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반의 여정을 끝낸 한국이 분위기 반전에 성공했다. 55년 만의 아시안컵 우승을 노리는 한국으로서는 좋은 신호다.
2015 아시아축구연맹(AFC) 아시안컵 A조의 조별리그 일정이 끝났다. 울리 슈틸리케 감독이 지휘하는 한국은 지난 17일(이하 한국시간) 호주와 3차전에서 1-0으로 승리를 거두며 조별리그 3연승을 기록, A조 1위로 8강에 진출하게 됐다.
당초 한국의 조 1위는 힘들어 보였다. 한국은 오만과 1차전은 물론 쿠웨이트와 2차전 모두 1-0으로 힘겹게 이겼다. 문전에서의 결정력은 물론 경기력도 좋지 않아 많은 비판을 받았다. 심지어 슈틸리케 감독조차 쿠웨이트전을 마친 후 실망감을 표할 정도였다.

한국과 달리 호주는 승승장구했다. 한국처럼 2연승을 달린 것은 물론 2경기서 무려 8골을 폭발시키며 이번 대회 최강의 득점력을 선보였다. 앞선 2경기서 연속 무실점을 했지만, 수비진이 흔들리는 모습을 계속 보인 한국으로서는 걱정이 될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결과는 예상을 빗나갔다. 호주가 경기력적인 측면에서 우위를 점했지만, 한국은 호주의 공격을 버티며 무실점으로 지킨 끝에 승리를 거둔 것. 한국은 자신들에게 주어진 절호의 기회를 놓치지 않고 득점으로 연결해 환한 미소를 지었다.
앞서 이겼던 오만과 쿠웨이트와 달리 호주는 한국, 일본과 함께 우승을 다투는 우승 후보다. 지난 대회에서 일본과 치열한 접전 끝에 아쉽게 준우승에 머문 호주는 이번 대회서는 개최 프리미엄을 안고 우승에 도전하는 강력한 팀이다. 그런 호주를 꺾은 만큼 한국으로서는 분위기를 바꿀 수 있게 됐다.
절반의 여정을 끝내면서 분위기 반전에 성공한 한국은 55년 만의 우승 도전에 더욱 박차를 가할 수 있게 됐다. 적지 않은 부상자가 발생한 탓에 팀 전력의 저하가 예상되지만, 선수들은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가지면서 어떤 팀과 대결에서도 기죽지 않게 됐다.
수 많은 국제대회 경험이 있는 베테랑 이동국(전북)은 호주전을 앞두고 침체돼 있던 한국이 전혀 다른 모습을 보일 수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결과가 중요한 대회다. 좋지 않은 경기를 했어도 그런 경기를 통해서 다음 경기가 좋아질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할 수 있다"며 "지금 전술과 선수들을 한 번에 바꿀 수는 없다. 그러나 분위기는 가능하다. 높은 수준의 선수들인 만큼 분위기를 바꾸면 한 번에 치고 올라갈 수 있다"고 믿음을 보인 바 있다.
물론 이동국의 전망이 무조건 맞다고 볼 수는 없다. 하지만 이동국이 말한 것처럼 호주전을 마친 한국이 지금까지의 부진과 다른 모습을 보일 수 있는 계기를 만든 것은 분명하다. 이제 절반의 여정을 마친 한국으로서는 나머지 절반의 여정을 위해 새로운 기분으로 새로운 준비를 해야 한다.
sportsher@osen.co.kr
브리즈번(호주)=민경훈 기자 rumi@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