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친’ 손흥민(23, 레버쿠젠)과 로비 크루즈(26, 레버쿠젠)가 서로 다른색 유니폼을 입고 적으로 만났다.
울리 슈틸리케 감독이 이끄는 축구국가대표팀은 17일 오후 6시 호주 브리즈번 선코프 스타디움에서 벌어진 2015 호주 아시안컵 A조 조별리그 3차전에서 전반 33분 터진 이정협의 결승골에 힘입어 주최국 호주를 1-0으로 물리쳤다. 이로써 3연승을 달린 한국은 호주(2승 1패)를 제치고 A조 1위로 8강에 진출, B조 2위와 맞붙게 됐다.
슈틸리케 감독은 감기몸살에서 회복된 손흥민을 교체명단에 올렸다. 이근호, 구자철, 한교원이 미드필드에서 최전방 이정협을 도와 공격을 도맡았다. 하지만 변수가 발생했다. 전반 29분 박주호가 다치면서 한국영이 투입됐다. 또 후반 1분 만에 구자철이 팔꿈치를 다쳤다. 슈틸리케 감독은 드디어 손흥민 카드를 꺼냈다.

경기감각은 무뎠지만 역시 손흥민이었다. 손흥민은 후반 11분 화려한 드리블로 순식간에 3명의 수비수를 벗겨내는 멋진 개인기를 선보였다. 선제골을 허용해 다급해진 호주는 거친 플레이로 한국의 흐름을 끊으려고 했다. 한국 역시 몸싸움에서 전혀 물러서지 않으며 맞섰다.
호주는 후반 25분 박주호에게 거친 파울을 했던 나단 번스를 빼고 로비 크루즈를 투입했다. 이어 호주 최고의 스타 팀 케이힐까지 교체로 그라운드를 밟았다. 호주가 강력한 승부수를 건 것. 레버쿠젠에서 동료로 뛰는 손흥민과 크루즈는 동료에서 적으로 만났다.
손흥민은 후반 35분에도 하프라인부터 페널티박스까지 드리블로 치고 들어가는 등 호주 문전을 위협했다. 호주 역시 한국에서 가장 경계할 선수로 손흥민을 꼽고 있었다. 손흥민은 후반 37분에도 문전 앞에서 기회를 잡았지만 슈팅까지 연결하지 못했다. 슈퍼서브로 투입된 손흥민과 크루즈는 골을 뽑기 위해 최선을 다했다.
크루즈는 후반 43분 골키퍼 김진현과 1 대 1로 맞서 강한 슛을 날렸지만 선방에 막혔다. 끝내 골은 터지지 않았다. 한국은 손흥민이 감기에서 회복해 45분을 소화한 것만 해도 소득이었다.
아직 손흥민과 크루즈의 승부는 끝이 아니다. 호주와 한국은 8강 토너먼트를 계속 이겨나갈 경우 결승전에서 다시 만날 수 있다. 베스트 컨디션을 되찾을 손흥민의 활약에 계속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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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리즈번(호주)=민경훈 기자 rumi@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