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정호(28)가 영웅에서 해적으로 변신했다.
피츠버그 파이어리츠는 17일(한국시간) 강정호와의 계약을 공식 발표했다. 조건은 4+1년 계약 형식으로, 최소 4년 1100만 달러를 확보할 수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만약 강정호가 좋은 활약을 펼쳐 팀이 5년차 옵션을 행사한다면 5년 1650만 달러 계약으로 확대된다. 포스팅 금액(500만 2015달러)를 감안하면 강정호의 계약 최대 규모는 5년 2150만 2015달러가 된다.
피츠버그로 이적하며 많은 것이 바뀌었다. 유니폼 번호 역시 이에 속한다. 강정호는 넥센에서 활동하며 16번을 달고 생활했지만, 이미 16번을 갖고 있던 닉 라이바 3루코치에게 이 번호를 받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강정호는 미국에서는 27번으로 첫 걸음을 뗀다.

라이바 코치는 16번에 대한 애착이 강하다. 1984년 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에서 지도자 생활을 시작할 때도 16번이었고, 1989년부터 1991년까지 필라델피아 필리스 감독을 역임하면서도 다른 번호를 사용하지 않았다. 선수 중에는 2010년에 몸담았던 유틸리티 내야수 페드로 시리아코가 마지막이었지만, 현재 16번의 주인은 명확하다.
한 가지 신기한 것은 강정호의 새 번호인 27번 유니폼을 과거에 입고 뛰었던 선수가 현재 프로야구에 있다는 것이다. 주인공은 바로 외국인 선수인 쉐인 유먼(한화 이글스)이다. 한국야구소식을 발 빠르게 전하는 ‘MyKBO'는 17일 트위터에 한 장의 사진을 게재했는데, 유먼이 피츠버그 27번 유니폼을 입고 공을 던지는 모습이었다.
유먼은 지난 2001년 피츠버그의 43라운드 지명을 받고 팀에 입단했다. 이후 마이너리그에서 힘든 과정을 거쳐 2006년에 빅리그 입성에 성공했다. 이때 받았던 유니폼에 27번이 새겨져 있었다. 피츠버그에서 27번만 달았던 유먼은 2007년까지 빅리그에서 21경기에 등판해 3승 7패, 평균자책점 5.13의 기록을 남겼다.
그 뒤로 먼 길을 돌고 돌아 롯데 자이언츠에서 유먼의 한국생활은 시작됐다. 97번을 사용한 롯데에서 3년간 평균자책점 3.89를 마크한 유먼은 38승 21패 1홀드로 성공적인 커리어를 쌓았다. 무릎에 문제가 있어 재계약에 실패했으나 3년 동안의 성적을 바탕으로 올해는 한화로 팀을 옮겼다.
익숙하던 번호까지 바뀌면서 강정호는 모든 것이 새로워진 낯선 환경을 맞이했다. 새 번호와 함께할 강정호가 어떤 활약을 펼칠지도 궁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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