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정호, 같은 듯 다른 이와무라 넘어라
OSEN 조인식 기자
발행 2015.01.17 05: 57

새 출발을 선언한 강정호(28)가 드디어 공식적으로 빅리거가 됐다.
강정호 독점 협상권을 가진 피츠버그 파이어리츠는 17일(이하 한국시간) 강정호와 계약을 맺었다고 공식 발표했다. CBS스포츠의 존 헤이먼, 그리고 메이저리그 공식 홈페이지(MLB.com)의 톰 싱어 등은 자신의 트위터를 통해 "강정호의 계약은 4년 보장 총액 1100만 달러이며, 5년째에는 팀 옵션이 있다. 2019년에는 550만 달러의 팀 옵션, 그리고 100만 달러의 바이아웃이 있다"고 밝혔다.
4+1년 계약 형식으로, 최소 4년 1100만 달러짜리 계약이다. 강정호가 5년째 팀 옵션을 실행하지 않는다고 해도 바이아웃 100만 달러가 있어 4년간 최소 1200만 달러는 보장받을 수 있다. 포스팅 금액(500만 2015달러)을 감안하면 강정호의 계약 규모는 최대 5년 2150만 2015달러가 된다.

지명타자가 없는 내셔널리그 구단에 입단한 강정호는 프랜차이즈 스타인 2루수 닐 워커, 3루수 조쉬 해리슨, 유격수 조디 머서가 버티는 내야의 틈바구니에서 주전 자리를 쟁취해야 한다. 이와 더불어 강정호는 아시아 출신 내야수에 대한 편견과도 맞서 싸워야 한다.
국내 내야수로는 최희섭이 빅리그를 밟은 예가 있지만, 최희섭은 1루수였다. 1루에 송구해야 하는 내야수 중에서는 강정호가 처음이다. 바람직한 선례가 없다는 건 강정호로서도 반길 일은 아니다. 일본을 봐도 스즈키 이치로, 마쓰이 히데키 등 외야수들은 큰 성공을 거둔 예가 있지만, 니시오카 쓰요시를 비롯해 일본 정상급이라던 내야수들도 메이저리그에서는 실패했다. 심지어 나카지마 히로유키는 빅리그에 입성하지도 못했다.
그나마 메이저리그에서 족적을 남긴 것은 마쓰이 가즈오, 이구치 타다히토, 이와무라 아키노리 정도다. 마쓰이는 일본에서의 전천후 활약에는 미치지 못했지만 630경기에서 102도루로 빠른 발을 보여줬고, 이구치는 시카고 화이트삭스 진출 후 2년간 33홈런을 때린 2루수였다. 이와무라는 타석에서의 참을성을 바탕으로 탬파베이 레이스에서 뛴 344경기 동안에는 출루율이 3할5푼4리로 괜찮았다.
물론 이와무라는 피츠버그로 온 뒤부터는 큰 부진에 빠져 강정호가 반면교사로 삼아야 할 선수이기도 하다. 이와무라는 강정호에게 있어 가장 직접적인 비교대상이 될 수도 있다. 본 포지션은 3루수였지만, 메이저리그에서는 2루수로 더 많이 뛰었다는 점도 강정호가 참고할 부분이다.
피츠버그 유니폼을 입었고, 주 포지션이 아닌 곳에서 뛸 가능성도 있다는 측면에서 강정호는 이와무라와 유사하기도 하다. 미국행이 결정되던 당시 파워히터였다는 점도 닮았다. 이와무라는 메이저리그에 진출하기 이전 세 시즌 동안 일본에서 106홈런으로 파워를 과시했다. 그러나 미국에 와서는 408경기 16홈런에 그쳤을 만큼 장타가 없는 선수로 전락했다. 현지에서 강정호의 파워에 의문을 제기하는 것도 이와무라를 봤기 때문이다.
언어, 문화, 날씨, 새로운 팀 환경 등의 차이로 인한 적응 문제가 예상되는 가운데 무엇보다 변수가 될 것은 체력이다. 유격수 자리를 지키면서도 2008년부터 매년 최소 116경기에 출전했던 강정호지만, 한국과는 비교할 수 없는 이동거리로 인해 1경기에서 느낄 체력 부담도 한국에서 경험한 것과 같지 않을 것이다. 포지션을 막론하고 아시아 출신 선수들이 시즌 초 맹활약을 펼치다가도 후반기에 주춤하는 것도 체력적인 이유가 크다.
자신의 성공을 위해 강정호는 이와무라가 남긴 ‘아시아 무대에서 보여준 장타력은 의미 있는 참고자료가 되지 않는다’는 명제까지 날려버려야 하는 상황이다. 피츠버그에서의 이와무라와 달리 메이저리그 첫 시즌인 만큼 무리할 필요는 없지만 언제든 한 방을 터뜨릴지 모른다는 것은 보여줄 수 있도록 지금부터라도 체계적인 준비가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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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츠버그 구단 공식 트위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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