슈틸리케호가 '무실점 4연승'이라는 기막힌 성적표로 그간의 물음표를 지웠다.
울리 슈틸리케 감독이 이끄는 한국 축구대표팀은 지난 17일(이하 한국시간) 호주 브리즈번 스타디움서 열린 개최국 호주와 2015 AFC 아시안컵 조별리그 최종전서 이정협의 결승골에 힘입어 1-0 승리를 거뒀다. 이날 승리로 한국은 조별리그 3경기를 모두 1-0으로 이기며 3연승(승점 9), A조 1위로 8강에 올랐다. 한국은 18일 열리는 사우디아라비아-우즈베키스탄전 결과에 따라 B조 2위와 8강전을 벌인다.
성적으로 말했다. 슈틸리케호는 지난 4일 사우디아라비아(2-0)와 최종 평가전 승리를 시작으로 10일 오만과 1차전, 13일 쿠웨이트와 2차전, 17일 호주와 3차전까지 내리 1-0 승리를 거뒀다. 4경기 연속 무실점, 5골의 뛰어난 성적표다.

슈틸리케호는 그간 결과에 비해 불안한 내용을 선보였다. 사우디전은 자책골과 이정협의 쐐기골로 승리를 거뒀지만 뒷맛이 영 개운치 않았다. 결정력 부족과 수비 불안이 과제로 떠올랐다. 오만과 쿠웨이트전서도 해답을 찾지 못했다. 창끝은 무뎠고, 방패는 허술했다.
장애물도 있었다. 연이은 부상자와 감기 몸살자로 홍역을 앓았다. '에이스' 이청용(볼튼)이 다리 부상으로 짐을 쌌고, 손흥민(레버쿠젠), 구자철(마인츠), 김진현(세레소 오사카) 등이 미열을 동반한 감기 몸살로 정상 컨디션이 아니었다. 김창수(가시와 레이솔), 김주영(서울), 곽태휘(알 힐랄), 조영철(카타르) 등도 크고 작은 부상에 시달렸다.
슈틸리케 감독도 지난 16일 호주전을 앞두고 열린 공식 기자회견서 "중앙 수비진에 계속 변화를 줄 수밖에 없었던 이유는 피치 못할 사정이 있었기 때문"이라며 "부상과 감기 몸살로 정상 컨디션이 아닌 선수를 기용할 수는 없다. 나도 선수 구성에 많은 변화를 주면서 우승하려고 온 것은 아니"라며 하소연했다.
뒤이어 슈틸리케 감독이 던진 말은 의미심장했다. "수비와 관련된 불안감 때문에 많은 논란이 있었다. 하지만 우리는 7경기서 4실점 밖에 안했다. 그것도 코스타리카전서 3실점했다. 최근 3경기서 무실점했다. 누가 나오느냐도 중요하지만 누가 나오더라도 무실점을 하고 있다는 것에 큰 의미를 부여하고 싶다."
슈틸리케 감독은 실로 어려울 뻔 했던 호주전서 자신과의 약속을 지켰다. 센터백 조합을 곽태휘-김영권으로 새로 꾸리고도 다시 한 번 무실점 승리를 만들어냈다. 앞선 3경기에 비해 나아진 내용은 장밋빛 미래를 예고하기에 충분했다.
슈틸리케호가 결과로 모든 것을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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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리즈번(호주)=민경훈 기자 rumi@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