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동국(36, 전북 현대)이라는 이름이 한국 축구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결코 작지 않다. 국가대표팀에서는 한국 선수로는 9번째로 A매치 100경기 출전 기록을 세우며 '센추리클럽'에 가입했고, K리그에서는 167골을 넣어 K리그 역사상 최다 득점자로 기록돼 있다. 또한 지난해에는 소속팀 전북의 3번째 정규리그 우승을 이끌며 MVP로 선정, 역대 최다 MVP 수상이라는 기록도 세웠다.
이동국은 이제 만 36세다. 골키퍼를 제외하고 필드 플레이어 중 이동국보다 나이가 많은 선수는 없다. 하지만 이동국에게 나이는 거추장스러운 꼬리표에 불과하다. 6년 전 전북으로 이적했을 당시 30대에 접어든 나이는 이동국을 향한 부정적인 시선의 시작이었다. 그럼에도 이동국은 개의치 않고 자신의 갈 길을 가고 있다. 오히려 30대에 접어든 이후 20대의 어떤 때보다 많은 득점을 터트리며 최고의 전성기를 달리고 있다.
▲ 다음은 이동국과 인터뷰

- 지난해 공식 경기만 42경기를 뛰었다. 힘든 건 없나?
체력 회복이 되지 않아 힘들다는 생각은 해본 적이 없다. 체력 회복에 대해서는 20대 초반과 다를 바가 없다. 아무래도 선수가 생각하는 것의 차이인 것 같다. 나이가 들어서 힘들다고 하면 계속 몸이 처진다.
- 전북의 연령층이 높아졌다. 동료들에게 조언을 하자면?
동료들도 자신들이 나이가 먹은 줄 모르겠다고 하더라. (나이를 먹으면 힘들다는 건) 편견인 것 같다. 선수들의 경기력이 매번 좋을 수가 없다. 굴곡이 분명 있다. 그런데 그것을 나이가 먹어서라고 생각을 많이 한다. 그것이 편견이다. 선수의 경기력은 리듬이 있다. 안 좋을 때도 있지만, 다시 올라가게 마련이다. 역시나 생각을 하는 차이다.
- 어느 정도 은퇴를 생각할 나이이긴 하다.
내가 은퇴하는 시점은 경기력이 떨어지는 순간이다. 그렇게 되면 고민을 정말 많이 할 것이다. 하지만 벌써부터 은퇴 시점을 두고 생각하는 건 아닌 것 같다. 미리 경기력에 대한 걱정과 은퇴 시점을 생각할 필요가 없을 듯 하다. 뛰다보면 경기력이 떨어질 것이고, 체력적으로 문제가 생길 것이다. 그 때는 미련없이 선수 생활을 접을 것이다.
- 포항에서 데뷔를 해 7년을 보냈다. 올해로 전북에서도 7년이 된다. 두 팀은 이동국에게 어떤 의미가 있나?
포항과 전북 모두 내게는 고마운 감정이 있는 팀이다. 포항은 초등학교와 중학교, 고등학교, 그리고 프로 생활까지 할 수 있게 해준 팀이다. 어떻게 보면 이동국이라는 존재를 만들어준 팀이다. 고맙게 생각할 수밖에 없다. 전북의 경우에는 나 이동국을 한 단계 업그레이드 시켜준 팀이다.
- 전북 이적 후 창단 첫 정규리그 우승, 그리고 지난해 세 번째 정규리그 우승을 하는데 큰 힘을 보탠 것 같다.
전북이 명문으로 나아가고 있는 걸 보면 나도 도왔다는 생각에 행복하다. 모든 사람이 도운 것이지만 내가 그 중 한 명이라는 점에서 행복한 것이다. 시간이 흘러 몇 년 뒤, 몇 십년 뒤 첫 우승의 순간을 떠올렸을 때 내가 있었다는 것 생각하게 되도 감격스럽다.
- 얼마나 우승 트로피를 더 수집하고 싶나?
얼마 전 구단에서 우승 반지를 제작해줬다. 반지를 보고 있으니 우승 트로피가 더 탐나게 됐다. 은퇴하는 순간까지 더 많은 우승 트로피를 들어 올리고 싶다. (옷에 새겨진 별 3개를 만지면서) 3개를 보니깐 허전한 것 같기도 하다. 하나 더 만들어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 올해로 전북과 계약이 끝난다.
올해로 전북과 7년째다. 7년 동안 다른 팀에서 이적 제안이 왔었다. 하지만 내 1순위는 언제나 전북이었다. 올해로 계약이 끝난고 어떻게 될 지는 아무도 모른다. 그러나 언제나 내 마음속의 1순위는 전북으로 두고 있다.
③편에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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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주=백승철 기자 baik@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