슈틸리케호가 기어코 잔디 변수를 극복해냈다.
울리 슈틸리케 감독이 이끄는 한국 축구대표팀은 17일(이하 한국시간) 호주 브리즈번 스타디움서 열린 개최국 호주와 2015 AFC 아시안컵 조별리그 최종전 경기서 이정협의 결승골에 힘입어 1-0 승리를 거뒀다. 이날 승리로 한국은 조별리그 3경기를 모두 1-0으로 승리하며 3연승으로 승점 9점을 획득, A조 1위로 8강에 올랐다. 조 1위를 차지한 한국은 18일 열리는 사우디아라비아-우즈베키스탄전 결과에 따라 B조 2위와 8강전을 치르게 된다.
뚜껑을 열기도 전이었다. 브리즈번 스타디움의 잔디가 변수로 떠올랐다. 양 팀 감독을 비롯한 선수들이 악명 높은 그라운드에 우려를 나타냈다. 설상가상 한국은 전날 일본-이라크의 경기가 이곳에서 열려 공식 훈련을 다른 곳에서 소화했다. 유일했던 잔디 적응 기회를 놓친 셈이었다.

경기 초반엔 한국이 주도권을 잡았다. 간결한 패스로 호주를 압박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패스 미스가 많아지며 힘겨운 경기를 펼쳤다. 반면 호주의 정확하고 빠른 패스 축구에 고전했다. 전반 기록만 보더라도 잘 드러난다. 한국은 총 140개의 패스에 그쳤지만 호주는 이보다 2배 정도 많은 258개의 패스를 시도했다. 성공률도 차이가 났다. 호주는 87.2%의 패스성공률을 기록한 데 반해 한국은 71.4%에 머물렀다. 점유율도 64.9%-35.1%로 크게 뒤졌다.
이정협의 천금 선제 결승골이 슈틸리케호를 살렸다. 군더더기가 없었다. 기성용의 절묘한 스루 패스를 이근호가 날카로운 땅볼 크로스로 연결, 문전으로 쇄도하던 이정협이 슬라이딩 오른발 슈팅으로 골망을 흔들었다. 잔디 변수를 일순간에 날려버리는 순간이었다.
슈틸리케호가 원했던 조 1위를 달성하며 잔디 변수를 극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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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리즈번(호주)=민경훈 기자 rumi@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