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탄대로’ 강정호, 원했던 그림 찾아왔다
OSEN 김태우 기자
발행 2015.01.18 16: 00

어차피 프로세계에서 ‘주전 보장’이라는 단어는 없다. 경쟁에서 이겨내야 한다. 강정호(28, 피츠버그)도 그것을 바라고 있다. 상황은 좋다. 원했던 그림이 찾아왔다.
강정호는 17일(이하 한국시간) 피츠버그와의 ‘4+1년’ 계약에 합의했다. 4년 보장 1100만 달러의 계약이다. 기념비적인 일이다. 한국프로야구에서 ‘꿈의 무대’인 메이저리그(MLB)로 진출한 첫 선수가 됐다. 중요한 이정표다. 강정호도 이를 잘 알고 있는 만큼 최선을 다한다는 각오다.
분위기는 좋다. 상대적으로 연봉 규모가 작은 피츠버그에서 연 평균 400만 달러(포스팅 금액 포함)를 투자했다는 것은 그만큼 기대치가 크다는 것을 의미한다. 즉흥적인 입찰이 아님도 분명히 했다. 닐 헌팅턴 피츠버그 단장은 와의 인터뷰에서 복수의 스카우트를 한국에 파견했음은 물론 컴퓨터 시뮬레이션도 수차례 거쳤다고 강조했다. 한국에서 뛰었던 외국인 선수들과 만나 직접적인 평가를 듣기도 했다.

물론 주전 보장은 없다. 피츠버그의 내야도 호락호락하지 않다. 2루와 3루에는 올스타급 선수들인 닐 워커와 조시 해리슨이 있다. 유격수 조디 머서의 경력이 가장 떨어지긴 하지만 그도 수준급 유격수다. 최근 메이저리그 공식 홈페이지(MLB.com)이 선정한 ‘현 시점 유격수 랭킹’에서 6위에 올랐다. 수비는 강정호보다 낫다는 평가가 지배적이고 공격도 후반기 들어서는 쏠쏠한 힘을 뽐냈다.
헌팅턴 단장도 경쟁을 강조했다. 헌팅턴 단장은 현지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닐 워커, 조디 머서, 조시 해리슨은 그들이 가졌던 기회(주전)를 계속 가지고 있다. 이 점은 강정호도 이해했다”고 대화 내용을 소개했다. 경쟁을 피할 수 없다는 것을 강정호 또한 잘 알고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중요한 대목이 있다. 강정호에게도 ‘기회’가 충분히 돌아갈 것이라는 점이다. 헌팅턴 단장은 “강정호를 마이너리그로 보낼 의향이 전혀 없다”라고 못 박았다. MLB 무대에 잘 적응할 수 있게끔 적극적인 지원을 하겠다는 의사도 덧붙였다. 당장 2월 플로리다주 브래든턴에서 시작될 스프링캠프부터 경쟁이 시작될 예정이다. 그것도 원점부터 시작할 공정한 경쟁이다. 많은 돈을 투자한 선수를 홀대할 팀은 아무도 없다.
강정호는 출국 전 “기회가 주어진다면 잘할 자신이 있다”라고 당찬 포부를 밝혔다. 사실 공정한 기회 자체도 부여받지 못하는 선수들이 많은 게 현실이다. 마이너리그 선수들이 그렇다. 구단에서 전략적으로 키우는 유망주가 아니고서야 주전 문턱에 다가서기 힘들다. 기존 선수들보다 뛰어난 기량을 증명해야 하는데 한정된 기회에서 이는 쉽지 않은 일이다. 하지만 강정호는 다르다. 기회를 약속받았다. 그 기회를 잡을 수 있느냐는 강정호의 능력과 노력에 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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