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면의 밤’ 김성근, 결론은 마이웨이와 초심
OSEN 김태우 기자
발행 2015.01.16 06: 22

“우왕좌왕하지 않았나 싶다. 책상 앞에 앉아도 답이 안 나오더라”
한화 사령탑에 부임하며 큰 기대를 모으고 있는 김성근(73) 한화 감독은 근래 겪었던 고충을 이야기했다. 머리가 복잡했다. 밤늦게까지 책상에 앉아도 고민에 대한 뚜렷한 답이 나오지 않았다. 과제는 산적해 있는데 상황은 야속하게도 자꾸만 꼬여갔다. 이런 사정을 아는지 모르는지, 주위에서는 “한화가 당장 치고 올라갈 수 있을 것”이라는 장밋빛 전망이 판을 치고 있었다. 성적에 대한 부담이 이 야구의 장인을 괴롭혔다.
그러다 13일 밤, 김 감독은 답을 찾았다. 김 감독은 “하나 답이 나오더라. 팬들 기대에 끌려 다니지 않는 것이다. 있는 그대로 야구를 하자고 생각했다. 그러니까 마음이 편해지더라”라고 털어놨다. ‘성적’이라는 나중의 결과를 의식하지 않는 것에서 모든 출발점을 찾았다. 그렇게 마음이 편해진 김 감독은 다시 자리를 털고 일어났다. 훈련 일정을 세밀하게 정리하고 구상을 머릿속에 담은 채 15일 일본 고치행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표정은 분명 어둡지 않았다.

최근 몇 년째 최하위에 머물고 있는 한화는 SK 시절 세 차례나 한국시리즈 우승을 이끈 김 감독을 영입했다. 팀 체질을 확 바꿔놓겠다는 의지의 표현이었다. 그 바람대로 김 감독은 지난해 마무리캠프 때부터 강훈련으로 선수들을 조련하고 있다. 기술적인 것만 조련하는 것은 아니다. 김 감독은 “선수단 전체가 우승이라는 하나의 방향에 일치되어야 한다”고 강조한다. 의식 개혁이 모든 변화의 시작이다.
김 감독도 이번 캠프를 출발하기 전 잡념을 털어냈다. 초심을 찾고 원래 생각했던 대로, 있는 그대로 묵묵히 갈 길을 가기로 했다. 빠른 전력화를 위한 조바심이 있었다면 오키나와에서 재활을 하고 있는 주축 선수들을 합류시킬 법도 했지만 김 감독은 그렇게 하지 않았다. 오히려 “지금은 부상자 회복이 가장 우선이다. 오키나와 재활조들은 늦더라도 깐깐하게 하라고 했다”고 설명했다.
대신 자신이 고민을 거듭했다. 부상자 회복에 대한 시나리오, 45일간 컨디션을 어떻게 조절할 것인지에 생각하다보니 일정을 몇 번이나 바꿨다는 것이 김 감독의 설명이다. 그 과정에서 스스로도 중심을 잡지 못하고 우왕좌왕하는 일이 있었지만 그때마다 중심을 잡으려고 애썼다. 기록을 보면서 한화의 문제점을 파악하고 어떤 식으로 보완할 것인지에 대해 구상했다. 김 감독은 “기록 속에서 팀 방향을 설정했다. 내실을 기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며 출사표를 던졌다.
원래 구상했던 장기적인 계획도 이번 캠프에서 실천에 옮긴다. 김 감독은 한화를 지속 가능한 강팀으로 만들겠다는 구상을 가지고 있다. 그 본격적인 시작이 이번 전지훈련이다. 김 감독은 “육성이 중요하다. 이 팀에 와보니 위와 밑의 격차가 너무 크다. 밑에 있는 선수들을 올려두지 않으면 미래가 없다”라면서 신진급 및 비주전급 선수들의 집중적인 육성을 예고했다. 잠시 훈련이 없는 시간이 김 감독을 괴롭혔지만 이제 그런 시간은 지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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