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태현과 이승기가 닮은꼴 닮은 행보로 눈길을 사로잡고 있다.
두 사람은 귀엽고 사랑스러운 매력을 바탕으로 활약하고 있으며, 남성성을 내세운 다른 배우들과 확연한 차별화를 하고 있다는 점에서, 그렇다고 꽃미남으로 분류되지도 않는다는 점에서 같은 카테고리에 들어간다고 볼 수 있다. 친근하고 코믹한 매력을 내세운 터라, 가장 '흔한' 남자로 느껴질 수 있지만 의외로 경쟁자가 많지도 않다. 그만큼 독보적이라는 얘기.
차태현은 1995년 드라마 '젊은이의 양지'에서 전도연을 짝사랑하는 연기로 얼굴을 알린 후 1990년대 후반 주연급으로 올라섰다. '해바라기', '해피투게더', '햇빛속으로' 등을 통해 차태현만 할 수 있는 연기를 확고히 한 그는 아주 잘생기지 않았지만 편한 매력으로, 어두운 듯 하다가도 이내 밝아지는 긍정적인 이미지로 큰 인기를 모았다.

2001년 가요계로 건너간 그는 신나는 댄스곡 '아이 러브 유'를 발표해 뜨거운 반응을 얻기도 했다. 그와 동시에 스크린에서도 대박이 났다. 첫 주연작인 '엽기적인 그녀'가 2001년 신드롬에 가까운 인기를 누리면서 그는 많은 여성관객들로부터 가장 선호하는 남자친구상이 됐다.
이후로 부침은 있었지만, 잊을만하면 대박을 터뜨리면서 존재감을 발휘 중. 2008년 '과속 스캔들'은 차태현 표 코미디가 식상하지 않을까 하는 선입견을 보기 좋게 날려버리며 큰 인기를 모았다.
쾌활하고 까불거리지만 선을 넘지 않고, 모범적인 것 같은데 마냥 착하진 않은 그의 매력은 그야말로 라이벌이 없는 상태. 예능에서도 그의 높은 호감도는 발휘된다. 현재 KBS '1박2일'에서 장기간 활약하면서 전면에 나서지 않아도 유쾌한 분위기를 끌어가는 중추 역할을 확실히 해내고 있다.
이승기의 시작은 차태현과는 거리가 좀 있었다. 2004년 '내 여자라니까'로 데뷔한 그는 당시 유행했던 연하남 열풍에 힘입어 단숨에 스타덤에 올랐다. 공부를 잘했다더라, 성격이 그렇게 좋다더라 등 노래 외적인 면에서도 합격점을 받은 그는 모범적이고 '지켜주고픈' 남동생의 이미지를 착실하게 쌓았다.
터닝포인트는 드라마 '소문난 칠공주'와 '1박2일'에 연이어 출연했던 2006~2007년경. 주말드라마로 중장년층 사이에 인지도를 대폭 끌어올린 그는 '1박2일'로 귀여운 막내 이미지를 더욱 강화시키며 연하남 이미지를 탈피, 전연령층에 사랑받는 연예인으로 거듭났다. 드센 형들 사이에서도 기죽지 않고, 착하지만 가끔은 화도 내는 성격은 예능에 최적화됐다는 평을 받으며 곧바로 SBS '강심장' MC로 입성하게 된다.
드라마에서는 '찬란한 유산'으로 높은 시청률을 기록하고, '내 여자친구는 구미호', '구가의서' 등 캐스팅부터 큰 화제를 모으는 주연급으로 활약해왔다. 이제 스크린 도전이 남았던 상태. 지난 14일 개봉한 '오늘의 연애'는 이승기 특유의 사랑스러운 매력을 잘 살렸다는 평가를 받으며 순항 중이다.

영화 개봉을 앞두고 '당연히' 차태현에 대한 질문을 많이 받았을 터. 이승기는 '포스트 차태현'이라는 수식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질문에 잠시도 쉬지 않고 "좋다!"고 말했다. 그는 "(차태현 선배님은) 독보적이라고 본다. 로맨틱한 멜로부터 눈물나는 감동까지 다 가능하지 않나"라고 말했다.
물론 차태현과 같은 지점에서 고민이 있을 수 있다. 한쪽 이미지가 워낙 강해서 다른 캐릭터로의 이동이 쉽지 않은 것. 이승기는 "'이거 잘하니까 이거만 할거야'는 아니지만 내 욕심과 대중이 보고 싶어하는 것과 절충점은 가져가자는 주의다. 어떻게 보면 오히려 축복이다. 내가 잘할 수 있는 장기부터 하자는 건데 사실 그 장기를 계발하는 것도 쉽지 않은 것 아니겠나"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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