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사 3루, 1사 3루에서는 100% 득점을 만드는 것을 과제로 삼아주길 바란다.”
LG 트윈스 양상문 감독은 지난 5일 신년하례식에서 야수진에게 과제를 제시했다. 3루에 있는 주자를 반드시 홈으로 불러들이는, 찬스에 강한 팀이 되기를 원했다.
사실 양 감독은 이전에도 비슷한 이야기를 했다. 2014시즌 마지막 경기였던 작년 10월 31일 넥센과 플레이오프 4차전이 끝난 후 “이제부터 내년 준비에 들어간다. 한 점이 꼭 필요한 상황에 주자 3루라면 땅볼을 쳐서라도 한 점을 내는 부분이 우리에게 필요하지 않을까 싶다. 이 부분을 선수들에게 강하게 주문할 것이다”고 밝힌 바 있다.

2014시즌 LG는 득점권 타율 2할9푼으로 리그 전체 4위에 올랐다. 주자 2루시에는 타율 2할6푼7리로 3위, 나쁘지 않았다. 문제는 주자 3루. 양 감독의 이야기처럼 3루 베이스에 주자가 있을 때는 순위가 확 떨어졌다. 1, 3루에서 타율 2할5푼8리로 9위, 3루에선 타율 2할7푼6리로 7위, 2, 3루에선 타율 3할2푼6리로 5위였다. 무사나 1사에서 3루에 주자가 있으면 안타 외에도 점수를 뽑기 위한 다양한 방법이 있다. 그래도 어쨌든 타율 자체가 낮았다. 양 감독의 요구처럼, 주자 3루시 득점이 원활해진다면, LG는 훨씬 편한 야구를 할 것이다.
물론 쉽지 않은 일이다. 3루에 주자가 있으면 상대 투수의 볼배합과 수비 진영 등 많은 것들이 변한다. 상대는 실점하지 않기 위한 전략을 들고 나오고 타자는 이를 극복해야만 한다. 언뜻 보면 쉬워 보이는 희생플라이지만, 상대 투수의 낮게 제구된 공을 플라이로 연결시키는 것은 절대 만만한 일이 아니다.
이병규(9번)는 “1사 3루에서 내가 해야겠다는 욕심을 내면 나쁜 타구가 나오기 쉽다. 그런데 볼을 골라서 출루해도 뒤에 타자가 병살을 치면 후회하게 된다. 점수차가 크지 않은 상황에선 상대팀의 투수도 만만치 않다. 보이는 것만큼 쉬운 일이 절대 아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도 이병규는 “그래도 해내야 한다. 감독님께서 데이터를 보고 판단하셨는데, 내가 봐도 우리가 3루 주자를 불러들이지 못한 경우가 많았다. 1사 3루에서 득점 못하면 2사가 되도 득점이 안 나는 경우가 많다. 100%는 힘들어도 최소 10번에 7번은 득점해야 한다고 본다. 이렇게 되면 우리가 진짜 강팀이 될 것이라 믿는다. 우리가 해야 할 부분이다”고 다짐했다.
노찬엽 타격코치는 젊은 선수들의 정신력을 잡는 게 관건이라고 봤다. 노 코치는 “심리적인 면이 좌우한다고 생각한다. 베테랑 선수들은 괜찮다. 이들은 찬스에서 어떻게 풀어야 하는지 잘 안다. 그런데 어린 선수들은 찬스에 놓이면 부담을 느낄 수 있다”면서 “그러다보니 호흡부터 편하게 나오지 않는다. 베테랑들은 타석에서 자세가 편하고 일정하다. 경험이 없는 선수들은 찬스에선 더 들뜨는 경향이 있다. 정신력을 잡는 게 내 일이라고 생각한다. 찬스에서 열을 내는 선수가 있나하면, 소심해지는 선수도 있다. 선수 성격에 맞춰 정신력을 지도할 계획이다”고 밝혔다.
LG의 2014시즌 팀 타율은 2할7푼9리로 최하위였다. 경기당 평균 5.22점을 내며 이 부문에서도 7위에 자리했다. 적게 뽑고, 더 적게 내주는 야구로 기적을 이뤘다. 양 감독은 앞으로 LG가 ‘상대하기 두려운 팀’, ‘끈질기게 물고 늘어지는 팀’이 되기를 원한다. LG가 하루 앞으로 다가온 스프링캠프에서 강한 팀 컬러를 구축, 찬스를 놓치지 않는 진짜 강팀이 될 수 있을지 주목된다.
drjose7@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