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국 LG 트윈스만 남았다. 10개 구단 중 LG만 연봉협상을 완료하지 못한 채 스프링캠프에 들어간다.
스프링캠프 명단에 이름을 올렸던 봉중근이 협상테이블서 구단과 합의점을 찾는데 실패, 16일 미국행 비행기에 타지 못했다. 결국 LG 구단은 완료되지 않은 연봉협상 결과를 발표, 다시 한 번 신연봉제의 벽과 마주했다.
그림자만 큰 것은 아니다. 2014시즌 4번 타자로 떠오른 이병규(7번)가 1억6천700만원 인상된 2억6000만원에, 주전포수로 도약한 최경철은 8000만원 인상된 1억3000만원에 계약했다. 대폭삭감자도 적었다. 구단 측에서 ‘정성평가’를 외친 만큼, 불펜 투수들의 공로도 이전보다 크게 적용됐다. 3억원에 계약한 이동현을 비롯해, 신재웅 유원상 정찬헌 임정우 윤지웅 등도 인상액에 사인했다. 구단 발표에 따르면 연봉 총액은 전년 대비 32% 상승했다고 한다.

하지만 윈세어 상위권에 랭크된 오지환과 손주인의 연봉산정과, 계약이 이뤄지지 않은 봉중근 우규민 류제국의 제시액에는 물음표가 붙는다.
오지환과 손주인 모두 1000만원 인상된 1억6000만원에 계약했다. 2013시즌 맹활약으로 억대 연봉자가 된 둘은 2014시즌에도 기세를 이어갔다. 오지환은 향상된 수비로 LG 내야진의 중심을 잡았고, 타석에선 클러치히터가 됐다. 손주인은 시즌 중 3루수로 전향하면서도 보다 정확한 컨택능력을 증명했다. 손주인의 3루 전향이 실패했다면, LG의 2014시즌 기적 역시 불가능했을 것이다. 둘은 고과산정에 결정적으로 작용하는 윈세어서도 상위권에 올랐다. 윈세어 그대로 고과가 적용됐다면, 인상액이 1000만원에 그쳤을 리가 없다.
때문에 계약을 맺지 않은 봉중근 우규민 류제국의 협상결과도 주목할 필요가 있다. 세 투수 모두 2014시즌에도 활약했다. 그럼에도 합의점을 찾지 못한 것은 구단 제시액이 이들의 기대치를 밑돌았을 가능성이 높다.
봉중근은 그동안 신연봉제 수혜자보다는 피해자에 가까웠다. 2011시즌 부상으로 풀타임을 소화하지 못하자 2억3000만원이 삭감됐다. 2012시즌 마무리투수로 부활했지만, 결과는 보장액 1억5000만원·세이브당 옵션이 붙는 계약서였다. 협상테이블에서 합의점을 찾지 못한 봉중근은 성과를 내야 연봉이 올라가는 모험수를 뒀다. 그리고 2013시즌 55경기 61이닝을 소화하며 38세이브 8승 평균자책점 1.33의 화려한 기록을 세웠다. 당해 봉중근은 특급 FA 선수급의 연봉을 받았고, 이듬해 보장액에서 3억원 인상된 4억5000만원에 계약했다.
봉중근은 2014시즌에도 건재했다. 타고투저 시즌을 치르면서도 2년 연속 30세이브 이상을 기록했다. 마무리투수 집단난조 속에서도 평균자책점 2.90을 찍었다. 32세이브를 올린 손승락의 평균자책점이 4.33, 31세이브의 임창용이 5.84임을 감안하면, 30세이브 이상을 올린 마무리투수 중 봉중근이 가장 뛰어났다고 볼 수 있다. 손승락은 이번 겨울 1억원 오른 5억3000만원에 계약했다.
우규민은 2014시즌 투수 고과 1위에 올랐다. 시즌 내내 로테이션을 지키면서 2년 연속 두 자릿수 승을 기록했다. 리그 전체 토중 투수 평균자책점 부문 2위에 자리했고, 볼넷은 최저 1위에 올랐다. LG 선발투수 중 유일하게 기복 없이 한 시즌을 치렀다. 포스트시즌서도 맹활약을 이어갔고, 팀이 필요로 할 때는 불펜등판도 감수했다. 특급 대우를 기대할만 하다.
류제국도 고군분투했다. 지난해 5월 이미 무릎수술이 불가피하다는 진단을 받았지만, 다이어트로 무릎에 부담을 줄이면서 2014시즌을 완주했다. 결과적으로 지난해보다 7경기·36이닝을 더 소화했다. 9승에 그쳤고, 평균자책점 5.12를 기록했으나, 수비의 도움을 받지 못한 탓도 있다. 수비무관 평균자책점 FIP에서 4.34로 2013시즌 4.81보다 낮았다. KBreport가 집계한 WAR에선 3.46으로 2013시즌 1.29를 상회한다. LG 구단이 세밀하게 고과를 산정했다면, 류제국 역시 기분 좋게 연봉협상을 마무리했을 것이다.
이미 2015시즌은 시작됐다. 10구단 모두 스프링캠프를 떠났고, 선수들은 작년보다 나은 올해를 만들기 위해 땀 흘리고 있다. 그러나 LG는 5년차를 맞이한 신연봉제에 막혀 시작부터 삐걱거리고 있다. LG 구단은 매년 신연봉제를 수정보완하고 있으나, 매년 또다른 모순점이 발견된다. 저연봉 선수에게는 후하지만, 2년 연속 활약한 선수에게는 인색하다. 윈세어 수치가 높아도 인상액이 박하다. 겨울마다 반복되는 진통을 피하려면 새로운 고과산정 체계를 확립해야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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