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美서 야구대디로 5년…심정수 "나는 행복합니다"
OSEN 이대호 기자
발행 2015.01.19 06: 02

LG 트윈스의 스프링캠프가 한창인 19일(이하 한국시간) 미국 애리조나 글렌데일 다저스 훈련장에 반가운 손님이 찾아왔다. 대한민국 역대 최강의 우타자로 손꼽히는 심정수(40)다.
1994년 OB 베어스에 입단, 2008년 삼성 라이온즈를 끝으로 현역생활을 마감했던 심정수는 통산 타율 2할8푼7리 328홈런 1029타점을 기록, 한 세대를 풍미했던 강타자였다. 특히 2003년 현대 유니콘스에서 기록한 타율 3할3푼5리 53홈런 142타점은 심정수 선수생활의 최전성기였다.
LG의 오전훈련이 끝난 시간, LG 구단관계자에게 한 남자가 와서 '심정숙이라는 사람이 옛날에 자기가 야구를 했다며 잠시 LG 훈련장에 들어갈 수 있냐고 말을 전해달라고 한다'고 말했다. 고개를 갸웃거리던 구단 관계자는 양상문 감독의 허락을 받고 승낙했는데, 멀리서 등장한 인물이 바로 심정수였다.

심정수를 만난 양상문 감독을 비롯, LG 코치와 선수들은 크게 반가워하며 한참 인사를 나눴다. 심정수는 큰 이병규를 껴안으며 "형 아직까지 야구 하느냐"고 농담을 던졌고, 이동현은 심정수의 팔뚝을 쓰다듬으며 "이 팔뚝을 내가 가졌어야 했다"고 아쉬워하기도 했다.
심정수는 2008년 시즌이 끝난 뒤 갑작스럽게 은퇴를 선언했었다. 이후 미국으로 건너 간 심정수는 5년이 넘는 시간 동안 한국 야구계와 큰 교류없이 살아왔다. 대한민국 프로야구를 호령했던 강타자 심정수에게 근황을 물어 봤다.
현재 샌디에이고에 살고 있다는 심정수가 글렌데일까지 찾아 온 이유는 아들의 야구경기 때문이다. 아들만 셋인 심정수는 17살, 12살, 5살 아들을 보는 재미로 살아간다고 말했다. 이들 중 두 명은 현재 야구를 하고 있는데, 이날은 둘째 아들이 속한 팀이 마침 토너먼트 경기가 있어서 왔다고 한다.
심정수는 "미국에 건너와서 야구와 관계없는 공부를 했다. 토플을 봐서 미국 대학에 입학했고, 다른 학생들과 마찬가지로 글쓰기도 하고 토론수업도 하면서 1년을 보냈다. 그렇게 하고싶은 공부를 하다가 지금은 아들 키우는 재미로 살아간다"고 설명했다.
지금 심정수의 삶은 '야구 대디'다. 아들 두 명을 야구선수로 키우는 데 전념하고 있다. 다행히 둘 다 야구에 재능이 있고, 또 재미를 느낀다고 한다. 심정수는 "첫째는 투수를 하다가 지금은 외야수로 전향했는데, 공을 멀리 보내는 능력이 점점 좋아지고 있다. 지금 몇몇 대학에서 제의도 들어왔는데, 여기서 (메이저리그) 드래프트까지 받는다면 참 좋을 것 같다. 둘째는 지금 고작 12살인데 120km 넘게 던진다"고 했다. 아들 자랑을 하는 모습은 여느 아버지와 다르지 않았다.
 
과연 아들들은 아버지가 얼마나 대단한 선수였는지 알고 있을까. 심정수는 "첫째 정도만 내가 야구를 했던 걸 아는데 얼마나 잘했는지는 잘 모르는 것같다"며 웃었다. 이어 "당분간 한국에 돌아가기는 힘들 것 같다. 지금은 아이들 키우는 데 전념하고 있다"고 계획을 전했다.
마침 LG 캠프에 류현진도 함께 훈련을 하고 있다. 심정수는 류현진과 반갑게 인사하더니 "내가 선수때 현진이 공 한 두개 홈런 쳤던 것 같다"고 했지만, 이내 곧 "우리 아들들하고 사진 좀 찍어주라"고 부탁했다.
심정수는 다소 빨랐던 은퇴를 후회하고 있지는 않을까. 그는 "사람마다 다른 것이다. 병규 형처럼 길게 야구하는 사람도 있고, 조금 일찍 은퇴하는 사람도 있다. 나는 행복하게 야구했었기 때문에 후회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심정수의 직접적인 은퇴 이유는 시력교정수술 후유증, 그는 "라식수술 후 4년 동안 밤경기에 공이 제대로 보이지 않았다. 만약 그렇지 않았다면 4년 정도는 더 야구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심정수는 한국의 야구 팬들에게 "아직까지 기억해 주셔서 정말 감사드린다.내가 좋아했던 야구를 원없이 했고, 후회없이 은퇴했다. 그리고 후회없이 야구대디로 살아가고 있다. 나는 지금 행복하다"는 말을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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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렌데일(애리조나)=손용호 기자 spjj@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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