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노키오’, 기승전연애 아닌 현실 반영극 ‘완생 드라마’ [종영①]
OSEN 표재민 기자
발행 2015.01.16 07: 24

종영한 ‘피노키오’는 흔히 말하는 직장에서 연애하는 로맨스 드라마가 아닌데도 사랑을 받았다. 우리는 장르 드라마를 표방했다가 결국 기승전‘연애’로 허무하게 끝나는 경우를 많이 봤다. 허나 ‘피노키오’는 이런 실수를 저지르지 않은 채 더할 나위 없는 ‘완생 드라마’로 종영했다.
지난 15일 종영한 SBS 수목드라마 ‘피노키오’는 거짓이름으로 사는 남자와 거짓말을 못하는 여자의 청춘 성장 멜로 드라마라는 기획의도로 출발했다. 지난 해 11월 12일 첫 방송한 이래 20회가 방송되는 동안 이 드라마는 시청률과 화제성을 동시에 챙기며 기자를 소재로 하는 드라마는 망한다는 징크스를 깼다.
기자라는 직업 자체가 의사나 변호사 등 다른 직업군과 달리 장르 드라마에 활용될 경우 실패하는 경우가 많았다. 이는 기자가 다른 전문직에 비해 극적인 긴장감이 떨어지거나, 아니면 시청자들의 영웅 탄생 판타지를 충족시키기 위해 너무도 비현실적인 이야기를 다뤘기 때문이다. ‘피노키오’는 현실적이면서도 판타지 요소가 적절히 섞여있는 현명한 줄타기를 했다.

이 드라마는 거짓말을 하면 딸꾹질을 하는 피노키오 증후군이라는 가상의 장치를 만든 후, 어느 한 사건으로 얽혀있는 사회부 기자들의 성장을 담았다. 곁가지로 전개된 남녀주인공의 사랑은 드라마의 흥미 요소이긴 했지만, 주된 이야기는 세태 반영이었다. 그렇기에 장르 드라마와 로맨스 드라마를 섞어놓은 복합형 구조였다. 이미 ‘너의 목소리가 들려’로 복합 장르의 성공을 일궜던 박혜련 작가의 집필 능력은 방영 전부터 시청자들의 기대를 높였고, 실망시키지 않았다.
 
기자로서의 직업 윤리를 다루면서, 사회부 기자들이 보도 하는 기사 이면에 무엇이 숨어 있는지, 거악들과의 언론의 관계가 어떻게 얽혀있는지를 촘촘히 반영했다. 우리 사회의 문제점을 거울을 보는 듯 세밀하게 다루면서도 극적 재미는 잃지 않았다. 장르 드라마의 재미를 유지하면서도 긴박감 넘치는 이야기를 위한 판타지적인 요소를 가미해 로맨스 드라마와 장르 드라마의 적정선을 유지했다. 판타지적인 요소는 기자라기보다는 영웅에 가까운 기하명(이종석 분), 최인하(박신혜 분)를 통해 사회 정의를 다루며 충족시켰다.
현실적인 이야기는 기자라는 특수한 직업과 관련이 없는 일반 시청자들의 눈과 귀를 자극하기에 충분했다. 기자에 대한 불신이 극대화되면서 ‘기레기(기자+쓰레기)’라는 비하하는 신조어가 널리 퍼진 악조건 속에서도 ‘피노키오’는 ‘기레기’를 거부하는 진짜 기자들의 이야기로 시선을 끌었다. 기자들의 고군분투 속 어디선가 벌어질 것 같은 생동감 넘치는 이야기는 공감대를 형성하는 동시에 판타지를 자극하는 일거양득의 효과를 거뒀다.
현실적인 이야기와 함께 사회 초년생이자 신입 기자들의 성장기, 재벌이나 특수한 능력을 가지지 않은 남녀 주인공들의 순수한 사랑, 드라마 곳곳에 숨어 있는 재밌는 장치들이 어우러지며 ‘피노키오’의 순항을 도왔다. 진지한 이야기를 하다가도 밝고 유쾌한 분위기를 만들어내는 박혜련 작가 특유의 ‘웃음 감각’은 변희봉, 신정근, 김광규, 이유비 등 감초 연기와 맞물리며 재미를 선사했다.
‘피노키오’는 후반부 들어 그동안 숨죽이고 있었던 박로사 회장(김해숙 분)이 진짜 악인이자 모든 사건의 배후에 있는 인물이라는 반전이 펼쳐졌다. 매회 흡인력 있는 이야기를 보여줬던 ‘피노키오’는 끝까지 갈등 구조마저도 단편적이지 않아 권선징악이라는 뻔한 결말이 나올 수밖에 없는 한계에도 흥미를 잃지 않았다. 무엇보다도 20대 남녀 톱배우의 자리를 지키고 있는 이종석과 박신혜의 열연, 그동안 연기로 빛을 보지 못했던 김영광과 이유비의 재발견, 김해숙을 필두로 하는 중견 배우들의 명연기도 드라마의 성공을 도왔다.
한편 이 드라마 후속으로는 세상에서 제일 나쁜 남자 지킬과 세상에 둘도 없는 착한 남자 하이드, 한 남자의 전혀 다른 두 인격과 사랑에 빠진 한 여자의 달콤발랄한 삼각로맨스를 그린 로맨틱 코미디인 ‘하이드 지킬, 나’가 방송된다. 현빈, 한지민, 성준, 걸스데이 혜리 등이 출연하며 오는 21일 오후 10시에 첫 방송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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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노키오’ 방송화면 캡처, SBS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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