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 출범 이전부터 라이벌 관계였지만, 천안 현대캐피탈 스카이워커스는 역사적으로 삼성화재에 열세였다. 4라운드 승리 이전까지 역대 삼성화재전에서 19승 43패였고, 홈인 천안 유관순체육관에서도 9승 18패로 세 번을 만나야 한 번 이기는 수준이었다. 이번 시즌에도 삼성화재는 현대캐피탈이 3라운드까지 한 번도 꺾지 못한 상대였다.
4라운드 역시 막강한 선두 삼성화재의 승리를 점치는 예상이 많았다. 현대캐피탈은 우리카드를 만나 3-0으로 승리하며 분위기 반전의 계기를 잡기는 했지만 그 이전까지 4연패 늪에 빠져 있었고, 반면 삼성화재는 7연승을 달리며 선두 독주를 하던 중이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뚜껑을 열자 승리를 위해 강한 열망을 더 크게 보인 현대캐피탈이 승리를 가져갔다. 특히 감기몸살로 컨디션이 좋지 않았음에도 투혼을 발휘한 문성민이 범실을 단 1개만 저지르는 ‘무결점 공격력’을 앞세워 29득점한 것이 결정적이었다. 김호철 감독도 “끝까지 집중력을 잃지 않고 열심히 뛰어다녔다는 점이 승인이다”라며 선수들의 강한 집중력을 칭찬했다.

100% 김 감독을 만족시키고 있지는 못하지만, 신인 세터 이승원의 주눅 들지 않는 볼 배급 속에 팀은 서서히 정상화 길을 걷고 있다. 리시브를 맡아줘야 하는 박주형도 정신적으로 강해졌다. 김 감독은 “주형이는 요새 많이 좋아진 것 같다. 아직 서브 리시브 문제는 있지만, 정신적인 면이 긍정적으로 변했다. 그리고 내가 아니면 안 된다는 책임감도 커졌다”며 트레이드 파동 후 정신적으로 성숙한 박주형의 변화도 언급했다.
지난해 말 4위 자리를 놓고 경쟁 중인 한국전력과의 임대 트레이드에 적극적으로 응했을 정도로 현대캐피탈은 절박했다. 정규시즌 우승이나 플레이오프 직행이 어려운 것은 물론 4위마저 불투명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4연패 뒤 2연승으로 현대캐피탈은 살아나고 있다. 4위를 탈환함을 물론 3위 대한항공과의 승차도 단 3점에 불과하다. 포스트시즌 진출의 희망은 다시 커지고 있다.
최근 분위기가 달라진 것은 큰 변화다. 4연패 침체기를 보냈으나 최하위 우리카드를 잡고 분위기를 전환하더니 선두 삼성화재를 격침시켜 기세를 이어갔다. 7연승 중이던 선두를 멈추게 한 것은 앞으로 다른 팀을 만나서도 자신감으로 작용할 것이다.
최근 2경기에서 좋은 모습을 보였지만, 좀 더 좋아질 여지가 남아 있다는 것도 희망적인 점이다. 그리고 그것이 주포인 외국인 선수라면 더욱 그렇다. 김 감독은 케빈의 투쟁심을 일깨우기 위해 애쓰고 있다. “케빈은 좀 더 저돌적이고 승부욕이 강해야 한다. 그런 부분만 나아진다면 오늘 같은 경기를 자주 할 수 있을 것 같다”며 김 감독은 팀의 선결과제로 케빈의 각성을 꼽았다. 케빈이 좀 더 강하게 새로 태어날 수 있을지도 주목된다.
다음 상대는 구미에서 만날 LIG손해보험이다. 이 경기 전후로 5위 한국전력이 2경기를 벌이는데, 그 중 2번째로 만날 팀이 3위 대한항공이다. 한국전력의 경기 결과에 따라 현대캐피탈이 3위로 올스타 브레이크를 맞이할 기회도 생길지 모른다. 현대캐피탈이 한 번도 빠지지 않고 개근 중인 ‘봄 배구’에 이번 시즌에도 참가 가능할지 관심이 집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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