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리, 무실점, 그리고 좋은 경기." 울리 슈틸리케 감독이 호주전에서 그리는 청사진의 세 가지 키워드다.
슈틸리케 감독이 이끄는 한국 축구대표팀은 오는 17일(이하 한국시간) 오후 호주 브리즈번 스타디움서 개최국 호주와 2015 AFC 아시안컵 조별리그 최종전을 벌인다.
조 수위 싸움이 걸린 중대 일전이다. 한국과 호주는 나란히 2연승을 거두며 일찌감치 8강 티켓을 거머쥔 상태다. 최종전 결과에 따라 조 1, 2위의 주인공이 갈린다. 골득실에 크게 뒤져 있는 한국으로선 반드시 호주를 잡아야 1위가 가능한 상황이다.

경기를 앞두고 16일 같은 장소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슈틸리케 감독이 그리는 호주전 밑그림을 엿볼 수 있었다. 호주전을 앞둔 슈틸리케 감독의 속마음을 들여다 볼 세 가지 단서를 추려보았다.
▲ 난 비기려고 경기장에 들어가는 사람이 아니다.
"우리는 지난 5일 동안 부상, 감기 몸살자가 많아 좋지 않은 영향을 끼쳤다"고 말문을 연 슈틸리케 감독은 "호주전과 8강 중 어느 경기가 더 중요하냐 묻는다면 당연히 8강전이다. 그러나 내일 경기가 중요하지 않다는 것은 아니다. 조 1위를 위해 이기려고 노력하겠다"고 덧붙였다.
이 말 뒤에 슈틸리케 감독은 "나는 비기려고 경기장에 들어가는 사람이 아니다"라고 단언했다. 호주전에서 무조건 승리를 노리겠다는 선전포고다. 8강이 확정된 상황이지만 이에 관계 없이 승점 3점과 조 1위를 위해 최선을 다해 승리를 가져오겠다는 뜻이다. 중국이 B조 1위를 확정한 상황에서 한국은 조 1위를 하느냐, 2위를 하느냐에 따라 상대가 달라지게 되어있으나 그에 연연하지 않겠다는 뜻이기도 하다. "홈팀 호주를 꺾고 1위를 한다면 상당한 자신감을 얻게 될 것"이라는 긍정적인 이유도 곁들였다.
▲ 누가 나오더라도 무실점하고 있는 것에 큰 의미를 부여하고 싶다.
앞선 경기에서 해결하지 못한 중앙 수비 조합에 대한 문제는 슈틸리케 감독을 '버럭'하게 만들었다. 슈틸리케 감독은 "나로서는 해결하기 어려운 부분이다. 처음 두 경기는 곽태휘가 부상당한 상태였다. 부상당한 선수를 기용하라는 말인가"라며 조별리그 두 경기서 곽태휘를 기용하지 않은 이유를 밝혔다.
슈틸리케 감독은 사우디아라비아와 평가전, 조별리그 1차전 오만전에서 장현수(광저우 푸리)-김주영(상하이 둥야) 조합을, 2차전 쿠웨이트전에서는 장현수-김영권(광저우 에버그란데) 조합을 선택했다. 앞서 두 경기서 나쁘지 않은 모습을 보여준 김주영을 2차전에서 제외하면서 연달아 바뀌는 수비 조합에 대한 문제가 새삼 제기됐다.
"김주영은 2차전에서 약간 몸살기가 있어 뛰기 어려운 컨디션이었다"고 이에 대해 설명한 슈틸리케 감독은 중요한 것은 무실점이라고 강조했다. 데뷔전이었던 지난해 10월 파라과이전부터 7차례의 A매치에서 번번히 중앙 수비 조합을 바꾼 슈틸리케 감독은 "다양한 선수 구성은 선수들의 정보를 파악하고 실험하기 위함이었다"고 설명한 후, "우리는 7경기서 4실점 밖에 하지 않았다. 그것도 코스타리카전에서 3실점을 했고, 최근 3경기는 무실점이다. 누가 나오느냐도 중요하지만 누가 나오더라도 무실점을 하고 있다는 것에 큰 의미를 부여하고 싶다"고 힘주어 말했다.
▲ 좋은 축구, 흥미진진한 축구를 선보이고 싶다.
어찌됐든, 슈틸리케 감독은 부임 초기부터 강조했던 '좋은 축구'를 호주전에서 보여주고 싶다는 뜻을 숨기지 않았다. "양 팀이 8강에 오르면서 큰 부담은 덜어낸 상황이다. 양 팀 모두 좋은 축구, 흥미진진한 축구를 팬들에게 선보였으면 좋겠다"고 호주전에 대한 기대감을 밝힌 슈틸리케 감독은 "호주는 이번 대회서 상당히 강팀이라는 것을 보여줬다. 기록상으로도 모든 면에서 우수하다고 평가를 받고 있다"며 상대에 대한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강한 상대는 우리의 현재 위치를 확인할 수 있는 좋은 지표가 된다. "호주와 같은 강팀을 상대로 어떤 경기력을 보이느냐가 큰 관심거리가 될 것이다. 책임감을 가지고 뛰어야한다"고 강조한 슈틸리케 감독은 "개최국 호주를 홈에서 꺾는다면 매우 큰 긍정적인 영향을 줄 것이다. 그래서 이겨야 한다"며 호주전 승리가 절실한 이유를 한 마디로 설명했다. 즉, 슈틸리케 감독이 그리는 밑그림에는 호주전 승리로 자신감을 얻어 토너먼트에서 상승세를 타겠다는 의도가 깔려있다. 전제조건은 당연히 승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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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리즈번(호주)=민경훈 기자 rumi@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