끼니도 잊었다. 배고픔을 느낄 새도 없었다.
17일 일본 고치 시영구장. 한화의 스프링캠프가 차려진 가운데 선수단 전원이 1분 1초가 아까운 듯 바쁘게 움직였다. 이동 중에도 걸어가는 모습은 볼 수 없었다. 발을 빠르게 움직이며 조금이라도 시간을 아끼려는 간절함이 느껴졌다.
식사 시간을 보면 한화의 캠프가 얼마나 바쁘게 돌아가는지 알 수 있다. 야수들의 점심시간은 오후 12시50분부터 1시10분까지 딱 20분만 주어졌다. 투수들의 경우에는 따로 시간이 정해진 것 없이 훈련 로테이션에 따라 번갈아가며 각자 끼니를 때웠다.

식사도 간소화했다. 도시락과 우동으로 간단히 한 것이다. 따로 음식을 퍼서 담는 것이 아니라 간편하게 요기를 할 수 있도록 했다. 식당으로 사용한 장소도 메인구장을 바라보는 일렬식 자리로. 서로 마주보고 식사하는 것이 아닌 만큼 대화를 하며 먹는 풍경은 온데 간데 없었다.
이 모든 것은 조금이라도 시간을 아끼기 위함이다. 훈련만으로도 시간이 모자라다는 것이 김성근 감독의 이야기. 김 감독은 "남은 시간이 많이 모자라다. 선수들을 전력으로 끌어올리기 위해서는 훈련 시간을 아껴야 한다"고 말했다. 선수들은 물론 김성근 감독과 코치들도 도시락과 우동으로 점심을 해결했다.
특히 김성근 감독은 선수들보다 훨씬 늦게 혼자서 점심을 먹었다. 오전 11시쯤 불펜피칭장으로 들어간 김 감독은 오후 3시가 되어서야 바깥으로 나왔다. 4시간 가까운 시간을 투수들만 보고 지도하느라 점심식사 때를 놓쳤다. 배고픔마저 잊을 정도로 몰입해 있었다.
김 감독은 "평소에도 이 시간대에 점심을 먹는다"며 "투수들을 너무 많이 봐서 누가 누구인지 모르겠다"고 농담을 던졌다. 김 감독은 식사를 하는 동안에도 차창 너머 타격 훈련하는 선수들의 모습을 계속 지켜봤다. 1분 1초가 아까운 한화 캠프의 새로운 풍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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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치=이대선 기자 sunday@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