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덩크슛’은 없다. 하지만 재미는 있다.
KB국민은행 2014-2015 여자프로농구 올스타전이 오는 18일 오후 2시 청주체육관에서 성대한 막을 연다. 여자프로농구 6개 구단을 대표하는 스타들이 총출동해 화려한 농구축제를 준비하고 있다. 과연 덩크슛 없는 여자농구가 재미있을까? 걱정은 기우다.
▲ 홍아란과 신지현의 특별한 무대

이번 올스타전에는 특별한 볼거리가 많이 준비돼 있다. 그 중 팬들의 관심을 가장 모으는 행사가 있다. 바로 미녀스타로 인기가 높은 홍아란(23, KB스타즈)과 신지현(20, 하나외환)이 특별한 무대를 함께 꾸민다. 두 선수는 3쿼터 작전시간 중 가수로 깜짝 변신 인순이의 ‘거위의 꿈’을 열창한다. 둘은 15일과 16일, 강남의 뮤직스튜디오에서 전문 보컬트레이너에게 맹훈련을 받고 있다. 팬들에게 최대한 좋은 모습을 보여주기 위해서다.
뒷이야기가 있다. 사실 홍아란과 신지현은 노래에 자신이 없다. 홍아란은 “처음에 노래를 하라고 했을 때 정말 하기 싫었어요. 노래 말고 딴 것 다 한다고 했어요. 이제는 할 수 없죠”라며 푸념을 했다. 신지현도 “차라리 춤을 추고 싶다고 했어요”라고 거들었다.
홍아란과 신지현은 예쁜 드레스를 입고 노래를 할 예정이다. 그런데 무대는 3쿼터 중반이다. 언제 준비를 하냐고? 두 선수는 1쿼터 경기를 마치고 무대의상으로 갈아입을 계획이다. 여자의 변신은 무죄다. 또 시간이 많이 걸린다. 두 선수는 예쁘게 화장할 시간이 없다고 아우성이었다. 원래는 둘이 공들여 화장을 하고 식전행사로 노래를 할 계획이었다. 하지만 중계방송사가 간곡하게 두 선수의 무대를 생방송으로 내보내고 싶다는 요청을 했다. 결국 두 선수는 경기를 잠시 접고 간단한 화장만 하고 무대에 설 예정이라고.
경기 중에도 두 선수는 새로운 시도로 팬들을 깜짝 놀라게 하겠다고 선언했다. 홍아란은 “저희가 김선형 오빠처럼 경기 중에 덩크슛이나 더블클러치를 할 수도 없잖아요? 저희는 공중에서 금방 떨어지거든요. 호호. 대신에 저희는 컨셉을 잡아볼까 해요. 센터 언니들을 골밑에서 나오라고 하고 제가 포스트업을 한 번 해볼까요?”라며 활짝 웃었다.
옆에서 듣던 신지현은 “그래요 언니. 우리는 컨셉으로 승부해야 돼. 제가 드리블할 때 모든 선수들이 다 쓰러지는 거예요. 재밌지 않을까요?”라면서 거들었다.

최근 남자프로농구는 올스타전에서 선수들이 부상을 우려한 나머지 무미건조한 플레이를 펼쳤다. 실망한 팬들은 “이럴 거면 차라리 올스타전을 안하는 것이 낫다”면서 독설을 퍼부었다. 팬들을 위한 잔치에서 가장 중요한 손님들이 실망을 했다. 29점, 23리바운드를 기록한 리카르도 라틀리프의 MVP 수상 불발은 불에 기름을 끼얹은 꼴이 됐다.
반면 여자농구선수들은 특유의 아기자기함과 기발한 발상으로 승부를 하겠단다. “팬들을 위해서 뭐든 하겠다”면서 차세대 주자인 홍아란과 신지현이 먼저 발 벗고 나섰다.
▲ ‘여농의 메카’ 청주에서 펼쳐지는 특별함
남자농구의 경우 2007년 울산을 제외하면 늘 서울에서 올스타전이 개최됐다. 한중올스타전이 인천에서 한 번 열렸을 뿐이다. 고양, 안양 등의 수도권 팬들도 결국 서울에서 올스타전을 관람했다. 잠실실내체육관이 가장 수용인원이 가장 많고, 스폰서들이 서울개최를 원한다는 특수성이 크게 작용했다.
그럼에도 팬들을 위한 올스타전에서 수익성을 먼저 따지는 것은 아쉬운 일이다. 창원처럼 수년째 관중동원 1위를 지킨 지역 팬들은 특히나 아쉬움을 드러내고 있다. 비록 관중수용 인원이나 미디어의 관심이 더 적더라도 팬들은 자기 지역에서 개최되는 올스타전을 직접 보고 싶어 한다.
여자농구의 경우 이런 걱정이 없다. 올해는 공식타이틀후원사 KB국민은행의 연고지 청주에서 올스타전이 열린다. 청주는 여자프로농구 열기가 가장 높은 지역이다. 정규시즌에도 2000명 이상의 관중들이 오는 경기를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수용인원 4000명이 조금 못 되는 청주체육관은 6개 구단 연고지 중 부천체육관(약 5400석)에 이어 두 번째로 큰 규모를 자랑한다. 여러모로 따져 봐도 올스타전을 열기에 아주 적당한 지역이다.

청주팬들은 프렌차이즈스타 변연하를 최다득표 올스타선수로 만들어 열기를 더했다. 여기에 ‘청주 아이유’ 홍아란이 3쿼터에 노래도 부른다. 흥행이 될 만한 요소가 풍부하다. 올스타전은 결국 팬들을 위한 자리다. WKBL 관계자들과 선수들은 보다 재밌는 올스타전을 만들기 위해 지금도 최선을 다하고 있다. 올해 올스타전이 기대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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