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후반기, 한국 프로야구(KBO)는 중대한 변화를 겪었다. 심판 판정을 뒤집을 수 있는 합의판정 제도를 실시하기로 한 것이다. 구상 단계에서는 '비디오 판독'이라 불렸던 이 제도는 2014년 7월 22일 후반기 첫 경기부터 본격적으로 적용됐다.
합의판정 제도가 실시된 뒤 프로야구의 중대변수로 떠올랐다. 각 팀당 한 번씩(판정이 번복되면 한 번 더 가능)만 신청할 수 있었기 때문에 합의판정 신청 타이밍을 잡는 것도 중요했다. 이제까지 판정은 심판 고유권한이었지만 최근 오심논란이 자주 빚어지자 불필요한 잡음을 줄이고자 실시됐다.
합의판정 제도 실시에는 도상훈 심판위원장이 영향을 끼졌다. 2003년 KBO 심판위원에서 정년퇴임했던 도 위원장은 작년 심판위원장으로 다시 현장에 복귀했다. 당시 비디오판독 도입여부를 놓고 논란이 있었는데, 도 위원장은 '오히려 잘 된 것일지 모른다. 비디오 판독을 해서 잘못된 판정을 번복해주면 더 깨끗한 것이 아니냐. 일부 심판위원들이 거부감을 갖고 있는지는 모르겠는데 나는 반대로 생각한다'며 후배 심판들을 다독이기도 했다.

도 위원장은 합의판정 제도가 실시된 작년 후반기를 어떻게 평가할까. 그는 OSEN과의 통화에서 "미국에서 비디오판독(챌린지) 제도가 작년부터 시작됐는데, 원래는 메이저리그 사례를 1년 동안 지켜본 뒤 2015년 적용 예정이었다. 그런데 시즌 초반 오심이 많이 나왔다. 그래서 (제도나 규칙을) 급조해서 후반기부터 시행하게 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야구는 보수적인 스포츠다. 역사가 100년을 훌쩍 넘었지만 규칙은 크게 바뀌지 않았다. 심판들도 처음에는 합의판정 도입에 거부감을 드러내기도 했다. 판정은 심판 고유권한인데, 자칫 판정에 대한 권위가 떨어지지 않을까 우려했다. 게다가 메이저리그처럼 합의판정을 위한 영상 시스템을 구축한 게 아니라, 방송 중계화면을 통해서만 확인할 수밖에 없었던 것도 현실적인 문제였다.
그렇지만 도 위원장은 "절대 부정적으로 (합의판정을) 생각하면 안 되겠다 싶었다. 일단 심판들은 마음의 짐을 덜었다. 우리나라 심판들의 능력은 부족하지 않은데, 정신적인 부분에서 많이 압박을 받으면서 더 많이 오심이 나왔다고 본다. (합의판정 시행 뒤) 심판들이 더 소신있게 판정을 내릴 수 있게 됐다"고 힘줘 말했다.
다만 도 위원장은 합의판정으로 심판들이 편해졌을 것이라는 막연한 추측에는 부정적인 견해를 드러냈다. 그는 "합의판정 시행 뒤 편해졌다는 이야기가 많이 들린다. 물론 그런 부분은 어느정도 인정한다. 그렇지만 제도 도입 후 심판들이 숙지할 내용이라든지 처리해야 할 복잡한 일들이 적지 않다"고 설명했다.
내년에도 합의판정 제도는 그대로 유지될 전망이다. 도 위원장은 "큰 틀에서 작년과 마찬가지로 올해도 합의판정이 계속된다. 추가되는 규정 같은 건 없고 그대로 갈 것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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