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대에서 축구한 이야기를 할 때 어깨에 힘 좀 들어갈 선수가 또 한 명 등장했다. 바로 ‘군데렐라’ 이정협(25, 상주 상무)이다.
울리 슈틸리케 감독이 이끄는 축구국가대표팀은 17일 오후 6시 호주 브리즈번 선코프 스타디움에서 벌어진 2015 호주 아시안컵 A조 조별리그 3차전에서 전반 33분 터진 이정협의 결승골에 힘입어 주최국 호주를 1-0으로 물리쳤다. 이로써 3연승을 달린 한국은 호주(2승 1패)를 제치고 A조 1위로 8강에 진출, B조 2위와 맞붙게 됐다.
감기몸살 증세를 보였던 손흥민은 선발에서 제외돼 교체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대신 ‘월드컵 전사’ 이근호가 좌측날개를 맡았다. 이청용의 자리에는 한교원이 뛰었다. 이근호의 활약은 매우 인상적이었다. 엄청난 활동량을 바탕으로 이근호는 측면에서 활발하게 움직였다. 전방에서 미리 압박을 해주면서 1차 저지선을 만든 것도 이근호였다.

결국 첫 골은 이근호의 움직임에서 비롯됐다. 전반 33분 기성용이 수비수를 제치고 완벽하게 전진패스를 내줬다. 이근호가 공을 잡아 날카로운 크로스를 낮게 깔아줬다. 이 때 쇄도하던 이정협이 가볍게 발을 갖다 대 방향을 바꾸면서 선제골을 뽑아냈다. 기성용과 이근호가 차려준 밥상을 이정협이 맛있게 먹은 격이었다.

이근호는 지난 2014 브라질 월드컵 1차전 러시아전서 선제골을 뽑아 일약 국민스타로 떠올랐다. 당시 군인신분이었던 이근호는 멋진 거수경례 세리머니를 펼쳤다. 군대에서 축구한 이야기를 할 때 빠질 수 없는 선수가 바로 이근호였다. 전역을 했어도 이근호는 특유의 군인정신이 여전했다. 이근호와 이정협, 상무라인의 ‘환상 케미’는 한국이 강적 호주를 격파하는데 결정적 역할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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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리즈번(호주)=민경훈 기자 rumi@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