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삼관' 하정우, "하지원의 배려, '이런 게 내조구나'했다" [인터뷰②]
OSEN 김윤지 기자
발행 2015.01.16 07: 27

영화 '허삼관'은 배우를 보는 재미가 있다. 주연인 하정우와 하지원의 합은 물론, 화려한 출연진을 자랑한다. '한국영화 인증마크'라 불리는 이경영을 필두로 장광, 전혜진, 주진모, 성동일, 김영애, 정만식, 조진웅, 김기천, 김성균, 윤은혜 등이 출연한다. 주요 배역을 맡은 이도 있지만, 단 한 장면만 등장하는 배우도 있다. 모두 하정우를 위하는 마음으로 모였음을 짐작할 수 있다.
연출 겸 주연을 겸한 하정우는 이에 대해 "제가 불쌍해 보였나 보다"라고 너스레를 떨면서 "오래 전부터 나에게 힘을 실어주겠다고 한 분들"이라고 고마움을 표현했다. 하정우가 '감독'으로 만난 배우들에 이야기를 들어봤다.
=배우 하지원, 인간 하지원은 어떤가.

"매체를 통해 보여지는 하지원은 건강하고, 올바르고, 예의 바른 사람이다. 오랫동안 연예계 일을 하면서 꾸며진 모습인가 했다. 그런데 그렇지 않았다. 실제로도 한결같다. 밤을 새도 생생하다. 굉장히 순수하고 소녀 같은 마인드로 살아가는 사람이. 그 에너지가 참 좋다. 하루는 촬영이 끝나고 아이들을 자신의 차에 태워 순천 시내로 나가더라. 장난감을 사주고 오락실을 갔다. 쉬운 일이 아닌데 거리낌이 없었다. 그냥 놀아주나 보다 했는데, 한결 같더라. 본인의 촬영이 없음에도 아역배우들의 마지막 촬영을 함께 했다. 아이들의 운동화를 사들고 서울에서 순천으로 굳이 왔다. 그런 마음 씀씀이를 보면서 하지원이란 배우가 왜 사랑을 받는지 알겠더라. 그런 태도와 자세를 보면서 저런 배우가 돼야겠다 싶었다.
=어떤 점을 배우고 싶었나
"자기 관리가 철저하다. 그렇게 운동을 많이 하는 여배우는 처음 봤다. 매사 긍정적인 생각을 하는 점도 닮고 싶다. 감독으로서 배우들에게 미안할 때가 '강수 가능성 40'인 날 촬영을 하자고 했더니 진짜 비가 올 때다. 민망하다. 그럴 때 하지원이 나서서 '그럴 수도 있다'고 해준다. 굉장히 고맙다. '이런 게 내조구나' 싶었다.
=하지원이 화면에서 정말 예쁘게 나오더라.
"그런 이야기들이 많더라. 1960년대 장면에선 일부러 톤을 다운시켰다. 피부가 워낙 좋다. 1950년대에서는 원래 느낌을 살려도 되지만, 1960년대에는 세 아이의 엄마인데 피부가 너무 좋아 색 보정을 했다. 다른 특별한 건 전혀 없었다. 메이크업도 거의 하지 않았다. 순천과 합천에서 촬영을 했는데 공기가 좋아서 그런 영향을 받지 않았나 싶다."
=극중 임분방 역으로 특별출연한 윤은혜가 인상적이다. 원작에선 허삼관이 임분방과 관계를 맺지만, 영화에선 애매하게 그려진다. 그래서 어떻게 된거냐. (웃음)
"임분방과 허삼관의 관계는 미궁 속으로 빠트렸다. 사실 대사나 설명이 더 있었지만, 편집했다. 관객의 상상에 맡기겠다."
=영화에서 윤은혜가 두 번 등장한다. 처녀시절 임분방(윤은혜)를 두고 마을 청년들이 '살집이 있다'고 표현한다. 하지만 전혀 그렇게 보이지 않더라.
"둘 다 특수분장을 했다. 처녀시절은 몸무게가 80kg 정도, 결혼한 후에는 100kg 정도로 설정했다. 근데 한복 탓에 티가 안났다. 특히 처녀시절의 경우 현장에서 모니터를 할 때부터 티가 안난다는 말이 나왔다. 상황상 이미 돌일킬 수가 없었다. 임분방 역을 두고 처음엔 체격이 있는 배우들을 찾았는데, 재미가 없겠더라. 윤은혜에게 상황을 설명하면서 부탁했는데, 흔쾌히 수락해줬다." 
 
=성동일, 이경영, 김성균, 김영애, 조진웅 등이 출연한다. 생각보다 등장신이 적더라.
"모두 감사드린다. 제가 불쌍해 보였나 보다. 전작을 함께 하고, 가깝게 지낸 분들이다. 영화 감독을 꿈꾼다고 하자 오래 전부터 나에게 힘을 실어주겠다고 한 분들이었다. 응원으로 함께 해주신거다."
=감독 대 배우로 만나니까 어떻게 달라졌나.
"분명 친하게 지내고 편했던 사람인데, 감독 대 배우로 만나니까 눈치를 보게 되더라. 진행이 순조롭지 않을 때 혹시 짜증을 내진 않을까 신경쓰였다. 나 역시 배우이기 때문에 배우들이 어떤 상황에서 불만을 느끼는지 알지 않나. 그런 부분에서 신경을 쓸 수 있었다."
'허삼관'은 가난하지만 화목한 허삼관(하정우)와 허옥란(하지원) 부부와 그 세 아들들의 이야기를 담는다. 지난 14일 개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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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형준 기자 jpnews@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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