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보다 남자’부터 ‘상속자들’까지 배우 이민호는 줄곧 여성들의 마음을 ‘저격’하는 멋진 배역을 맡아왔다. 차가우면서도 뒤로는 사랑하는 여자를 지켜주는 ‘상속자들’ 속 캐릭터가 이민호, 하면 떠올릴 만한 대표적인 이미지. 거기에 중국과 일본, 동남아시아 등에서의 높은 인기는 그에게 배용준을 잇는 한류 왕자라는 이미지까지 부여했다. 그런 그에게 피 냄새가 가득한 영화 ‘강남 1970’은 다소 의외의 선택이자, 모험이랄 수 있었다.
이민호는 14일 서울 삼청동 한 카페에서 진행된 인터뷰에서 “왜 이 영화를 택했느냐”는 질문에 대해 “기본적으로는 영화를 한다면 조금 더 성숙한 느낌이 나는 20대 후반이 되고 나서 하고 싶었다. '꽃보다 남자‘가 끝나고부터 영화 제의는 많이 받았는데 ’하고 싶다‘, ’잘 할 수 있겠다‘ 싶은 작품이 없었다”고 대답했다.
이어 그는 “어쨌든 영화는 돈을 주고 가치를 보러 가는 거다. 제대로 영화를 책임질 수 있는 나이에 하고 싶다고 생각했다. 스물일곱 살에 유하 감독님을 만났고 ‘상속자들’을 찍고 온다고 할 때 기다려 준다고 하셔서 스물여덟 살에 첫 영화 주연 작을 찍었다”고 그간 본격적인 스크린 진출을 미뤄온 이유를 설명하기도 했다.

이민호는 영화 ‘강남 1970’에서 오직 잘살고 싶다는 꿈 하나로 강남땅의 개발을 둘러싼 이권다툼에 뛰어드는 청춘 김종대 역을 맡아 생애 첫 스크린 주연작을 완성했다. 변신한 이민호에 대한 평은 나쁘지 않다. 잘생긴 얼굴을 내려놓고 넝마주이에서부터 시작해 땅 투기로 돈을 벌기 위해 온갖 악행을 저지르는 종대 캐릭터를 현실감 있게 살려냈다는 평이다.
'강남 1970'은 1970년대 서울, 개발이 시작되던 강남땅을 둘러싼 두 남자의 욕망과 의리, 배신을 그리는 영화로 유하 감독의 거리 3부작 완결편이다. 이민호와 김래원, 정진영, 김설현, 유승목, 김지수 등이 출연한다. 오는 21일 개봉을 앞두고 있다.
-다음은 이민호와 일문일답

▲ 책임을 질 수 있을 때 영화를 찍고 싶었다고 했는데, 이번 영화를 보니 그런 책임을 다한 것 같은가?
영화에서 이미지가 내가 느끼기엔 어색하다거나 조금 억지로 짜낸 듯 한 느낌은 없는 것 같다. 기다렸다가 영화하길 잘했다고 개인적으로 생각했다.
▲ 유하 감독의 ‘거리 3부작’의 마지막이다. 소감은 어떤가.
유하 감독님한테 물어본 적이 있다. 처음에 ‘말죽거리 잔혹사’를 할 때부터 정해놓고 했는지, 하다 보니 그렇게 된 건지 물은 적이 있었는데 감독님이 ‘처음부터 3부작은 아니지만 이어서 얘기를 만들어 보고싶었다’고 하셨고, ‘비열한 거리’를 시작할 때쯤 세 개 정도로 나눠야겠다고 생각하셨다고 하시더라. 선배님들로부터 전해오는 느낌이 있다. 유하 감독님 하면 떠오르는 작품들의 마지막을 장식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더 큰 것 같다. 마지막을 저로 써주신 유하 감독님한테 감사한 것도 있다. ‘유하 감독님이 이런 장르를 계속 안 하실까? 한번쯤 또 하실까?’에 대해 의문이 있다. 왠지 나중에 하시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 권상우, 조인성과의 차별점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는가?
조금 더 담고 있는 영화 자체의 의미가 크기 때문에 주인공한테 조금 더 감정적 깊이가 깊게 느껴지지 않을까 싶다.
▲ 액션신이 강하더라. 부상을 입을 정도였다던데 어땠나?
액션신은 사실 드라마 때도 한, 두 번 정도 했다. 드라마에서 했던 적이 있어서 영화는 조금 더 현장에서 준비할 시간이 있어서 드라마 액션보다는 편한 부분도 있는 거 같다. 부상의 위험이나 순간, 돌발적인 상황도 조금은 안전한 부분이 있어서 마음 놓고 할 수 있었던 것 같다. 진흙탕 액션 같은 경우 환경이 너무 안 좋아서 힘들어 하셨다. 그런 상황적인 것이 있었다. 감독님이 일부러 극한 상황을 설정해 놓지 않았을까 한다. 몸은 괜찮다.
▲ 감독은 어떤 연기를 주문했나?
그냥 계속 중반부 때까지 ‘얼굴이 너무 좋다’고 하시더라. 얼굴이 너무 번들하다는 거다. 그 시대에 들어와서 힘듦, 배고픔을 표현해야 하는데 ‘얼굴이 좋다’를 강조하셨고, 나도 그 부분을 신경 썼던 거 같다. 기왕 하는 것, 계속해서 촬영을 없을 때도 안 좋은 생각이나 힘든 생각을 했다. 거울도 안 보고 로션도 잘 안 챙겨 바르고. 실제 영화가 끝나고 얼굴이 상했다는 말을 많이 들었다.
▲ 김래원과의 합은 잘 맞았나?
래원이 형한테 너무 고마운 게 이렇게 하자는 부분이 하나도 없다. ‘형은 이렇게 생각하는데 너는 어때?’라고 항상 물어봐줘서 항상 고맙고. 그래서 안 좋을 것도 안 맞을 것도 없었다. 나는 이렇게 하고 싶다고 말하는 스타일이다. 선배님들이랑 하면 조심스럽게 내 의견을 다 말하는 편이다. 래원이 형은 그렇게 해주니까 잘 맞을 수 있었다.
▲ 서로 경쟁심 같은 것은 없었나
한 번도 그런 걸 느껴본 적이 없다. ‘상속자들’이나 ‘꽃보다 남자’도 마찬가지였다. 드라마에서는 항상 그런 경쟁 구도가 만들어지게 마련이고, 또래 배우들과 함께 한 경험이 있다. 다들 그러지 않을까 생각하다가도 만나면 생각보다 항상 분위기가 좋았다. 오히려 그런 분위기는 더더욱 없었고 래원이 형은 어릴 때부터 알던 사이다. 처음 연기를 시작할 때, 첫 소속사에 래원이 형이 있었다. 한창 연기 공부를 시작할 때 래원이 형을 봤기 때문에 그런 감정이 들 대상이 아니다. 래원이 형도 과거의 모습을 집어주며 조심해야 할 것에 대해 얘기해주는 스타일이다.
▲ 팬들이 보기에는 조금 쇼킹한 모습 아닐까? 걱정되는 부분은 없나?
나는 팬들이 나의 갇혀진 모습을 좋아한다고 생각 안 한다. ‘꽃보다 남자’때부터도 인간적이고 내 본연의 모습을 좋아해서 장시간 좋아하는 거라고 믿고 있다. 어떤 캐릭터를 하든지, 혹 불만족이 있을 수 있지만 존중해 주실 거라 생각한다.
▲ 왜 이 영화를 택했나?
‘상속자들’이 끝나고 대체 왜 영화를 찍었냐고 말씀을 많이 하시더라. 더 돈을 벌고자 했거나 상업적으로 하려고 했으면 영화를 못 했을 것 같다. 다가오는 30대에 배우로 거듭나고 싶은 욕심도 있어서 그 타이밍에 영화를 했다.

▲ 변화를 원했나?
변화에 대한 강박관념이나 욕심은 없다. 현실에 맞춰서 살아가는 주의다. ‘상속자들’ 때도 마찬가지로 ‘꽃보다 남자’때 입은 교복을 또 입어? 27인데, 라는 말을 해주셨다. 그 때 꽂힌 건 20대 때 예뻐 보일 수 있을 때 그런 로맨스를 하고 싶었고, 20대 후반에 묵직한 역할을 하고 싶었다. 지금은 영화로는 ‘로맨틱 코미디’를 하고 싶지 않다. 30대 때, 지금 ‘로맨틱 코미디’를 하면 재밌겠다고 할 때 할 수 있을 것 같다.
▲ 베드신이 편집됐다고 들었다. 준비하는 데 공을 들였을텐데 아쉽지는 않은가?
사실은 베드신이라고 표현했던 신인데 잠자리를 갖는 걸 보여주는 게 아니라 끝내고 침대 위에서 상의를 벗고 담배를 피우는 신이 있었다. 그 신이 없어서 내 노출이 없어졌다. 그 신을 위해서 운동을 했는데. (하지만) 런닝 타임이 기니까. (웃음)
▲ 다음 작품은 어떻게 준비하고 있나.
아직 정해진 건 없는데 올해는 영화나 드라마를 하고 싶은 생각이다. 영화 한 편 드라마 한 편을 하고 싶다. 드라마를 한다면 완전히 풀어진 역할을 하고 싶다. 슬리퍼를 끌고 다니는 동네 양아치 느낌? 20대 때 지금까지의 작품 중 가장 풀어지는 역할을 한다면 드라마에서 하고 싶다. 영화는 규모가 어느 정도 있는 오락 영화를 하고 싶다. 사랑 이야기로 메시지를 깊이 담은 걸로 해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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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형준 기자 jpnews@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