힘든 상황이지만 목표는 변하지 않았다. 아직 그 목표 외에는 다른 생각을 하지 않는다. 메이저리그(MLB) 진입에 암초를 만난 윤석민(29, 볼티모어)이 한 번 시작한 레이스를 끝까지 소화할 전망이다. 국내 유턴설 등 다양한 이야기도 나오고 있지만 현재로서는 가능성이 크지 않다는 게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지난해 볼티모어와 3년 계약을 맺고 MLB 도전을 선언한 윤석민은 최악의 한 해를 보냈다. 계약이 늦어져 몸을 제대로 만들지 못했다. 이 여파는 1년 내내 이어졌다. 몸이 좋지 않다보니 마이너리그에서도 자신의 능력을 모두 보여주는 것이 힘겨웠다. 성적은 저조했다. 트리플A 23경기(선발 18경기)에서 4승8패 평균자책점 5.74에 그쳤다. 이 정도 성적으로는 MLB에 진입하기 어려웠다. 오히려 시즌 후반에는 볼티모어의 40인 로스터에 빠졌다.
이를 악물고 겨우 내내 착실히 몸을 만들었다. 스스로도 만족할 만큼 몸 상태가 올라왔다. 반드시 MLB 마운드를 밟겠다는 의지로 무장했다. 그러나 최근 청천벽력과 같은 소식도 전해졌다. 벅 쇼월터 볼티모어 감독이 “윤석민을 MLB 스프링캠프에 부르지 않을 것”이라고 전한 것이다. 윤석민은 볼티모어와 3년 계약이 되어 있다. 여기에 스프링캠프는 한 달가량 남아 있었다. 전혀 예상하지 못했던 일이었다.

이에 관계자들은 우려를 표하고 있다. 눈도장을 받을 수 있는 기회가 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안전장치가 되어줄 것으로 믿었던 ‘마이너리그 거부권’도 문제다. 40인 로스터에서 제외된 윤석민은 올해부터 마이너리그 거부권을 행사할 수 있다. 팀으로서는 윤석민을 MLB에 승격시키는 순간 선수 동의 없이는 마이너리그로 보낼 수 없다는 위험부담을 안아야 한다. 윤석민의 지난해 성적은 그런 위험부담을 감수할 만큼 매력을 주지 못한다.
힘겨운 상황이 된 만큼 다른 쪽으로 눈을 돌려볼 만도 하다. 일각에서 제기하는 국내 유턴설이다. 한 관계자는 “현재 10개 구단은 모두 투수가 부족하다. 윤석민이 한국에 돌아온다고 할 경우 원소속팀 KIA를 필두로 관심을 보일 팀이 많을 것”이라며 엄청난 금액을 받을 것이라 장담했다. 하지만 윤석민의 생각은 그렇지 않다. 이왕 시작한 것, 결과가 어떤 식으로 나든 끝장을 보겠다는 의지가 강한 것으로 알려졌다.
윤석민과 가까운 한 관계자는 “그런 소식이 전해졌으면 좌절할 법도 한데, 생각보다 평온한 모습이더라. MLB에 계속 도전한다는 생각으로 착실히 몸을 만들고 있었다”라면서 “의지가 강하다. (현 상황에 대해서는) 오히려 주위에서 더 걱정을 하는 모습이다. MLB 진출에 대한 길이 있는 만큼 끝까지 해본다는 생각인 것 같다”고 전했다. 지난해 현지에서 윤석민을 만나고 온 관계자 역시 “1년 동안 어려운 시기가 있었는데 타지 생활을 잘 이겨내고 있었다. 그만큼 성숙해진 기분”이라고 응원했다.
아직 끝난 것은 아니다. 보도대로 MLB 캠프에 참가하지 못한다고 해도 마이너리그 캠프에서 좋은 모습을 보여주면 실낱같은 희망이 보인다. 윤석민도 포기하지 않고 그 가능성을 쫓고 있다. 최근에도 주위에 “열심히 운동했는데 아직 포기하기는 이르다”라며 의지를 불태우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결과는 지나봐야 알겠지만 꿈을 좇는 윤석민의 도전은 여전히 진행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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