 때는 어떤 것도 신경 쓰지 않지 않나. 아무것도 신경 쓰지 않고 웃고 울고 한다. 그런 동심을 성우분께 말씀해주고 싶다.
- 테디 목소리 연기, 중점을 둔 부분이 있다면.
▲ 나는 형제 자매가 없다. 그래서 엄마랑 이야기를 많이 해봤는데 엄마한테 내가 만약 동생이 있으면 무슨 톤으로 말할까 물어봤다. 여자친구와 이야기하는 톤하고는 또 다른 사랑일 것이라고 이야기를 해주시더라. 테디는 히로를 형으로서 강하게 하지만 강압적이진 않게 이끌어야하는데 사랑과 따뜻함이 바탕 돼야 하니까 어려웠다.
- 어린 시절 인종차별 때문에 많이 힘들었다고 한 적 있는데. 이번엔 어땠나.
▲ 자라면서는 느꼈지만 지금의 할리우드는 많이 좋아졌다. 문이 많이 열렸고 사람들은 더 글로벌하게 일하려고 한다. 부정적인 것들이 사라졌다. 물론 조금은 남아있다. 나라마다 문화마다 이슈가 다르니까. 하지만 개인적으로는 별로 없었다. 동양 배우로서 더 많은 기회가 주어지기 때문에 좀 더 갖춰지고 준비돼야겠다는 건 느낀다. 기회가 왔을 때 성실함으로 다가가서 주어진 기회만큼 더 프로페셔널하게 잘 해야겠다는 책임감을 가지고 일하고 있다. 예전에는 동양인에게 주어진 역할이 한정돼 있었는데 조금 더 나아지긴 했다. 더 나아지고 기회가 주어질수록 더 잘해야겠다는 생각을 한다.
- 디즈니가 오랜 시간 사랑받아올 수 있었던 이유는 뭘까.
▲ 혹시 디즈니랜드를 가보셨나. 갔을 때 받는 그 기분이 디즈니 스튜디오에도 있다. 사람들 모두가 좋고 에너지가 넘친다. 심지어 주차요원들도 나를 보면 오늘 기분 어떻냐면서 인사를 건넬 정도다. 모두를 행복하게 해주고 아직 아이들 같이 생각하는가 하면 에너지가 넘친다. 양복도 안 입고 굉장히 자유롭다.
- 다음 할리우드 작품 계획이 있나.
▲ 준비하고 있다. 친한 작가가 시나리오를 쓰고 있다. 미드인데 액션 같은 것이다. 비밀이라 많이는 말씀드릴 순 없지만 재밌을 것 같다. 동양인으로서 제한된 역할이 아닌, 주인공으로서 풀어갈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하aun 작업하고 있다. 멋진 역할이다 잘됐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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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댓시네마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