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험 신호다".
한화의 고치 스프링캠프에 '빨간 테이프'의 공포가 불고 있다. 한 선수는 "빨간색 테이프가 붙으면 위험하다는 신호"라고 말했다. 실제로 FA 듀오로 기대를 모은 배영수와 송은범이 고치에서 오키나와로 떠난 것도 바로 이 빨간색 테이프가 붙은 후 내려진 조치였다.
한화 캠프를 보면 몇몇 선수들의 유니폼에 밴드처럼 붙어있는 빨간색 테이프를 볼 수 있다. 두꺼운 전기테이프를 종아리·무릎·허벅지에 둘러서 붙였다. 멀리서 보면 유니폼의 선처럼 느껴질 정도. 이 테이프 정체는 바로 선수 몸 상태를 알리는 일종의 적색신호다.

SK 시절부터 김성근 감독과 오랜 시간을 함께 해오고 있는 강성인 한화 트레이닝코치는 "선수들에게 빨간 테이프를 붙여놓는 것은 이 부위가 안 좋다는 것을 알리기 위함이다. 선수의 몸 상태를 전혀 모르는 상태에서 설렁설렁하면 꾀병인가를 의심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강 코치는 "SK 때부터 감독님이 선수들에게 안 좋은 부위에 테이프를 붙여 알릴 수 있도록 지시했다. 기술 코치들이 가르칠 때 오해없이 선수의 상태를 바로 인식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한 것으로 보면 된다"고 덧붙였다. 김 감독 특유의 부상선수 관리를 위한 일종의 시스템인 것이다.
이처럼 김 감독은 선수들의 몸 상태를 꾸준히 체크하며 혹시 모를 부상 방지를 위해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다. 아직 특유의 지옥훈련이 시작되지 않은 것도 이 같은 이유. 김 감독은 "전체적으로 선수들이 준비가 잘 안 되어있다. 몸부터 다시 만들어야 한다. 개인훈련을 아무리 해도 단체훈련만큼 될 수 없다. 훈련 강도를 높이고 싶어도 지금은 안 된다"고 말했다.
실제로 한화는 선수단 전체가 모여 첫 훈련을 실시했던 지난 17일 오전 9시부터 11시가 조금 넘어서까지 러닝 및 체력 강화훈련을 지시했다. 김 감독은 "캠프에서 이렇게 러닝을 많이 시키는 것도 처음인 것 같다. 지금 이 상태에서 바로 훈련에 들어가면 또 부상 선수가 나올 수 있다"고 조심스러워했다.
그렇기 때문에 빨간 테이프는 한화 선수들뿐만 아니라 김 감독까지 팀 전체에 공포라고 할 수 있다. 이미 14명의 선수들이 오키나와에서 몸을 만들 정도로 주요 전력들이 빠져있는 한화에 더 이상 빨간 테이프가 보여선 안된다. 김 감독은 "마음은 급한데 서두를 수 없어 시간이 많이 모자라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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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치=이대선 기자 sunday@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