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야구대표팀의 선·후배 외야수이자 이번 자유계약선수(FA) 시장에서 경쟁자라는 애꿎은 처지가 된 두 선수의 희비가 엇갈리고 있다. 아오키 노리치카(33, 샌프란시스코)는 새 둥지를 찾았지만 스즈키 이치로(42)는 아직 시장의 부름을 받지 못하고 있다.
미 언론들은 17일(이하 한국시간) “아오키가 샌프란시스코와 1년 계약을 맺었다”라고 일제히 보도했다. 정확한 금액은 공개되지 않았으나 CBS스포츠의 존 헤이먼에 따르면 아오키의 계약은 1년 400만 달러 수준으로 알려졌다. 여기에 성적에 따른 인센티브, 그리고 2016년에는 팀 옵션이 걸려 있다. 인센티브를 모두 따낸다면 2년 총액 1250만 달러의 계약 규모다.
지난 2012년 포스팅시스템(비공개경쟁입찰)을 통해 메이저리그(MLB)에 진출한 아오키는 3년 동안 준수한 성적을 남겼다. 3년간 438경기에 출전, 통산 타율 2할8푼7리, 출루율 3할5푼3리, 19홈런, 130타점을 기록했다. 수비에서도 나쁜 편은 아니었다. 미 언론들은 아오키의 높은 출루율을 거론하며 “샌프란시스코가 좋은 계약을 했다”라고 평가하고 있다. 돌려 말하면 이는 더 큰 계약을 원했던 아오키의 성에는 차지 않는 계약임을 의미한다.

아오키에게 다년 계약 및 더 좋은 조건을 제시한 팀도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아오키는 샌프란시스코라는 도시의 호감, 출전 시간을 확보할 수 있다는 점, 그리고 우승에 도전할 수 있는 팀 전력 등을 복합적으로 두루 살폈다. 한편으로는 이런 장점을 상쇄시킬 만한 파격적인 제안을 한 팀이 없었다는 추론도 가능하다. 아오키는 예상과는 달리 FA시장에서 고전한 편이었다. 몇몇 팀과 연계됐으나 소득이 없었고 1월에야 새 소속팀을 찾았다.
하지만 아오키는 이치로에 비하면 상황이 나은 편이다. 현재 성적으로도 MLB 명예의 전당 입성이 확실시되는 이치로는 ‘MLB 통산 3000안타’라는 대기록을 위해 MLB 잔류를 선언했다. 하지만 만 42세가 돼 전성기에서 완전히 내려온 이치로를 품을 만한 팀이 마땅치 않은 모습이다. 틈새가 있을 것으로 기대하는 목소리도 높았지만 아직 소득이 없다. 외야 FA가 하나둘씩 사라져가고 있는 상황에서도 이치로의 가치는 제자리걸음이다.
볼티모어, 토론토 등이 이치로에게 관심을 가지고 있다는 보도가 계속 나오고 있기는 하다. 그러나 어디까지나 차선이다. 18일에는 마이애미가 이치로에 관심을 보이고 있다는 ESPN의 보도도 뒤따랐다. 하지만 마이애미는 외야 자원이 비교적 풍족한 팀이다. 1루수 활용이 거론되는 것도 이 때문이다. 좋은 조건의 계약은 둘째치고, 출장 기회를 잡을 수 있을지도 불투명하다. 샌프란시스코는 이치로보다 젊은 아오키를 선택하면서 시장서 철수했다.
MLB의 눈은 냉정하다. 아무리 화려한 경력을 가지고 있다고 하더라도 필요하지 않으면 쳐다보지 않는다. 전성기에서 내려온 베테랑 선수들이라면 더 그렇다. 상황이 이쯤 되니 비관적 전망도 나온다. 2월 스프링캠프 때까지도 새 소속팀을 찾지 못할 가능성이다. 2월 중순 스프링캠프가 시작된 뒤 부상자 발생 등 상황이 돌변했을 때야 이치로를 대안으로 여길 것이라는 전망이다. ‘대타자’ 이치로가 자신의 목표를 이룰 수 있을지는 아직 분명하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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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FPBBNews = News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