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 야수 선발에 심사숙고하던 SK가 그들이 원하던 선수를 손에 넣었다. 앤드류 브라운(31)을 영입하며 외국인 인선을 마무리했다. 금액도 애당초 생각했던 것보다는 적었다. 결과적으로 인내가 돈을 벌어다 준 셈이 됐다.
SK는 15일 “외야수 앤드류 브라운과 총액 80만 달러(계약금 10만 달러, 연봉 70만 달러)에 계약했다”라고 밝혔다. SK는 지난해 11경기에서 9승을 기록했던 트래비스 밴와트와 재계약을 성사시켰고 탬파베이 팜 출신의 유망주 메릴 켈리를 영입하며 외국인 투수 선발은 일찌감치 마무리한 상황이었다. 나머지 야수 하나를 놓고 고민을 거듭했는데 결국 전지훈련 출발과 함께 브라운과의 계약서에 도장을 찍었다.
브라운은 메이저리그(MLB) 경력이 그렇게 화려한 것은 아니다. 2011년 세인트루이스에서 MLB에 데뷔, 콜로라도, 뉴욕 메츠를 거치며 MLB 4년 동안 총 144경기에 뛰었다. 통산 타율은 2할2푼, OPS(출루율+장타율)는 0.671이다. 경기수나 기록 등 전체적인 측면에서 한국에 온 다른 외국인 야수에 비해 도드라지는 부분은 없다.
하지만 이번 외국인 선수 시장에서는 인기가 높았다. 트리플A 무대에서는 꾸준히 성과를 내온 거포형 선수이기 때문이다. 마이너리그 통산 720경기에서 타율 2할8푼6리, 135홈런을 기록했다. 지난해를 비롯, 트리플A에서 세 차례나 20개 이상의 아치를 그렸다. 2011년과 2012년에는 퍼시픽코스트 올스타에 선정되는 등 장타력을 인정받았다. 여기에 코너 외야수 및 1·3루를 소화할 수 있는 다양한 활용성도 가치가 컸다.
이런 브라운은 김용희 SK 감독의 ‘영입 희망 순위’에서 상당히 높은 곳에 위치하고 있었던 선수였다. 사실상 첫 번째라고 해도 무방했다. 김 감독은 지난해 육성총괄 재직 당시 미국에서 브라운을 지켜봤다. 기량에서 합격점을 줬고 내심 영입을 바랐다. 하지만 경쟁이 치열했다. 브라운을 SK만 노리는 것은 아니었다. 일본과 국내 구단으로부터 관심을 받았다. 특히 일본에서는 라쿠텐이 브라운 영입을 진지하게 고려하고 있다는 보도가 나왔다. 일본과의 돈 싸움은 언제나 힘겨운 일이다.
국내의 몇몇 구단들도 브라운 영입전에 뛰어들었다는 소문이 파다했다. 하지만 실제 계약까지 이르지 못했다. 역시 돈이 문제였다. 아시아권에서의 뜨거운 러브콜을 확인한 에이전트 측이 감당하기 어려운 금액을 요구했다. SK도 입맛만 다시던 중이었다. 그런데 영입을 원하던 팀들이 하나둘씩 떨어져 나갔다. 수요가 줄어드니, 몸값이 떨어지는 것은 당연한 일. 결국 1월을 넘기자 급해지는 쪽은 브라운 측이었고 상황을 예의주시하던 SK는 그 타이밍을 놓치지 않았다.
SK의 한 관계자는 “80만 달러가 실제 금액이다. 축소 발표가 아니다”라고 단호하게 말했다. 이에 대해 한 시장 상황에 밝은 다른 관계자는 “최소 100만 달러 이상을 줘야 영입할 수 있는 선수로 봤다. 그 이상이라는 소문도 있었는데 80만 달러면 SK가 장사를 잘했다고 봐도 무방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물론 80만 달러도 적은 금액은 아니다. 그만한 몸값을 해줄지는 뚜껑을 열어봐야 한다. 다만 아직 전성기에 있는 거포형 외야수임을 고려했을 때 제 값을 다 주고 영입한 것은 아니라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SK도 최악의 상황에서 벗어났다. SK는 지금껏 눈여겨봤던 외국인 야수들과의 계약이 불발됐다. 그 선수들은 SK보다 먼저 접촉한 타 팀 유니폼을 입었다. “MLB 스프링캠프 때까지 기다릴 수 있다”라며 애써 여유있는 모습을 드러냈지만 내심 급한 분위기도 감지됐다. 스프링캠프에 초청됐다 탈락하는 선수들은 보통 MLB 승격을 꿈꾸기 때문이다. 좋은 선수를 영입한다는 보장은 없었다.
그러나 그 전에 브라운을 영입함으로써 외국인 구성을 끝냈다. 브라운은 17일(한국시간) SK의 1차 전지훈련지인 미국 플로리다 베로비치로 합류할 예정이다. 외국인 야수 부재 공백에 대한 걱정도 사라졌다. 감독이 원했고 구단은 장사를 잘했다. 이제 남은 것은 브라운이 몸값, 그리고 기대치에 걸맞은 활약을 보여주는 일이다. 브라운은 "한국행이 매우 흥분되고 기대된다"라면서 "이길 준비가 되어 있다"라는 강렬한 첫 인사말을 남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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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iLB.com 캡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