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를 홀로 할 수는 없다. 동료들의 지원이 필요하다. 그런 측면에서 류현진(28, LA 다저스)의 2015년 전망은 희망적인 구석이 적지 않다. 그간 해왔던 것만큼만 한다면, 생애 첫 메이저리그(MLB) 2점대 평균자책점도 무리는 아니라는 전망이 힘을 얻는다.
앤드류 프리드먼 신임 야구부문 사장의 과감한 개혁 드라이브 속에 바쁜 겨울을 보낸 LA 다저스다. 팀의 프랜차이즈 스타이자 간판이었던 맷 켐프를 샌디에이고로 트레이드시킨 것은 상징적이다. 주전 2루수 디 고든, 든든한 4선발이었던 댄 해런도 트레이드로 떠났다. 대신 지미 롤린스, 하위 켄드릭, 야스마니 그랜달 등이 반대급부로 다저스의 유니폼을 입었다. 자유계약선수(FA) 시장에서는 핸리 라미레스(보스턴)을 잡지 않는 대신 선발 요원인 브랜든 맥카시와 브렛 앤더슨에 투자를 아끼지 않았다.
트레이드, 그리고 FA 선수들의 영입에 대한 손익을 당장 논하기는 이르다. 뚜껑을 열어봐야 알 일이다. 불확실한 부분도 분명 있다. 하지만 프리드먼 사장의 방향성은 비교적 확실하다. 한 방에 의존하기보다는 비교적 변수가 적은 수비와 마운드에 중점을 두고 있다. 1점 주고 2점을 얻는 야구보다는, 1점을 내더라도 점수를 주지 않는 방식의 야구를 지향하고 있음이 곳곳에서 드러난다. 적어도 류현진과 같은 투수로서는 호재일 수 있다.

실제 센터 라인의 수비력은 크게 강화됐다. 수비에서는 평균 이하였던 키스톤콤비(라미레스-고든)가 평균을 넘어 정상급에 가까운 수비력을 가지고 있는 키스톤콤비(롤린스-켄드릭)로 대체됐다. 새 안방마님으로 주목을 받고 있는 그랜달도 기존 주전 포수인 A.J 엘리스에 비하면 전체적으로 수비가 낫다는 평가다. 역시 수비력이 급격하게 떨어지고 있었던 맷 켐프가 작 피더슨으로 바뀐 것도 긍정적인 대목일 수 있다.
류현진은 땅볼 유도 비율이 상대적으로 높은 투수다. 때문에 바뀐 수비 라인의 득을 볼 수 있다는 것은 이미 수없이 예상된 바다. 바깥쪽 공을 스트라이크로 둔갑하는 데 재주가 있는 그랜달의 능력도 류현진에게는 호재다. 그렇다면 이런 변화가 류현진의 평균자책점(ERA)을 낮추는 데는 얼마나 효과가 있을까. 명확하게 예상할 수는 없지만 류현진의 지난해 수비무관 평균자책점(FIP)를 보면 그 가능성을 점칠 수 있다.
ERA에 비해 볼넷, 탈삼진 등 좀 더 투수의 근본적인 능력에 주목하는 FIP에서 류현진은 빼어난 성적을 냈다. 통계전문사이트 에 의하면 류현진의 지난해 FIP는 2.62였다. 시즌 ERA(3.38)보다 낮았으며 150이닝 이상을 던진 MLB 전체 투수 중 7위였다. 구장의 도움은 받았을 수 있었을지언정 수비의 도움을 받는 유형의 시즌은 아니었다는 뜻이다. 류현진이 지난해 정도의 피칭과 구위를 유지할 수 있다고 가정했을 때, 수비의 도움을 받을 ERA도 조금은 떨어질 여지를 남겨두고 있음을 추측할 수 있다.
그런데 이는 류현진에게만 해당되는 이야기가 아니다. 다른 선발투수들도 비슷한 여건에 있다는 점에서 프리드먼 사장의 복안을 느낄 수 있다. 리그 정상급 투수들인 클레이튼 커쇼(땅볼 유도율 51.8%), 잭 그레인키(48.7%) 또한 땅볼을 많이 유도하는 선수들이다. 싱킹패스트볼(싱커)을 주무기로 하는 맥카시는 52.6%에 이른다. 맥카시의 지난해 ERA는 4.05였던 것에 반해 FIP는 3.55였고 구장 보정 효과가 들어간 xFIP는 2.87까지 떨어졌다.
브렛 앤더슨은 더 극단적인 땅볼유도형 투수다. MLB 6년 통산 땅볼 유도율이 55.4%에 달한다. 역시 건강하고 수비만 받쳐주면 좋은 활약을 펼칠 수 있다는 계산이 깔려 있는 영입이었다. 류현진을 비롯한 다저스 선발진이 ‘프리드먼의 토대’ 속에서 최고의 성적을 낼 수 있을지 지켜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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