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정우 감독/주연의 '허삼관'이 박스오피스 3위를 지키다 더 올라서지 못하고 4위로 밀려났다. 호평에 힘입어 주말 역주행을 노리던 '허삼관' 측으로선 힘이 빠질 수밖에 없다.
18일 영화관입장권 통합전산망 집계에 따르면 '허삼관'은 지난 17일 하루동안 17만여명을 동원, '국제시장' '오늘의 연애' '박물관이 살아있다'에 이어 4위에 랭크됐다. 천만 돌파로 이슈를 모은 '국제시장'과 동시 개봉 라이벌로 꼽혔던 '오늘의 연애'는 그렇다치더라도 '박물관이 살아있다'에 역전을 허용한 것은 참 아프다.
'허삼관'이 언론 시사회 이후 적지 않은 호평을 받았다는 점에서 안타까움은 더 클 터. 특히 연기력은 흠잡기 어렵다. 11년 애지중지 키워온 아들이 남의 아들이라는 사실을 알고 자잘한 복수에 나서는 하정우의 아버지 연기도 새롭고, 뺨을 맞으면 주먹을 날리는 하지원의 어머니 연기도 매력적이고, 아이들은 훈훈한 가족 영화답게 참 귀엽다.

영화는 유머톤에 적응하기에 따라 호불호가 나뉠 수 있겠지만, 아주 실험적이진 않다. 극장 안에선 꽤 빈번하게 웃음이 터지고, 후반부에선 눈물을 보이는 사람도 많은 상태. 웃기다가 울리는 흥행 공식을 따르고, 부성애라는 코드까지 갖추고 있어 개봉을 앞두고 분위기가 나쁘진 않았다.
문제는 '때깔'이었을까. 이미 동시기 아버지를 다룬 '국제시장'이 천만을 돌파하며 웬만한 영화팬들은 다 본 상황이라 '허삼관'이 또 한번 그 시대를 다루며 승부하기 쉽지 않았던 것으로 보인다. '국제시장'과 완전히 다른, 산뜻한 '오늘의 연애'가 더 튈 수밖에 없는 것.
하정우에 대한 여성팬들의 지지는 여전하지만, 오랜만에 등장한 로맨틱 코미디라는 점에서 '오늘의 연애'가 더 큰 점수를 받을 가능성이 높았다. 또 '국제시장'은 천만 돌파에 힘입어 오히려 탄력을 받고 있는 실정이라, '허삼관'의 대진운이 좋았다고 말하기 어렵게 됐다.
그래도 온라인 상 혹평보다 호평이 더 많은 점이 기대해볼만한 부분. '때깔'에서 밀렸지만 입소문에 힘입어 다시 역주행에 성공할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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