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자철(26, 마인츠)이라 더 아쉬운 부상 낙마다.
대한축구협회는 지난 18일(이하 한국시간) 오후 "구자철이 자기공명촬영(MRI) 결과 우측 팔꿈치 내측 인대 파열로 판명됐다"면서 "담당 주치의가 잔여 경기 출전이 불가능한 것으로 판단했다. 재활 치료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구자철은 지난 17일 호주와 2015 아시안컵 조별리그 최종전서 불의의 부상을 입었다. 상대 선수와 부딪힌 뒤 착지 과정서 오른쪽 팔꿈치를 다쳤다. 엑스레이 촬영 결과 골절이나 탈골은 아닌 것으로 드러났지만 MRI 결과 더 이상 대회를 소화할 수 없다는 결과를 받았다.

구자철은 이날 대표팀과 함께 브리즈번에서 멜버른으로 이동했다. 멜버른 공항서 만난 구자철의 표정은 굳어 있었다. 그는 "내가 몸관리를 잘하고 못하고, 집중하고 안하고를 떠나서 일어난 부상이다. 전혀 생각지도 못한 부상이라 아쉽다"고 씁쓸해 했다.
그럼에도 담담했다. 동료들에게 응원 메시지를 잊지 않았다. 구자철은 "오만전을 이기고 쿠웨이트전을 이겼을 때 선수들이 자랑스러웠다. 많은 부상자들로 인해 스타팅 멤버가 바뀐 상황에서 승리를 했다는 자체가 우리가 얼마나 강한 팀인지 충분히 느낄 수 있는 대목"이라며 "호주전도 한마음이 되어서 홈팀을 잡았다. 이 기세를 8강에도 잘 이어갔으면 좋겠다"고 힘을 북돋았다.
구자철은 "A매치 경험이 적은 선수들이 많다. 감독님도 A매치 경험이 많은 선수들에게 중추적인 역할을 원했다. 내 경험으로 미루어 봤을 때 경험 있는 선수들이 어린 선수들을 잘 도와주고 대화를 해야 한다. 또 어떤 변수가 생길지 모르지만 좋은 결과를 위해 끝까지 싸웠으면 좋겠다"고 힘을 실었다.
구자철이라 더 안타까운 부상 이탈이다. 그는 슈틸리케호의 주장 후보로 거론됐던 핵심 전력이다. 최근 경기력 논란의 중심에 섰지만 여전히 없어서는 안될 존재다. 섀도우 스트라이커, 측면 공격수, 중앙 미드필더 등 전술적 활용 가치가 높다. 그라운드 안팎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크다.
구자철은 지난 대회 득점왕 출신이다. 2011년 카타르 아시안컵서 5골을 터트리며 득점왕을 차지했다. 전문 공격수가 아님에도 섀도우 스트라이커로 나서 득점 본능을 과시했다. 덕분에 한국은 걸출한 공격수 없이도 3위를 차지할 수 있었다.
구자철은 한국 선수 중 유일하게 5대 메이저 대회서 골맛을 본 주인공이다. 2009년 20세 이하 월드컵, 2010 광저우 아시안게임, 2011년 안시안컵, 2012년 런던 올림픽, 2014년 브라질 월드컵서 모두 골을 넣었다. 박지성, 박주영 등도 이루지 못한 대기록이다.
구자철의 이탈이 짙은 아쉬움으로 다가오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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