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 2TV 주말드라마 ‘가족끼리 왜 이래’(극본 강은경 연출 전창근)의 뜨거운 인기가 꺾일 줄을 모르고 있다. 급기야 이 드라마는 40%의 시청률을 또 다시 넘으며 KBS 주말극 중에서도 ‘레전드’의 반열에 올라섰다. 이 정도라면 40%대의 시청률로 끝을 맺었던 ‘내 딸 서영이’와 맞먹고, 더 나아가 50%까지 넘봤던 ‘왕가네 식구들’ 같은 결과를 기대해도 될 것 같다. 얼핏 평범해 보이기만 하는 ‘가족끼리 왜 이래’는 대체 무엇 때문에 이처럼 큰 인기를 끌고 있는 걸까.
‘가족끼리 왜 이래’의 가장 큰 흥행 요소 중 하나는 이 작품이 코미디에 기반을 둔 가족극이라는 점이다. 보통 가족 드라마들은 온 가족들이 둘러앉아 볼 수 있도록 코믹한 요소들을 적절하게 분배하고는 한다. 그러나 ‘가족끼리 왜 이래’가 만들어내는 코미디는 적당한 정도를 뛰어 넘는다. 시종일관 경쾌한 분위기의 시트콤과 비슷하다. 등장하는 캐릭터 한 사람 한 사람이 생동감 있게 살아있을 뿐 아니라 이리저리 다른 인물들과 부딪히며 웃음을 만들어 낸다. 다른 드라마들에 비에 비교적 자극적인 ‘막장 요소’가 적음에도 흡입력이 높은 것은 이처럼 언제 TV를 틀어도 부담스럽지 않은 즐거운 분위기가 한 몫 했다.
최근 웃음을 주고 있는 것은 앙숙에서 절친으로 변모한 허양금(견미리 분)과 미스고(김서라 분)의 관계, 문태주(김상경 분)-차강심(김현주 분)의 결혼을 둘러싸고 가족들 사이에서 벌어지는 에피소드 등이다. 특히 지난 18일 방송에서는 상견례 자리에서 서로의 자식들과 친밀한 모습을 보이며 경쟁하듯 신경전을 벌인 두 아버지 차순봉(유동근 분)과 문대오(김용건 분)가 웃음을 줬다.

‘가족끼리 왜 이래’가 가진 또 다른 장점은 웃음만큼 깊은 감동이다. 흔히 한국 코미디 영화의 흥행 공식에 대해 말할 때 ‘웃겼다 울리는 것’이 중요하다고 한다. 최근 천만 관객을 동원한 영화 ‘국제시장’을 보면 알 수 있다. ‘가족끼리 왜 이래’ 역시 딱 그런 경우다. 코미디에 기반을 두고 있지만, 기본적으로는 시한부를 선고받은 아버지가 자녀들과 보내는 마지막 시간을 그리기에 눈물이 함께 하지 않을 수 없다. 그동안 서로에게 소원하고, 서로를 오해하고 있었던 아버지와 자녀들은 아버지의 병을 계기로 오해를 풀고 따뜻한 화해를 이루게 된다.
더불어 빼 놓을 수 없는 것은 로맨틱 코미디의 요소다. 어디에서나 사랑 이야기는 한국 시청자들의 입맛을 자극한다. 특히 이 드라마에서는 김현주와 김상경이 앙숙에서 연인으로 발전, 가는 정통적인 로맨틱 코미디를 형성해 큰 인기를 끌었다. 똑 소리 나는 차강심과 어딘지 모르게 특이한 문태주의 티격태격 사랑싸움은 두 사람이 연인으로 이어지길 바라는 시청자들의 큰 지지를 받았다. 이는 연말 시상식 베스트커플상 수상으로까지 이어져 눈길을 끌기도 했다. 또 조금 더 젊은 층 사이에서는 차달봉(박형식 분)-강서울(남지현 분)-유은호(서강준 분)의 풋풋한 삼각관계 역시 인기를 끌었다.
따져보면 '가족끼리 왜 이래'는 한국 드라마의 흥행 공식에 매우 충실하면서도 수준이 떨어지지 않는 수작이다. 거기에 이를 제대로 살려내고 있는 배우들의 연기와 작가의 필력, 센스있는 연출 등 기본적인 요소들이 제대로 갖춰져 시청자들의 큰 만족을 이끌어냈다. 과연 이 드라마는 남은 시간 막장 요소를 통해 50%대의 시청률을 기록한 '왕가네 식구들'의 기록을 깰 수 있을까? 그 기록의 끝이 기대감을 모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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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끼리 왜 이래' 공식 홈페이지