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엔 이청용(27, 볼튼)이 없다. 호주도 마찬가지다. 캡틴 마일 제디낙(31, 크리스털 팰리스)이 결장할 가능성이 높다.
호주 축구대표팀은 지난 16일(이하 한국시간) 오후 퀸슬랜드 스포츠&애틀레틱 센터서 한국과의 경기를 하루 앞두고 최종 훈련을 벌였다. 호주와 한국은 17일 오후 6시 브리즈번 스타디움서 A조 조별리그 최종전을 벌인다.
조 수위 싸움이 걸린 중대 일전이다. 한국과 호주는 나란히 2연승을 거두며 일찌감치 8강 티켓을 거머쥔 상태다. 최종전 결과에 따라 조 1, 2위의 주인공이 갈린다. 골득실에 크게 뒤져 있는 한국으로선 반드시 호주를 잡아야 1위가 가능한 상황이다.

이목을 끌었던 제디낙은 최종 훈련서 열외됐다. 동료들과 복장은 같았지만 홀로 축구화 대신 러닝화를 신고 등장했다. 준비운동도 하지 않았다. 훈련 공개 시간인 초반 15분 내내 코치와 함께 여유롭게 대화를 나눴다.
엔제 포스테코글루 호주 감독은 앞서 열린 공식 기자회견서 이날 오후까지 제디낙의 몸상태를 지켜볼 것이라며 말을 아낀 바 있다. 하지만 제디낙이 최종 훈련에 참가하지 않으면서 결장할 공산이 매우 높아졌다.
제디낙은 지난 9일 멜버른서 열린 쿠웨이트와 개막전서 왼쪽 발목을 다쳤다. 부상에도 풀타임을 소화하며 후반 17분 페널티킥 골까지 넣었다. 하지만 부상에 발목이 잡혀 오만전에 출전하지 못했다. 이미 8강행을 확정지은 호주로서는 핵심 전력인 제디낙을 무리하게 한국전에 출전시킬 이유가 없다.
한국과 호주 모두 핵심 선수가 이탈한 셈이다. 한국은 부동의 우측면 날개인 이청용은 오만과 1차전서 상대의 살인 태클을 피하지 못했다. 정강이뼈 부근에 실금이 가 3주 아웃 판정을 받고, 짐을 쌌다. 슈틸리케호의 에이스로 활약했던 이청용의 공백은 큰 타격이 아닐 수 없다.
호주도 마찬가지다. 중원에 구멍이 생겼다. 제디낙은 사커루의 캡틴이자 기둥이다. 기성용과 함께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를 누비는 중앙 미드필더로 소속팀 크리스털 팰리스서 주장 완장을 차고 활약하며 기량을 인정 받고 있다.
한국은 제디낙에게 안좋은 기억이 있다. 지난 2011년 카타르 아시안컵 조별리그 2차전서 제디낙에게 일격을 맞았다. 전반 24분 구자철의 선제골로 1-0으로 앞서갔지만 후반 17분 제디낙에게 동점골을 허용하며 1-1로 비겼다. 한국은 이 때문에 조 2위로 8강에 올라 적잖이 힘을 빼야 했다. 이란과 연장 혈투를 벌인 끝에 가까스로 4강에 올랐고, 일본과 승부차기 접전 끝에 결국 결승행 문턱을 넘지 못했다.
갚아야 할 빚이 있는 한국이지만 제디낙의 결장은 더없이 반가운 소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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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리즈번(호주)=민경훈 기자 rumi@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