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박신혜가 ‘피노키오’를 통해 예쁜데 연기까지 잘하는 독보적인 배우의 입지를 더욱 단단히 했다. 그가 연기한 최인하는 흔히 말하는 민폐형 신데렐라가 아니어서 더 사랑스러웠는데, 박신혜는 이 같은 캐릭터의 장점을 극대화했다. 무엇보다도 그는 갈등이 최고조에 이르러 답답할 수 있는 순간에도 믿고 기다리게 만드는 긍정적인 힘을 가진 배우였다.
박신혜는 15일 종영하는 SBS 수목드라마 ‘피노키오’에서 정의로운 사회부 기자를 연기하며 이종석과 함께 드라마의 인기를 이끌었다. 그가 연기한 인하는 로맨스 드라마가 흔히 사용하는 장치인 민폐형 여주인공이 아니었다. 스스로 삶을 개척하고, 그 어떤 고난에서도 명쾌한 해답을 찾으려는 모습이 기특하고 예쁜 인물이었다. 로맨스 드라마는 남자 주인공이 인기를 견인하는 역할을 크게 하는데, 박신혜를 향한 높은 호감도는 이종석의 어깨를 가볍게 해줬다.
박신혜는 싱그럽고 긍정적인 매력을 가진 배우. 극중에서 캐릭터가 슬픔에 빠져 있어도 환한 미소 한방에 희망을 발견할 수 있게 만드는 장기를 발휘할 줄 안다. 전형적인 신데렐라 캐릭터였던 ‘상속자들’을 연기할 때도 여성 시청자들의 시기어린 질투를 덜 받았던 것도 박신혜의 호감도 가득한 평소 행보 때문이었다. 팔딱팔딱 살아숨쉬는 듯한 생동감을 갖춘 그의 로맨스 연기는 ‘피노키오’의 관전 즐거움 중에 하나였다. 인형 외모로 액자에 틀어박혀있는 듯해 어떤 연기를 해도 화려한 스타로 보여 어색한 게 아니라 마치 내 옆에 있는 듯한 생명력을 갖춘 연기를 했다.

밝은 매력뿐만 아니라 연기 내공을 갖춘 배우답게 또래배우들과 비교했을 때 상당히 깊은 표현력을 갖추고 있다. ‘피노키오’는 부모세대의 악연 때문에 힘들어하는 남녀 주인공이 존재했다. 긍정적이고 건강한 매력을 가지고 있는 박신혜는 이 같은 애틋한 순간에는 폭발력 있는 감정 연기로 ‘눈물의 여왕’다운 모습을 보여줬다.
아역배우 출신인 그는 탄탄한 연기력을 갖추고 있는 배우. ‘천국의 계단’을 시작으로 그가 보여준 눈물 연기는 매번 시청자들의 가슴 한 켠을 뜨겁게 만들었다. 큰 눈망울에서 뚝뚝 떨어지는 눈물, 울 때는 이마와 볼 등 모든 얼굴 근육을 사용해 풍성한 감정 연기를 할 줄 아는 영민한 재능까지 갖추고 있다. 그가 국내 뿐만 아니라 해외에서도 인기를 끌며 차세대 ‘한류퀸’으로서 자리잡은 것은 대사 전달이 상대적으로 취약할 수밖에 없는 외국인들마저 사로잡는 다채로운 표현력 덕분이다.
귀로 이야기를 이해할 수 있는 국내 시청자와 달리 해외 시청자들은 아무래도 표정 연기를 집중하게 되는데 박신혜는 그런 점에서 해외 시청자들을 표정만으로도 설득할 수 있는 강점을 보이고 있다. 사실 여배우가 얼굴이 예쁘면 연기에 대한 날선 평가가 존재하기 마련인데, 박신혜는 오롯이 연기력으로 이 같은 한계를 뛰어넘고 전세대를 끌어안을 수 있는 힘을 갖추고 있다. 아직 20대인 그의 행보가 더욱 기대를 되는 것도 이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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