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자는 필연적으로 위험부담을 수반한다. 그 위험을 줄이기 위한 다각도의 연구는 필수다. 피츠버그도 강정호(28)에 대해 그런 충분한 과정을 거친 것으로 알려졌다. 여러 명의 스카우트들을 번갈아가며 파견한 것은 물론, 컴퓨터까지 동원하며 강정호의 성공 가능성을 점쳤다. 그리고 과감히 투자했다.
피츠버그는 17일(이하 한국시간) 강정호와의 계약을 마무리했다고 공식발표했다. 공식적인 금액은 나오지 않았으나 미 언론들은 바이아웃 25만 달러를 포함, 4년 보장 1100만 달러의 계약이라고 밝혔다. 여기에 5년째에는 550만 달러짜리 구단 옵션도 끼어 넣었다. 피츠버그가 2019년 강정호의 옵션을 실행한다면, 5년 총액 1650만 달러짜리 계약이 된다. 포스팅 금액(500만2015달러)을 포함하면 5년 총액 액 2150만 달러다.
팀 재정 여건이 그렇게 좋지는 않은 피츠버그다. 30개 팀을 놓고 봤을 때는 중하위권 쪽에 가까운 스몰마켓이다. LA 다저스나 뉴욕 양키스가 쓰는 2150만 달러와는 차원이 다르다. 여기에 비교적 내야도 구색이 잘 갖춰져 있다. 그런 피츠버그가 강정호에 포스팅 금액을 포함해 연 평균 430만 달러 계약이 될 수 있는 조건을 제시했다. 뭔가의 확신이 없었다는 불가능한 이야기다. 실제 피츠버그는 강정호를 오랜 기간 세밀하게 관찰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지역 언론인 는 17일 피츠버그의 강정호 영입 과정을 비교적 상세하게 다뤘다. 이 보도에 의하면 피츠버그는 복수의 스카우트를 한국에 보내 강정호의 플레이를 지켜본 것으로 알려졌다. 한 명이 봤을 때는 아무래도 개인의 편견이 들어갈 수 있다. 눈으로 보는 것과 비디오로 보는 것도 차이가 난다. 심지어 한국에서 그와 상대했던 외국인 투수들의 생각까지 물어본 것으로 드러났다. 의사결정에 있어 그만큼 신중했다는 의미다.
여기에 컴퓨터까지 동원한 것으로 전해졌다. 강정호는 지난해 한국프로야구에서 역사적인 시즌을 보냈다. 117경기에서 타율 3할5푼6리, 40홈런, 117타점을 기록했다. 그러나 한 차원 수준이 높은 미국에서 이 성적은 떨어질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지난해 한국이 유례없는 타고투저 시즌을 보낸 것도 감안해야 했다. 는 “그의 환상적인 수치가 MLB에서 어떻게 나타날 것인지 컴퓨터 모델을 통해 모의 실험을 했다”라고 덧붙였다. 사람의 경험에 의한 직관에 컴퓨터까지 활용해 꼼꼼히 강정호를 파헤쳤다.
닐 헌팅턴 단장은 이런 과정이 쉽지는 않았다고 털어놨다. 하지만 확신을 얻고 영입을 추진했다며 기대감을 드러냈다. 헌팅턴 단장은 “때로는 위험부담을 계산해야 할 때가 있다. 이번 영입도 확실히 그런 경우였다”라면서도 “그를 마이너리그에 보낼 생각은 전혀 없다”며 강정호가 실전에서 MLB에 적응할 수 있게끔 도울 것이라는 확실한 의지를 천명했다. 는 “피츠버그는 그가 유격수와 더불어 2루와 3루에서도 뛸 수 있는 보완적인 벤치 플레이어로 보고 있다”고 덧붙였다.
한편 헌팅턴 단장은 향후 활약에 따라 피츠버그의 내야 구성이 달라질 수도 있음을 넌지시 시사해 관심을 모으기도 했다. 헌팅턴 단장은 “어떠한 대본도 없다”라며 신중한 생각을 드러내면서도 “만약 강정호가 우리의 기대에 걸맞은 선수가 된다면, 우리는 X선수를 트레이드하거나 Y선수의 포지션을 옮길 수도 있을 것이다”라고 말했다. 강정호가 MLB에 성공적으로 정착한다면 닐 워커 등 향후 많은 연봉을 받을 것으로 예상되는 선수들의 거취에도 유연하게 대응할 수 있다는 의미다. 피츠버그는 강정호에 대한 확신을 가지고 있다. 이제 강정호가 그 확신에 부응하는 일만이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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