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시 예상대로였다. 잠깐의 틈도 허락되지 않았다. 한화가 고치 스프링캠프 첫 날 도착부터 야간훈련으로 본격적인 담금질에 들어갔다. 김성근(73) 감독은 출국 차림 그대로 선수들을 지휘했다.
한화는 지난 15일 1진 선수단으로 김성근 감독 포함 코칭스태프 14명과 선수 30명이 스프링캠프가 차려진 일본 고치로 먼저 떠났다. 선수들은 인천·김포공항으로 나뉘어 오전 8시와 8시30분 비행기에 올랐다. 해가 동트기도 전인 새벽 5시, 공항에 집결할 정도로 부지런하게 일찍 움직였다.
1시간30분 정도 비행하고, 버스를 타서 고치 훈련장으로 들어간 선수단은 오후에 짐을 풀고 저녁 식사를 한 뒤 7시부터 열외 없이 훈련을 시작했다. 현지에 함께 한 한화 구단 관계자는 "저녁 7시부터 선수단 전원이 나와 훈련했다. 실내 연습장에서 몸을 풀고 난 뒤 타자는 티배팅, 투수는 섀도우 피칭을 했다"고 전했다.

보통 스프링캠프 첫 날은 장거리 이동의 여독을 풀기 위해 훈련 대신 휴식을 취하는 게 일반적이다. 다음날 훈련을 대비하며 숨을 고르는 것이 당연하게 받아들여졌지만 한화에는 이마저도 사치였다. 김성근 감독이 예고한 대로 선수는 물론 코치들까지 빠짐없이 저녁 7시부터 9시 넘어서까지 훈련을 했다.
김성근 감독도 첫 날부터 예외 없이 훈련을 지켜봤다. 선수단과 따로 떨어져 오후 2시40분 비행기를 탄 김성근 감독은 해질녘에야 고치로 들어왔다. 하지만 숙소도 들리지 않은 채 훈련장부터 찾았다. 출국할 때 입었던 재킷과 청바지 차림 그대로 훈련장에서 선수들의 모습 하나 하나를 두 눈에 담았다.
과거 SK 시절에도 김 감독은 양복 차림으로 캠프 첫 날 훈련을 지휘한 일화가 잘 알려져 있다. 이날도 밤 8시에 출국장에서 차림 그대로 나타난 김 감독은 훈련이 끝날 무렵이었던 밤 9시까지 한 시간 정도 훈련을 지휘했다. 현지 날씨가 다소 쌀쌀함에도 불구하고 노장의 뜨거운 열정을 말릴 수 없었다.
김 감독은 비활동기간 단체훈련 금지 엄숙으로 인해 45일 정도 기존 선수들의 훈련을 직접 볼 수 없었다. 지금껏 겪어 보지 못한 일이라 마음이 너무 답답했다. 오죽했으면 출국장에서도 "이제는 연습을 할 수 있게 됐다. 그게 가장 기쁘다"라고까지 말했을까. 훈련 첫 날부터 밤을 잊은 것도 당연했다.
한화는 16일 나머지 4명의 코치와 함께 김태균·정근우·조인성 등 선수 18명이 후발대로 또 합류한다. 오후 3시10분 비행기를 타고 떠나는 이들은 저녁에야 고치 훈련장에 도착할 예정이다. 짐을 풀고 저녁식사까지 해야 하기 때문에 곧바로 훈련은 어렵다. 17일부터 전체 선수단이 진짜 훈련에 돌입한다.

waw@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