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친한 친구이자 라이벌 이승현(23, 오리온스)과 김준일(23, 삼성)의 스타일은 어떻게 다를까.
고양 오리온스는 16일 오후 7시 고양체육관에서 개최된 2014-2015시즌 KCC 프로농구 4라운드에서 부산 KT를 71-70으로 제압했다. 이로써 오리온스(19승 17패)는 KT(18승 18패)를 6위로 밀어내며 단독 4위로 등극했다.
최근 트레이드를 통해 오리온스에 합류한 리오 라이온스(28)는 재밌는 경험을 하고 있다. 시즌 전반기를 김준일과 뛰었고, 후반기를 이승현과 함께 하고 있다. 강력한 신인왕 후보 두 명을 가장 잘 비교할 수 있는 선수는 라이온스일 것이다.

KT전 4쿼터 10점을 폭발시킨 라이온스(19점, 6리바운드)는 오리온스 데뷔승을 거두고 인터뷰에 임했다. 그는 “어려운 경기를 했지만 결국 이겼다. 그것이 삼성에서 뛸 때와 다른 점이다. 오리온스에서 내 기록은 줄어들 것이다. 매일 30점씩 넣지는 못할 것이다. 그러나 KBL에서 이기려면 그렇게 열심히 뛰어야 한다고 이해하고 있다. 걱정하지 않는다”며 오리온스와 삼성에서 역할의 차이점을 설명했다.
이승현과 김준일의 차이점을 묻는 질문도 이어졌다. 라이온스는 “한 선수가 더 좋다고 말하지 않겠다. 두 신인선수가 모두 수비가 인상적이다. 다만 이승현은 3점슛이 좋고, 김준일은 스코어러다. 김준일은 더블팀에서 빼주는 패스가 좋아서 내가 외곽공격을 하기 편했다”고 비교했다.
고려대시절 이승현은 대학최고의 파워포워드로 군림했다. 김준일과의 맞대결에서 대부분 이승현이 승자였다. 이승현은 대학리그 결승전에서도 김준일에게 판정승을 거두고 MVP를 차지했다. 하지만 프로에 와서 김준일이 더 돋보이고 있다. 이런 과거를 모르는 라이온스는 이승현을 원래 슛이 좋았던 외곽슈터로 보고 있는 것이다.
최근 이승현은 제한적 역할을 부여받으며 3점슛 비중이 매우 높다. 이승현은 본격적으로 3점슛 연습을 한지 겨우 1년이 됐음에도 올 시즌 성공률 47.2%를 기록 중이다. 그만큼 이승현이 매우 노력을 열심히 하는 선수라는 뜻이다.
다만 대학최고의 파워포워드가 구사했던 포스트업이 프로에서 무용지물이 됐다는 것은 충격이다. 그만큼 프로의 수준이 더 높다는 것. 다음 시즌 외국선수 2명 동시출전이 현실화된다면 이승현의 팀내 비중은 더욱 줄어들 수 있다. 골밑과는 더 멀어지게 된다. 하물며 이승현이 이 정도인데 다른 선수는 어떨까.
추일승 감독은 “냉정하게 보면 이승현의 포스트업은 기술이 떨어진다. 미스매치에서는 가능하지만, 노련한 4번을 상대하기는 경쟁력이 떨어진다”고 진단했다. 이승현이 기술적으로 발전하지 않으면 그의 골밑공격을 공격옵션으로 추가하기 어렵다는 뜻이다.

KT전에서 이승현은 2점슛 8개를 쏴서 6개를 넣었다. 대부분이 속공상황에서 터졌다. 이승현이 김승원에 비해 상대적으로 빠른 스피드를 활용해 적극적으로 림에 달려들어 얻어낸 득점이었다. 하지만 대학시절 장기였던 중거리 슈팅이나 포스트업은 실종됐다. 이승현은 3점슛 5개를 쏴서 1개를 넣었다. 외국선수들이 1 대 1 공격을 한 뒤 내준 공을 3점슛으로 처리한 것이다. 포스트업 시도 자체가 없어지면서 수비수를 붙여 바깥으로 빼주는 이승현의 좋은 패스도 사라졌다.
농구팬들은 이승현에게 작은 키로 골밑을 휘젓는 ‘제2의 현주엽’을 기대했다. 하지만 현재 그가 보여주는 모습은 센터에서 장신슈터로 변신한 이규섭에 가깝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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