끝날 듯 끝나지 않았던 수문장 전쟁의 마침표를 찍는다.
울리 슈틸리케 감독이 이끄는 한국 축구대표팀은 17일(이하 한국시간) 오후 6시 호주 브리즈번 스타디움서 개최국 호주와 2015 AFC 아시안컵 조별리그 최종전을 벌인다.
조 수위 싸움이 걸린 중대 일전이다. 한국과 호주는 나란히 2연승을 거두며 일찌감치 8강 티켓을 거머쥔 상태다. 최종전 결과에 따라 조 1, 2위의 주인공이 갈린다. 골득실에 크게 뒤져 있는 한국으로선 반드시 호주를 잡아야 1위가 가능한 상황이다.

뒷문 주인공에 이목이 쏠린다. 김진현은 10일 오만과 조별리그 1차전서 골문을 지켰다. 김진현이 미열을 동반한 감기 몸살로 곤욕을 치르자 김승규가 13일 쿠웨이트와 2차전서 골키퍼 장갑을 꼈다.
둘 모두 무난한 활약을 펼쳤다. 김진현은 후반 추가시간 상대의 결정적인 헤딩 슈팅을 세이브하며 1-0 승리를 지켜냈다. 김승규도 쿠웨이트의 공세를 잘 막아내며 1-0 승리에 일조했다.
슈틸리케 감독의 선택만이 남았다. 다만 변수가 있다. 김진현의 몸상태다. 슈틸리케 감독은 결전을 하루 앞둔 16일 공식 기자회견서 "부상(감기 몸살)자 중 어떤 선수가 나올지 아침마다 의무팀과 미팅을 통해 컨디션을 파악하고 있다. 17일도 지켜봐야 한다"고 말을 아꼈다.
길고 긴 경쟁에 종지부를 찍는다. 슈틸리케호는 지난 9월 출범 이후 치열한 골키퍼 경쟁을 벌여왔다. '베테랑' 정성룡과 '브라질 월드컴 스타' 김승규, '대항마' 김진현의 3파전이었다.
김진현이 가장 앞서나갔다. 10월과 11월 네 차례의 평가전서 두 차례 골문을 지키며 박빙 우세를 점했다. 정성룡과 김승규는 한 차례씩 뒷문을 사수하며 뒤쫓았다. 오만전은 김진현의 No.1 시대를 예고한 한 판이었다. 선방쇼로 1-0 승리를 이끌며 슈틸리케 감독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슈틸리케 감독은 "김진현의 오만전 활약을 봤을 때 '굳이 골키퍼를 바꿔야 할까'라는 생각이 든다"면서 "상당히 침착하게 안정적으로 골문을 지켰다. 반응 속도가 빨랐고, 특히 마지막 실점 위기 장면을 잘 넘겼다. 발 기술도 좋았다"고 극찬을 보냈다.
김진현은 오만전서 안정적으로 최후방을 지키며 입지를 더욱 공고히 했다. 하지만 예기치 않은 감기 변수에 발목이 잡혔다. 김승규가 틈새를 비집고 들어왔다. 마지막 시험무대가 남았다. 호주전에 낙점 받는 주인공은 누구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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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리즈번(호주)=민경훈 기자 rumi@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