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리온스, ‘길렌워터 의존증’ 전혀 줄지 않았다
OSEN 서정환 기자
발행 2015.01.15 08: 31

리오 라이온스(28, 오리온스) 가세로 출전시간이 줄었지만 의존도는 여전했다. 트로이 길렌워터(27, 오리온스) 이야기다.
고양 오리온스는 14일 오후 잠실학생체육관에서 벌어진 2014-2015시즌 KCC 프로농구 5라운드에서 서울 SK에 67-73으로 패했다. 개막 후 8연승을 질주했던 오리온스(18승 17패)는 KT, 전자랜드와 함께 공동 4위로 처졌다. 우승후보에서 6강의 마지노선까지 추락한 것이다.
2 대 2 트레이드를 통해 리오 라이온스가 합류한 후 첫 경기로 기대를 모았다. 라이온스의 가세로 기존 길렌워터에게 가해지는 부담이 줄어들 것으로 기대를 모았다. 하지만 애초에 오리온스의 문제점은 라이온스가 해결해줄 수 없었다. 외국선수 1인 출전제에서 어차피 길렌워터와 라이온스는 교대로 뛴다. 오리온스는 길렌워터가 뛰는 23분 17초 동안 지나칠 정도로 그 선수만 쳐다봤다.

오리온스는 이현민과 길렌워터의 투맨게임에서 주로 공격을 시작했다. 길렌워터가 외곽까지 나와 스크린을 걸어준 뒤 픽앤롤이나 픽앤팝을 하는 경우가 많았다. 대부분의 공격이 길렌워터가 1 대 1을 먼저 해보고, 여의치 않으면 빼주는 식이었다. 장재석이나 이승현을 메인으로 하는 공격은 거의 찾아보기 힘들었다. 길렌워터는 오리온스가 넣은 2점슛 19개 중 절반가량인 8개를 혼자 넣을 정도로 공격비중이 높았다.
문제는 오리온스가 지나치게 한 수만 고집했다는 점이다. 특히 승부처인 4쿼터에 길렌워터만 찾고 나머지 선수들은 서서 구경하는 경우가 많았다. 길렌워터는 4쿼터 오리온스가 던진 2점슛 7개 중 4개를 독점했다. 수비수 3명에게 둘러싸인 길렌워터에게 공을 주고 무리한 공격을 시켰다. 오죽하면 문경은 감독이 작전 시간 중 “상대 공격 뻔하잖아?”라고 말할 정도였다.
또 다른 문제는 이현민 등 가드진이 길렌워터에게 제 때 공을 공급해주지 못했다는 점이다. 투맨게임의 핵심은 타이밍과 패스다. 하지만 오리온스 가드진은 골밑의 길렌워터가 베스트 포지션을 잡았을 때 딱딱 공을 넣어주지 못했다. 이현민은 길렌워터와 픽앤롤을 하는 과정에서 부정확한 패스로 턴오버를 범하기도 했다. 외려 길렌워터에게 가장 공을 잘 넣어준 선수는 포워드 이승현이었다. 이승현은 이현민과 같은 5개의 어시스트를 기록했는데 대부분 길렌워터가 해결해줬다.
지나친 길렌워터 의존으로 나머지 선수들은 들러리로 전락했다. 길렌워터의 1차 공격이 성공되면 다행이다. 하지만 실패할 경우 24초 중 10~14초를 그냥 날린 셈이 된다. 팀을 재정비해 또 다른 패턴을 하기에는 이미 늦은 시간. 어쩔 수 없이 죽은 공을 돌리던 오리온스는 외곽슛을 난사하는 최악의 수를 뒀다. 이날 오리온스는 23개의 3점슛을 시도했다. 그 중 17개를 국내선수들이 시도했다. 그 중 성공은 5개 뿐. 대부분이 시간에 쫓겨 할 수 없이 던진 슛이었다. 당연히 성공률도 좋지 않았다.
이밖에도 오리온스는 수많은 문제점이 엿보였다. 아웃넘버 속공상황에서 우왕좌왕하다 득점을 놓치는 장면도 수차례 나왔다. 공을 몰고 나가는 선수 외에 다른 선수들이 충실하게 속공에 참여해주지 않았다. 지역방어를 서며 수차례 공격리바운드를 헌납하는 장면도 보였다. 오리온스는 14개의 공격리바운드를 허용했다. 하지만 수비에 변화를 주는 타이밍이 늦었다. 5명이 모두 기본을 지키지 않으면 농구는 승리할 수 없다. 길렌워터 혼자 절대 해결해줄 수 없는 부분이다.
주로 외곽에 포진한 이승현은 단순한 스팟업 슈터로 전락했다. 대학까지 4~5번을 보던 이승현에게 갑자기 스몰포워드의 움직임을 기대하기는 무리다. 이날 이승현은 5개의 3점슛을 쏴서 모두 놓쳤다. 리바운드는 1개에 그쳤다. 길렌워터 및 라이온스에게 공간을 내주느라 골밑에 거의 들어가지 않았기 때문이다. 포스트업으로 적극적으로 림을 노리고, 수비수를 붙여서 외곽으로 빼주는 이승현 특유의 장점이 퇴색되고 있다.
길렌워터와 라이온스는 분명 위력적인 선수다. 하지만 두 선수만 바라보는 농구는 한계가 자명하다. 이들의 공격력을 살리면서 국내선수들까지 파생효과를 누려야 한다. 또 이승현, 장재석 등 국내선수들도 공격에서 큰 역할을 부여받아야 한다. 오리온스는 길렌워터 의존증을 줄이고 국내선수가 살아나는 방법이 절실하다. 이대로라면 오리온스는 6강 진출도 어려울 수 있다.
jasonseo34@osen.co.kr

Copyright ⓒ OSEN.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