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30대가 됐으니까 조심해야죠. 체력 관리를 잘해야 해요(웃음)”
정우람(29, SK)은 상근예비역으로 입대하기 전 ‘고무팔’이라는 별명을 가지고 있었다.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많은 경기에 나서면서도 끄떡없었기 때문이다. “투수의 어깨는 분필과 같다”라는 야구판의 상식과 정면대결하면서도 흔들림이 없었다. 그런 정우람이 ‘나이’와 ‘관리’를 이야기했다. 물론 몸을 사린다는 이야기는 아니다. 시즌 내내 좋은 몸 상태를 유지하면서 팀에 최대한 보탬이 되겠다는 비장한 출사표다.
2년간의 군 복무를 마치고 SK의 전력에 합류한 정우람은 프로야구 전체를 통틀어서도 올해 가장 큰 기대를 모으는 선수 중 하나다. 지난해 불펜진의 부상과 고갈로 어려움을 겪었던 SK로서는 단비와 같은 존재라고 할 수 있다. 2년간 워낙 성실하게 훈련을 한 까닭에 몸 상태도 다른 제대 선수에 비하면 좋다. 지난해 가고시마 마무리캠프에서도 힘차게 공을 던졌다. 정우람의 공을 직접 체감한 타자들은 “공이 살벌하다. 역시 정우람이다”라며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스스로 “2년간 이를 악물고 운동을 했다”라고 말한다. 그런 소리를 허투루 내뱉을 사람이 아니라는 것은 모두가 알고 있다. 그래서 더 기대가 모인다. 가고시마 마무리캠프 이후에도 꾸준하게 운동을 했다. 웨이트트레이닝을 하면서 올 시즌에 대비한 체력을 길렀다. 이제는 따뜻한 플로리다에서 몸 상태를 끌어올림과 동시에 실전감각을 쌓는 일만이 남았다. “가서 바로 던질 정도의 상태는 된다”라고 현재 상태를 설명한 정우람은 “설렌다. 마무리캠프와는 또 느낌이 다르다”며 사람 좋은 미소를 지어보였다.
아직은 할 일이 많다. 적응을 해야 한다. 2년 전과 지금은 또 많은 것이 바뀌었다. 정우람은 “NC는 상대를 해보지 못했다. 새로 생긴 구장도 있으니 그것도 빨리 적응을 해야 한다”고 과제를 짚었다. 하지만 베테랑이다. 여유가 있다. 어떻게 해야 하는지도, 왜 해야 하는지도 안다. 정우람은 “2년의 공백이 있다. 급하게 생각하지는 않는다”라고 말했다. 정도를 걸으며, 한 시즌을 넓게 바라보겠다는 의지가 목소리에서 묻어나왔다.
SK가 상위권에 진입하기 위해서는 시즌 초반이 중요하다. 그리고 시즌 초반 버티기 위해서는 정우람의 몫이 절대적이다. 박희수가 왼 어깨 재활을 하고 있는 상황에서 정우람의 마무리 복귀 시점이 당겨질 수 있기 때문이다. 일단 윤길현을 마무리 후보군에 넣고 있는 김용희 감독도 정우람에게 감각을 회복할 충분한 시간을 주지 못할 것 같아 안쓰러운 심정이다.
하지만 정우람은 고개를 저었다. 정우람은 마무리 조기 복귀에 대한 부담감에 대한 질문에 “부담은 없다. 2년의 공백이 있어 급하게 생각하지는 않지만 능력이 된다면 팀에 보탬이 될 수 있도록 잘 준비하겠다”면서 “힘이 닿는 대로 최대한 경기에 많이 나가겠다. 그게 선수에게도 좋은 것 아니겠는가”라고 말하며 출국장을 빠져나갔다. 정우람이 마당쇠 재무장을 공식 선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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