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승기-문채원의 달달한 로맨틱 코미디 '오늘의 연애'가 개봉 2일만에 '국제시장'을 제치고 박스오피스 선두로 나섰다. 이승기에게는 스크린 데뷔작, 문채원에게는 청춘 톱스타와의 첫 로코다. SBS 인기 예능 '런닝맨' 출연에서 환상의 호흡을 선보인 바 있던 썸남썸녀는 결국 올 1월 극장가에서 대형 사고(?)를 예고하는 중이다.
영화관입장권통합전산망에 따르면 영화 '오늘의 연애'는 지난 15일 하루 15만3,208명을 모아 일일 박스오피스 1위에 올랐다. 누적관객수는 29만4,650명이다. 지난 달 17일 개봉해 28일 동안 정상을 지키며 천만관객까지 돌파한 '국제시장'은 2위로 내려왔다. 이날 하루 14만 4,992명으로 1,029만1,281명 스코어.
'오늘의 연애' 속 착한 매력을 극대화한 이승기는 과격한 매력을 극대화한 문채원을 성공적으로 받쳐주며, 문채원이 맘껏 뛰어놀 수 있는 장을 마련했다. 주사를 부리고, 욕을 내뱉고, 이기적으로 굴어도 그 상대가 이승기라면 사랑스럽게 표현될 수 있었던 것.

'런닝맨'에서 보여준 두 배우의 실제 모습은 영화의 연장선상 같기도 했다. 문채원은 승리를 코앞에 둔 이승기에게 애교를 부리며 수를 썼는데, 자신의 매력을 맘껏 발산하는 문채원과 이를 세게 뿌리치지 못하는 이승기는 실제 영화 속 오랜 친구 같았다. 아래는 OSEN 객원 칼럼니스트 김범석씨의 '오늘의 연애' 리뷰다.
노부부의 지고지순한 사랑(죽어도 좋아)을 시작으로 에이즈 환자와 농촌 총각의 순애보(너는 내 운명), 루게릭병에 걸린 시한부 인생과 장례지도사의 새드 러브(내 사랑 내 곁에) 등 심도 깊은 사랑 이야기에 관심을 가져온 박진표 감독이 20대 청춘을 위한 사랑 레시피를 들고 6년 만에 귀환했다. ‘오늘의 연애’는 ‘상처 받지 않으려고 썸만 타지 말고, 깨지고 부서지는 심장 터질 것 같은 진짜 사랑을 해보라’는 감독의 외침 같은 현실 공감 로맨스다.
손예진 하지원을 잇는 차세대 여우 중 늘 첫 손에 꼽혀온 문채원은 마치 200미터 개인 혼영을 보는 것처럼 구간마다 다채로운 재능과 매력을 스크린에 풀어놓는다. 좋아하는 유부남의 짧은 메모 한 장에 감격의 눈물을 글썽이고, 그를 온전히 차지하고 싶어 하는 오피스 와이프의 간절함부터 연하남 앤드류(정준영)와 밀당을 즐기는 모습, 자신만 바라보는 준수에 대한 연민과 애틋함까지 입체적인 캐릭터의 내면을 체화해 보여준다.
언제부턴가 로코에 빠짐없이 등장하는 여주인공 만취 주사 연기야 조금만 오버하면 재미와 만족도를 높일 수 있지만, 대사나 구체적 몸짓 없이 흥분되고 쓸쓸했다가 회한에 휩싸이고 마는 감정 롤러코스터를 118분 안에 보여주는 건 말처럼 쉽지 않다. 문채원의 섬세한 내면 연기가 빛나는 건 억지스럽지 않고, 굳이 설명하지 않아도 현우의 심리와 고민의 기승전결이 점층 구조로 차곡차곡 쌓이며 설득력 있게 전달되기 때문이다.
드라마 보다 높은 집중도를 요하는 스크린 연기에 출사표를 던진 이승기도 전혀 이물감이 느껴지지 않게끔 성공적인 신고식을 치렀다. 노력형 천재라는 수식처럼 문채원과의 호흡도 좋았고, 무엇보다 캐릭터를 완벽에 가깝게 자기 것으로 만들어냈다. 활자 속 역할 설명과 감독의 디렉션에 의지하지 않고, 영화에 나오지 않는 준수의 성장과 콤플렉스, 엔딩 후 펼쳐질 이후 인생까지 상상하고 연구해낸 결과이자 성과일 것이다.
사랑에 빠진 남녀는 누구나 세상의 주인공이 되는 놀라운 경험을 맛보게 된다. 인생의 조단역, 노예에서 벗어나는 해방감 덕분에 그 누구의 눈치도 볼 필요가 없게 된다. 사랑하는 이의 섬유유연제 냄새마저 조말론 향수처럼 느껴지고, ‘너한테 자꾸 손이 간다’며 새우깡이라 불려도 낭만적인 시처럼 귀가 황홀해지게 마련이다.
‘오늘의 연애’는 소중한 누군가로 인해 내 삶의 의지와 영역이 확장되는, 환상적인 경험을 하게 만드는 사랑의 실체를 세밀하게 그려낸 순도 높은 로코다. 리얼하면서도 순간순간 판타지처럼 다가오는 흥미진진한 경험을 맛보게 되는 건 순전히 박진표의 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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