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력보다 실속’ SK 외인 악몽 탈출할까
OSEN 김태우 기자
발행 2015.01.18 07: 54

경력보다는 실속이다. SK가 외국인 선수 선발 노선을 확 바꿨다. 바뀐 방침에 따라 세 선수가 차례로 계약을 맺은 가운데 어떤 결과로 귀결될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10개 구단 중 가장 마지막까지 외국인 선수 시장에 남아 있었던 SK는 지난 15일 우투우타 외야수 앤드류 브라운(31)과 총액 80만 달러(계약금 10만 달러, 연봉 70만 달러)에 계약했다. 지난해 좋은 모습을 보인 트래비스 밴와트(29)와 재계약에 성공한 SK는 또 하나의 우완 정통파 투수 메릴 켈리(27), 그리고 브라운으로 2015년 외국인 선수 라인업을 완성했다.
지난해 유독 외국인 선수의 덕을 보지 못했던 SK다. 개막을 함께 했던 3명의 선수가 모두 말썽을 일으켰다. 한국무대 2년차를 맞이한 조조 레이예스는 13경기에서 2승7패 평균자책점 6.55의 초라한 성적을 남기고 퇴출됐다. 1년차 성적(8승13패 평균자책점 4.84)보다 나은 성적을 기대했지만 정반대였다. 로스 울프 또한 23경기에서 2승2패4세이브 평균자책점 4.85로 기대에 못 미쳤다. 시즌 초반 부상을 당하며 로테이션을 비웠고 마무리로 성공하는 듯 했으나 아들의 병환 문제로 미국에 돌아간 뒤 소식이 끊겼다.

정점은 SK 외국인 선수 역사상 최고 몸값이었던 루크 스캇의 부진 및 항명파동이었다. 메이저리그 통산 135홈런의 주인공인 스캇은 경력대로 큰 기대를 모았다. 초반에는 그럭저럭 좋은 모습을 보여주는 듯 했다. 장타는 기대에 못 미쳤지만 선구안은 살아있었다. 그러나 딱 4월 한 달이었다. 그 후로는 잦은 부상이 겹치며 경기에 뛰지 못하는 날이 더 많았다. 결국 33경기 출전, 타율 2할6푼7리의 최악의 성적을 냈고 이만수 당시 감독의 면전에서 언쟁을 벌이는 항명을 하다 퇴출당했다.
세 선수가 기대를 모았던 것은 ‘경력’ 때문이었다. 스캇은 말할 것도 없었고 레이예스 또한 어린 시절 MLB에서도 알아주는 유망주였다. 울프는 2013년 MLB 무대에서 뛴 현역 메이저리거였다. 하지만 경력이 성적으로 이어지지는 않았다. 여기에 세 선수는 모두 팀에 대해 이런저런 불만이 있었다. 사정이야 있겠지만 팀 분위기에 좋은 영향을 미쳤다고 보기는 어려웠다. 한 관계자는 “세 명이 모두 다 실패하기도 힘들다”라며 안타까움을 드러냈다.
그런 SK는 올해 외국인 선수 선발 방침을 상당 부분 바꿨다. 세 선수의 실패, 그리고 대체 외국인 선수로 들어온 밴와트의 성공이 영향을 미쳤다. 밴와트는 MLB 경력이 한 경기도 없다. SK 스카우트팀이 경력 이상의 기량을 확인한 밴와트를 상대적으로 쉽게, 그리고 싼 가격에 데려올 수 있었던 이유였다. 그렇게 기대치가 낮았던 밴와트는 11경기에서 9승을 쓸어 담으며 SK 후반기 도약의 일등공신이 됐다.
밴와트의 성공에 자신감을 얻은 SK는 이름값보다 기량, 그리고 한국에서 통할 수 있는 선수의 ‘장점’에 주목했다. 일찌감치 지난해 8월 김상진 투수코치가 미국에 가 대상 투수들을 면밀히 관찰했다. 기량은 물론 인성까지도 꼼꼼하게 확인했다. 그 과정에서 기량, 잠재력, 그리고 MLB 계약과 비교적 자유로운 켈리를 건졌다. 브라운은 지난해 김용희 감독이 육성총괄시절 눈여겨봤던 선수다. 역시 MLB 경력은 많지 않았지만 현장의 눈에 주목했다. 경쟁이 치열했으나 예상보다 싼 가격에 데려오는 행운도 누렸다.
세 선수는 팀에서 할 일이 많다. 밴와트는 ‘에이스’ 김광현과 함께 팀의 원투펀치로 기대 받고 있다. 켈리는 일단 선발 로테이션을 꾸준히 소화할 수 있는 선수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브라운은 ‘수비가 되는’ 중장거리포로 중심타선에 힘을 보탤 전망이다. 물론 현 시점에서 성공 가능성을 속단하기는 어렵다. 그러나 SK는 나름대로 자신감이 있다. 외국인 선발에 유독 공을 들인 SK의 노력에 이들이 부응할지 지켜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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