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리, 무실점, 그리고 좋은 경기."
호주전을 앞두고 세 가지 다짐을 전했던 울리 슈틸리케 감독이 그대로의 결과를 일궈냈다. 슈틸리케 감독이 이끄는 한국 축구대표팀은 17일(이하 한국시간) 호주 브리즈번 스타디움서 열린 개최국 호주와 2015 AFC 아시안컵 조별리그 최종전 경기서 이정협의 결승골에 힘입어 1-0 승리를 거뒀다.
이날 승리로 한국은 조별리그 3경기를 모두 1-0으로 승리하며 3연승으로 승점 9점을 획득, A조 1위로 8강에 올랐다. 조 1위를 차지한 한국은 18일 열리는 사우디아라비아-우즈베키스탄전 결과에 따라 B조 2위와 8강전을 치르게 된다.

이로써 한국은 조별리그 3경기서 모두 1-0 승리를 거두며 전승으로 8강에 진출하는 결과를 안았다. 안방에서 강한 개최국이자 '우승후보' 호주를 무너뜨리고 거둔 승리라 더욱 의미가 크다. 무엇보다, 슈틸리케 감독이 말한 대로 결과를 만들어냈다는 점에서 우승을 향한 청사진의 희망을 볼 수 있었던 경기였다.
▲ 난 비기려고 경기장에 들어가는 사람이 아니다.
당시 공식 기자회견에서 슈틸리케 감독은 "우리는 지난 5일 동안 부상, 감기 몸살자가 많아 좋지 않은 영향을 끼쳤다"며 "호주전과 8강 중 어느 경기가 더 중요하냐 묻는다면 당연히 8강전이다. 그러나 내일 경기가 중요하지 않다는 것은 아니다. 조 1위를 위해 이기려고 노력하겠다"고 승리에 대한 의지를 불태웠다.
슈틸리케 감독의 호주전 선전포고는 한 마디로 요약할 수 있었다. "나는 비기려고 경기장에 들어가는 사람이 아니다"라는 그 한 마디에는, 8강이 확정된 상황이지만 이에 관계 없이 승점 3점과 조 1위를 위해 최선을 다해 승리를 가져오겠다는 뜻이 담겨 있었다. 그리고 이날, 비기기만 해도 조 1위를 확정지을 수 있었던 호주와 달리 승리해야만 했던 한국은 슈틸리케 감독의 말 그대로 승점 3점을 가져오며 최상의 결과를 안았다.
▲ 누가 나오더라도 무실점하고 있는 것에 큰 의미를 부여하고 싶다.
중앙 수비 조합은 호주전을 앞둔 슈틸리케호의 '핫이슈'였다. 이 문제를 두고 공식 기자회견에서 예민한 반응을 보인 슈틸리케 감독은 "다양한 선수 구성은 선수들의 정보를 파악하고 실험하기 위함이었다"고 설명한 후, "우리는 7경기서 4실점 밖에 하지 않았다. 그것도 코스타리카전에서 3실점을 했고, 최근 3경기는 무실점이다. 누가 나오느냐도 중요하지만 누가 나오더라도 무실점을 하고 있다는 것에 큰 의미를 부여하고 싶다"며 무실점을 강조했다.
이 말 역시 사실이 됐다. 한국은 이번 조별리그서 단 3골을 넣었지만, 무실점으로 3경기를 마무리하면서 3전 전승으로 조 1위에 올랐다. 사우디아라비아와 평가전, 조별리그 1차전 오만전에서 장현수(광저우 푸리)-김주영(상하이 둥야) 조합을, 2차전 쿠웨이트전에서는 장현수-김영권(광저우 에버그란데) 조합을 선택한 데 이어 호주전에서 곽태휘(알 힐랄)-김영권 조합을 꾸린 중앙 수비는 불안하다는 평가 속에서도 무실점으로 경기를 마치는 쾌거를 올렸다.
▲ 좋은 축구, 흥미진진한 축구를 선보이고 싶다.
사실 앞선 경기들에서 제기된 가장 큰 문제점은 경기력에 대한 부분이었다. 연이은 1-0 스코어와 최전방의 가벼움, 중원과 뒷공간의 해결되지 않은 문제들은 슈틸리케호가 '좋은 축구'를 하고 있는가 라는 질문에 부정적인 답을 내놓게 했다.
그러나 이날 호주전에서 한국은 앞서 2경기서 8골을 뽑아낸 막강한 호주의 공격력을 잘 찍어눌렀고, 거친 플레이에 부상자가 속출하면서도 투혼이 넘치는 플레이로 팬들의 뜨거운 응원을 받았다. "양 팀이 8강에 오르면서 큰 부담은 덜어낸 상황이다. 양 팀 모두 좋은 축구, 흥미진진한 축구를 팬들에게 선보였으면 좋겠다"던 슈틸리케 감독이 바라던 대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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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리즈번(호주)=민경훈 기자 rumi@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