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건 반칙이다. 배우 배수빈이 분명히 악랄한 ‘갑질’을 하는데도 묘하게 섹시한 분위기를 풍겼다. 서늘한 눈빛을 보이다가도 관심이 있는 여자 장신영을 바라볼 때 ‘순한 양’이 돼 환한 미소를 짓는 모습으로 안방극장의 심장을 쿵쾅거리게 했다.
지난 17일 첫 방송된 SBS 주말드라마 ‘내 마음 반짝반짝’은 치킨을 소재로 두 집안이 갈등을 겪는 악연을 다뤘다. 첫 방송이었지만 인물간의 갈등 구조와 향후 전개될 이야기를 쉽게 풀어놓으며 드라마에 대한 기대를 높였다.
특히 주인공 배수빈의 활약이 인상적이었다. 연기야 워낙 잘하는 것으로 정평이 나있지만 이날 방송에서는 찔러도 피 한 방울도 안 나올 것 같은 냉혈한과 다정다감한 성격을 이중적으로 그리며 표정 하나로 인상이 변하는 팔색조 배우의 면모를 자랑했다.

그는 이 드라마에서 대기업 치킨 프랜차이즈를 이끌고 있는 사장 천운탁을 연기한다. 가맹점주들을 괴롭히고 심지어 납치까지 하며 성공을 위해서는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인물이다. 다만 사랑 앞에서는 약한 남자로 그려질 것으로 보인다. 이미 고등학교 교사인 이순진(장신영 분) 앞에서는 서늘한 눈빛 대신에 매력적인 눈웃음을 살짝 드러낸 후 짓궂은 장난까지 하며 운탁이라는 인물을 다채롭게 표현했다.
배수빈은 이날 방송 초반부터 캐릭터 분석을 마친 모습이었다. 악역까진 아니지만 극의 갈등을 위한 악독하고 잔인한 행동을 해야 하는 인물을 매섭게 표현하는데 성공했다. 눈빛과 어두운 분위기만으로도 운탁이 가지고 있는 범상치 않은 악한 심정을 연기했다. 이 과정에서 뚝뚝 떨어지는 섹시함이 인상적이었다.
분명히 친절하지 않고 반항적인데 그래서 더욱 설레게 만든 것. 어딘지 모르게 풍기는 순정에 대한 지고지순한 심정이 배수빈의 아련한 눈빛 연기와 어우러진 덕분이었다. 모두에게 친절하지 않고 심지어 못된 구석이 있지만 한 여자에게는 예외인 운탁을 섹시와 다정다감을 동시에 연기할 수 있는 배수빈이 맡아 캐릭터가 가진 매력이 극대화됐다.
앞으로 ‘내 마음 반짝반짝’은 운탁이 저지른 악행으로 인해 두 집안의 갈등이 휘몰아치고, 사랑마저 위태로운 이야기가 쉴 새 없이 펼쳐질 예정. 극의 심장부를 책임질 배수빈은 캐릭터 설명과 매력을 전달하는데 있어서 성공적이었다. 일단 첫 단추는 잘 꿰맞춘 배수빈의 안방 여심 사냥이 이제 막 시작됐다.
한편 18일 시청률조사회사 닐슨코리아에 르면 ‘내 마음 반짝반짝’ 첫 방송은 전국 기준 2.9%를 기록, 동시간대 방송된 MBC ‘전설의 마녀’(28%), KBS 1TV ‘세계는 지금’(5.5%), KBS 2TV ‘추적 60분’(4.5%)에 밀려 지상파 3사 동시간대 꼴찌를 기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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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마음 반짝반짝' 방송화면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