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LB 정조준’ 강정호, 日넘고 韓위상 떨친다
OSEN 김태우 기자
발행 2015.01.19 08: 58

강정호(28, 피츠버그)의 어깨에는 많은 것이 걸려 있다. 자신의 명예뿐만 아니라 한국야구의 위상도 좌우된다. 넓게 봐서는 아시아 내야수들의 재평가도 강정호에게 달렸다.
포스팅시스템(비공개경쟁입찰)을 통한 메이저리그(MLB) 진출을 타진했던 강정호는 17일(이하 한국시간) 드디어 결실을 이뤄냈다. 자신의 독점 협상권을 따낸 피츠버그와 4+1년 계약, 옵션 포함 총액 1650만 달러에 계약하며 29번이 박힌 피츠버그 유니폼을 손에 넣게 됐다.
강정호는 자신감을 가지고 있다. 기회가 주어져 적응의 시간을 거친다면 충분히 잘 해낼 수 있을 것이라는 자신감이다. 이는 피츠버그가 원하는 것이기도 하다. 피츠버그는 단기적으로 강정호를 내야 전 포지션에서 활용할 수 있는 멀티 자원, 그리고 장기적으로는 팀을 떠날 가능성이 있는 간판 2루수 닐 워커의 빈자리를 메우는 데 활용할 수 있는 재원으로 보고 있다. 충분한 기회가 주어질 가능성이 큰 만큼 출발은 좋다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아직 성공여부를 논하기는 이르다. 분명 MLB는 한국프로야구에 비해 수준이 높다. 일본의 사례는 상징적이다. 일본프로야구를 대표했던 수많은 스타 내야수들이 MLB의 문을 두드렸지만 성공한 이는 단 하나도 없다. “아시아 내야수는 MLB에서 성공할 수 없다”라는 고정관념이 팽배한 이유다.
마쓰이 가즈오, 이구치 다다히토, 니시오카 쓰요시, 가와사키 무네노리, 다나카 겐스케, 나카지마 히로유키와 같은 선수들이 여기에 해당된다. 이들은 일본프로야구에서 뛰어난 성적을 내고 MLB로 건너간 인물들이다. MLB 진출 시점의 경력이 강정호보다 못하다고 볼 수 없다. 그러나 MLB에서는 공·수 모두에서 문제를 드러냈다. 일본 최고의 내야수였던 마쓰이는 본 포지션인 유격수 수비에서 낙제점을 받고 2루수로 옮겼으나 여기서도 실패했다. 니시오카, 나카지마도 비슷한 길을 걸었다.
물론 강정호는 일본 출신 내야수들과는 성향에서 차이가 있다. 좀 더 플레이의 선이 굵다. 힘은 더 강하다. 수비도 ‘정석’을 따르는 일본인 내야수들과는 맛이 다르다. 어깨도 강하다. 타격 능력이 있다는 점에서 3루수로도 활용이 가능하다. 피츠버그가 그간의 실패 사례를 알고도 강정호를 영입한 이유다. 이는 강정호의 성공여부에 일본이 비상한 관심을 보이는 이유와도 맥락이 닿아 있다.
만약 강정호가 보란 듯이 성공한다면 그는 아시아권 내야수의 ‘표준’이자 ‘선구자’가 될 수 있다. 이것 또한 의미가 큰일이다. 한국프로야구를 보는 시각 또한 달라질 것이 확실하다. 후배들이 득을 볼 수 있고 장기적으로는 프로야구 발전에도 도움을 줄 수 있다. 그러나 그 반대의 사례가 된다면 당분간 아시아권 내야수의 MLB 진출이 뚝 끓길 수도 있다. 강정호의 성공여부가 단순히 개인에 국한된 문제가 아닌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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